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에게 보내는 노래 1, 한충완(feat. 신지아) : 2집 - 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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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좋아?
엄마가 좋아?
지극히 주관적인 의견이긴 하지만, 이 세상에 태어나 무조건 한번 이상은 받거나 해보는 우스갯소리와도 같은 질문이지만, 막상 그 답이 굉장히 궁금하기에 아이의 입모양의 움직임을 실시간 바라보며 다소 긴장감 넘치는 주목의 시간을 지나, 그 결과에 괜스레 빈정도 상하게 되는 판도라의 상자와도 같은 질문.
그럼 과연 저 질문에 대한 결과는 어떨까? 아빠가 좋을까? 아님 엄마가 좋을까?
“아빠가 좋아? 엄마가 좋아?”는 학술연구에서 그대로 묻기보다는, 아이가 누구에게 더 쉽게 자신의 속이야기를 하는지에 따른 '의사소통의 용이성'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결론적으로 2021/22년 WHO 협력 국제조사(HBSC, 44개국/지역, 11·13·15세) 종합에 따르면, 자신의 속이야기를 하기 쉬운 상대는 엄마 83% vs 아빠 71%로 나타났는데, 이는 일부 국가별로 차이는 있으나 전반적인 경향이며, 시간이 지나면서 이 격차는 점점 줄어들어 비슷하게 바뀐다고 한다.
아들이 좋아?
딸이 좋아?
수천 년간 말하지 못할 부담으로 아이들을 옥죄어왔던 '아빠가 좋아, 엄마가 좋아'의 질문을 뒤집어 오히려 더 난감한 질문이 될 수도 있는 부모의 아들과 딸의 선호는 어떠할까?
갤럽인터내셔널의 44개국(4.4만 명) 2024~2025 조사에서 보면 성별이 상관없다고 대답한 부모는 65%가 절대적으로 다수였고, 아들 선호 16%, 딸 선호 15%로 거의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은 아들 선호(20%)가 여성(12%) 보다 높고, 여성은 딸 선호(19%)가 남성(12%) 보다 높았는데, 흥미로운 점은 국가별로 딸 선호가 가장 높은 나라가 한국(28%)으로(그다음 일본·스페인·필리핀 26%)으로 조사되었다는 것인데,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남아선호가 강했던 한국은 1992년 ‘아들 58% vs 딸 10%’에서 2024/25년 ‘딸 28% vs 아들 15%’로 뒤집혀 이젠 딸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그 해석을 각각 내놓고는 있지만, 대부분 공통된 의견으로는 교육·소득 향상과 성평등 진전, 성감별 규제·가치관 변화로 남아선호가 약화되었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로 보이고, 노부모 돌봄을 포함한 ‘돌봄의 젠더화’ 인식이 딸 선호를 키운다는 해석도 있는데, 이 해석은 사실 큰 공감을 얻기엔 부족한 부분이 많다.
버클리 1세대,
K-Jazz 크로스오버의 선구자
오늘 소개할 백쉰네번째 숨은 명곡은 1995년에 발매된 한충완 2집 'Corea Corea'에 수록된 '딸에게 보내는 노래 1'이란 곡으로 임미현, 한충완이 공동 작사했고, 한충완이 작곡과 편곡을, 그리고 신지아가 노래를 불렀다.
한충완은 한국 재즈계 김광민, 정원영, 한상원, 김병찬 등과 함께 ‘버클리 유학 1세대’로 불리는 대표 뮤지션으로 재즈 피아니스트이자 프로듀서, 그리고 음악 교육자로서 서울예술대학교 실용음악 분야에서 오랜 기간 교수·학과장으로 활동했다.
그는 특이하게 서울대학교 농화학과를 졸업하고 피아니스트와 키보디스트로 활동하던 중 미국 버클리, 뉴잉글랜드 컨서버토리에서 유학했고, 1993년 자신의 독집 앨범을 발매하였으며, 1996년에는 김병찬, 남궁연 등과 트라이빔이라는 재즈 트리오를 결성해 활동하기도 했다.
시덥잖은 이야기이지만, 개인적으로 한충완이라는 뮤지션의 이름을 알게 된 계기는 중고등학교 무렵 친구가 건넨 봄여름가을겨울 1집 앨범에서 접한 '거리의 악사'라는 연주곡 내 나의 귀를 사로잡은 시원시원한 키보드 솔로의 연주가 그의 작품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를 통해 그의 작업이나 이력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데,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고등학교 선배님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뭔가 알 수 없는 친밀감이 더 생긴 것도 같다.
