만나기까지 : 양진석, 1집 My Life - 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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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프로그램에
관심이 없어지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내 관심사에서부터 조금조금씩 멀어져 시큰둥해지거나 무뎌지는 것들이 하나둘씩 생기기 시작하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TV 프로그램'이다.
좀 과하게 표현하자면 방송국 3사라는 적은 선택지로부터 반강제적 주입식 시청을 강요받았던 시절에서 케이블 방송 그리고 OTT라는 채널 확대가 가져온 시장 Player의 변화의 시대를 지나, 요즘엔 이 모든 것을 다시 뒤집어 버린 유튜브 등장으로 새로운 콘텐츠 포맷과 소비 패턴을 경험하여 살고 있다.
시장의 확대와 기술의 발전은 시공간의 제약 없이 소비자가의 선택지가 다양해졌다는 비교할 수 없는 큰 장점을 우리에게 가져다주었지만, 또 반대로는 홍수처럼 쏟아져 내리는 수많은 콘텐츠 때문인지 오히려 선택의 장애가 생겨버리기도 했다.
이런 큐레이션의 문제는 흔히 알고리즘이라 불리는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인공지능 서비스가 대체해 주고 있는데 그 놀라운 기술의 발전에 가끔은 두려움까지도 섬뜩하게 느끼게 되긴 하지만 나름 적당히 타협하고 또 만족하며 콘텐츠를 즐기고 있다.
다만, 예전보다 TV 프로그램에 점점 관심이 없어지게 된 것은 사실이다.
리얼리티 연예 프로그램,
짝짓기 예능, 그 "빨간 맛"
셀 수도 없이 많아진 여러 동영상 채널과 콘텐츠의 홍수 속에서 요 근래 몇 년째 꾸준히 사랑을 받고 있는 장르가 바로 리얼리티 연예 프로그램들이라 불리는 짝짓기 예능이다.
굵직한 연애 프로그램만 살펴봐도 나는 솔로, 연애남매, 환승연애, 나솔사계, 조선의 사랑꾼, 커플팰리스, 돌싱글즈, 하트시그널, 러브캐쳐 등 수도 없이 많고, 이들은 종영 후 시즌제로 그 많은 인기를 얻고 있어 과히 '연애 예능'의 전성시대라 해도 될 것 같다.
이성에 대한 '끌림'과 그의 마음을 얻기 위한 위한 그 냉혹하고도 처절한 몸부림들이 인간 본연의 본능, 선과 악 등 내면의 모습의 많은 부분을 그냥 보기만 해도 절로 부럽기만 한 젊음의 아름다움과 함께 적나라하고 자극적으로 보여주고 있으니 어쩌면 가장 요즘스러운 콘텐츠일 수 있다.
그리고 그 '빨간 맛'을 슬쩍슬쩍 키득대며 즐기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사랑, 그리고 만남은 우리 존재의 의미를 부여할 만한 본질적 가치이니까...
연애 프로그램의 원조
'사랑의 스튜디오'
벌써 30년이나 흘러 이젠 가끔 누군가 말해줘야만 생각나는 추억거리에 반찬정도가 되어버린 이야기이지만, 지금의 '연애 프로그램' 시작에는 1994년 MBC에서 방영하여 전 국민의 인기를 한 몸에 받았던 '사랑의 스튜디오'가 있었다.
사랑의 스튜디오는 MBC에서 1994년부터 2001년까지 방영한 짝짓기 프로그램의 원조로 종영한 지 30여년이 되었지만 아직까지도 '사랑의 짝대기', '첫인상 순위', '속마음' 등의 내용 등은 향후 연애 예능의 기본으로 많은 영향을 끼치기도 했다.
그리고 오늘 소개할 숨은 명곡은 사랑스튜디오 말미 커플이 성사가 되었을 때 흘러나왔던, 전 국민 모두가 주 멜로디는 기억하지만 정작 잘 알려지지 않은 노래, 양진석의 '만나기까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가수가 본업이었던
건축가 양진석
양진석이라는 사람을 머릿속에 떠올릴 때면, MBC 예능이었던 '러브하우스'에 출연하여 눈이 휘둥그레지는 집의 대변신을 창조해 내어, 많은 사람들에게 주목받고 또 유명세를 떨쳤던 능력 있고 감각 있는 건축 사무소 대표로 기억할 것 같다.
하지만 그의 예술적 인생의 시작은 건축이 아닌 음악이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일부 방송에서 그가 기타를 메고 나와 노래를 부르는 장면들이 종종 있었긴 했지만, 굉장히 희화화했기에 그냥 그의 취미로 음악을 동경하는 정도로만 생각하는 대중이 대부분이었을 테고, 그가 프로 뮤지션으로 7집까지 낸 베테랑 프로듀서이자 뮤지션임을 알게 되었을 땐 적잖이 놀라기도 한다.
그의 음악적 시작은 시간을 거슬러 1986년 월계가요제로 올라가게 되는데, 김한년과 함께 만들어 출전한 듀오 '노래그림'이 '나의 맘을 받아요'라는 곡으로 금상을 수상하며 K-Pop에 데뷔하게 된다.