1993년 1집 'Love Song/Smooth Jazz' 발매 이후, 한충완은 1995년 재즈에 힙합, 국악, 발라드 등을 결합한 크로스오버 성격이 강한 Jazz 앨범인 2집 'Corea Corea'를 발표하게 되는데, 오늘 소개하는 '딸에게 보내는 노래 1' 역시 당시 민중가요의 대명사였던 '노래를 찾는 사람들'의 핵심 멤버인 신지아와의 콜라보를 통해 그가 보여주고 싶었던 다양함을 대중에게 선보인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이후 한충완은 2001년 3집 Off-Road, 2003년 4집 회색(回色) 발표했고, 어린이 청소년 대상 '재즈 해설' 공연을 기획, 진행하며 재즈의 대중화에 힘쓰느라 한동안 자신의 앨범 발표를 미루다가, 10여 년이 지난 2015년 5집 'Feel So Alive'을 선보여 그 건재함을 과시하였으며, Flower of Life (2019), Genesis(2021), Digital Mind (2022) 등의 디지털 싱글들을 발표하며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다시 돌아와, 오늘 소개할 숨은 명곡은 맑고 순수한 어린 딸의 마음이 힘들게 살아가는 세상 사람들에게 밝은 희망이 되기를 기원하는 아버지의 마음을 표현한 곡으로 실제 한충완 자신의 딸인 한정민 양을 모티브로 만들어졌고, 앨범 속에는 딸과 함께 부른 곡 '딸에게 보내는 노래 2'도 수록되었는데, 그런 이유로 같은 노래 제목에 숫자가 1, 2로 나뉘어 붙어 있다.
앞서 잠시 소개하기도 했지만, 이 노래를 부른 신지아는 1991년 노래를 찾는 사람들 3집 참여로 K-Pop에 데뷔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앨범 내 대표곡이었던 '그리운 이름'의 보컬, '사랑노래'라는 곡에서는 작곡에도 참여하여 대중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으며, 이후 1994년 4집과 1995년 10주년 기념 앨범인 '떠남과 만남을 위한 하모니 – 10년을 보내고'의 앨범에도 '우리 큰 걸음으로', '여기에' 등의 노래를 작사/작곡/노래하기도 했다.
2002년에는 자신의 첫 번째 솔로 앨범인 One Woman Acapella를 발매했는데, 이는 K-Pop에서도 아주 드문 여성 솔로 보컬로 만든 아카펠라 명반으로 다시 소개할 기회가 있을 듯하다.
드라마 '연애시대', '환상의 커플', '강남엄마 따라잡기' 등의 드라마에서 OST 보컬로 활동 했던 그녀는 2025년 ‘나이를 먹는다는 것’·‘혼자 걷는 길’·‘방구석 바캉스’ 등의 디지털 싱글 발표로 그녀의 목소리를 사랑하는 팬들에게 여전히 아름다운 노래를 선사해 주고 있다.
다소 동요적인 멜로디 라인의 피아노 솔로 연주로 시작하는 노래는 전주를 지나 드럼, 베이스와 함께 신지아의 꾸밈없이 깨끗하지만, 민중가요 특유의 단단함이 살아있는 보컬이 부드럽고 유연한 재즈의 선율과 함께 귓가에 스며들기 시작한다.
전형적인 재즈 보컬이 아니기에 대중가요 발라드와 재즈 어느 중간에 서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면 이 앨범에서 한충완이 보여주고자 했던 그대로를 느낀 것이라 할 수 있다. 처음엔 다른 방향의 두 장르가 만나 어색하고 조금은 이질적으로 다가올 수 있지만 어느새 음악 그 자체가 전달해 주는 4분의 3박자 스윙리듬과 재즈의 멜로디에 사뿐사뿐 고개를 흔들고 있는 나를 보면 음악이 왜 위대한지를 사뭇 다시 느끼게 되기도 한다.
마치 십여 년 전 어린 여자조카와 함께 추었던 장난스러운 왈츠와도 같이.
간주에 시작되는 한충완의 피아노솔로는 뭐 하나 흠잡을 데 없이 훌륭하기만 하고, 이어지는 미니 Moog 솔로에서는 분위기가 살짝 바뀌어 마치 악동으로 변해 응석 부리는 딸아이 모습을 보는 것과 같아 그 재미난 음악적 변화의 흐름에 미소 짓게 된다.
얼마 전 다녀온 캐나다 누님집에서 만난 조카는 이제 어엿한 성인이 되어 대학 진학을 앞두고 있고, 시크하고도 말이 없어진 새침데기 숙녀가 되어버린 듯 하지만, 가끔씩 피식 웃는 입가의 미소에서는 여전히 삼촌에게 윙크하며 애교와 응석을 부리던 그때의 그 모습이 남아 있는 것 같아 너무나도 행복했다.
다혜야~! 그때의 순수함을 항상 간직해 주렴~!
그리고,
너의 작은 손을 놓아
기도해 주렴!
작사 : 임미현, 한충완
작곡 : 한충완
편곡 : 한충완
노래 : 신지아
조용한 눈으로 내려다본 이 거리에
힘없이 걷는 사람들만이 보였는데
너의 작은 손을 놓아 기도해 주렴
넉넉한 맘으로 바라본 세상의 모습
수많은 꿈이 여전히 남아 숨 쉬는데
너의 작은 가슴을 활짝 열어주렴
조용한 눈으로 내려다본 이 거리에
힘없이 걷는 사람들만이 보였는데
너의 작은 손을 놓아 기도해 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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