이후, 그들은 같은 가요제에서 만난 지근식, 한동준과 함께 4인조로 의기투합하여 1988년 노래그림 1집을 발매하게 되는데, 훗날 지근식은 변진섭의 많은 히트곡을 내는 작곡가로, 한동준은 한국 포크 발라드계를 아우르는 가수로 성장하게 된다.
건축가의 길 또한 포기할 수 없었던 그는 잠시 음악생활을 접고 노래그림을 떠나 일본 유학길에 오르게 되지만 음악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해 1995년 자신의 이름을 내건 독집 My Life를 발매하게 된다.
그의 1집이 대중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포기하지 않았던 그는 자신이 프로듀싱을 시작한 2집을 1996년에, 지금까지 끈끈한 음악적 동반자가 된 권태은과의 협업한 3집을 2001년에, 2009년 4집, 2011년 5집, 2021년 6집, 그리고 최근 2023년 여름 7집 Freedom을 발표하면서 꾸준한 그 만의 감미로운 음악적 결과물들을 선보이고 있다.
오늘 소개할 백다섯번째 숨은 명곡은 음악의 끈을 놓지 못하고 일본 유학에서 돌아와 1995년에 발매된 양진석 1집 My Life에 수록된 박주연 작사/김광진 작곡/조동익 편곡의 '사랑의 스튜디오' 엔딩곡으로 더 유명세를 떨쳤던 '만나기까지'라는 노래이다.
우선 노래 작사/작곡/편곡에 참여한 박주연, 김광진, 조동익 등 당대 최고의 음악인들이 벌써부터 두 눈을 휘둥그레하게 만들게 되는데, 앨범에 참여한 조동익, 박용준, 함춘호, 손진태, 김영석, 장필순, 낯선 사람들, 박인영 등 스쳐 지나가는 뮤지션들의 이름만 봐도 이 앨범의 완성도가 감히 예상될 만큼 으리으리하기만 하다.
한국 최고의 Saxophonist인 이정식이 들려주는 Flute의 아름다운 연주를 시작으로 잔잔하지만 웅장함이 느껴지는 박용준 편곡의 Real String과 이를 무심히 든든하게 받쳐주는 피아노의 협연으로 어우러지는 전주를 듣다보면 어느새 비음이 꽤나 많이 묻어나는 양진석의 보컬을 맞이하게 된다.
힘겨운 삶에
넌 해답이 된 걸
피아노의 선율을 따라 펼쳐지는 천천히 음미해도 좋을 박주연의 아름다운 가사와 서정적이고도 아름다운 김광진표 멜로디에 나도 몰래 그들이 안내하는 사랑의 이야기로 취해갈 때쯤이면, 어느샌가 물 흐르듯 감싸주는 현악기가 드럼과 함께 고조되어 어쩌면 많은 사람들에게 익숙한 클라이맥스에 다가서게 된다.
이 노래가 최소한 내게 굉장히 특이하고도 더더욱 가치 있는 이유는, 사랑을 이야기하는 수많고도 많은 노래들 중에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을 덤덤하고도 아름다운 행복의 모습으로 그리고 있다는 것인데, 이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의 가사와 멜로디가 가슴에 운명처럼 새겨져 버렸다.
사랑의 끝은 어디일까?
그 모습은 또 어떤 모습일까?
우린 언제나 끊없는 해답을 갈망하며 살아간다.
혹시, 누군가를 열망하고 있고 그와의 미래가 걱정된다면, 그와 함께 하는 마지막 순간을 떠올려 보자.
그 아름답고도 축복받은 순간, 서로에게 환한 미소를 띄울 수 있다면...
그리고 그 모습이 바로 지금과 같이 생생히 내 눈앞에 그려진다면...
어쩌면 우린 끝이 보이지 않던 긴긴 해답의 끝을 찾을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그러다가 어느 축복받는 날
지상에서 마지막 보는 것도
서로의 얼굴일 거라고
작사 : 박주연
작곡 : 김광진
편곡 : 조동익
노래 : 양진석
분명 우린 약속된 거야
어쩌면 태어나기도 전에
그 많은 시간을 달려
이제야 서롤 찾았으니
지난 슬픔마저 왠지 감사해
나의 인내에게도 또 오랜 체념도
그게 바로 너였어
힘겨운 삶에 넌 해답이 된걸
이 세상엔 나와 함께 할 사람
나는 정말로 없는 줄 알았지
난 믿고 있죠
가장 가까이 늘 있을 거라고
그러다가 어느 축복받는 날
지상에서 마지막 보는 것도
서로의 얼굴일 거라고
가끔 우리 다툴지 몰라
그럴 땐 생각해 보기로 해
그 많은 헤매임 끝에
만날 수 있었던 우리를
혼자였을거야 지금까지도
너를 못 만났다면 널 만나기까지
그게 바로 너였어
힘겨운 삶에 넌 해답이 된걸
이 세상엔 나와 함께 할 사람
나는 정말로 없는 줄 알았지
난 믿고 있죠
가장 가까이 늘 있을 거라고
그러다가 어느 축복받는 날
지상에서 마지막 보는 것도
서로의 얼굴일 거라고
(아래 링크를 클릭하면 노래로 바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