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set(애월낙조), 임인건 & Atman(feat. 최지훈)
숨은 K-Pop 명곡 전체 듣기
https://youtube.com/playlist?list=PLLlxikA5wuioeKnEXE1vbD93Gr_Basdrd
그러면,
외롭지 않아?
혼자 하는 여행을 많이 했다.
MBTI가 내게 알려준 나의 성향은 E에 가까운 외향적인 성격이지만, 개인주의적 성향도 굉장히 강해서, 나는 '나 혼자만의 시간'이 무조건 필요한 그런 사람이다.
연애를 했던 그 옛날 옛적엔, 이런 나의 성향 때문에 잦은 말다툼이 일어나기도 했는데, 상대방의 입장에서는 내가 무척이나 이기적이고 배려심 없는 사람처럼 느껴졌을 수도 있다.
대부분의 시간들은 함께 했고, 아주 작은 시간의 조각을 나를 위해 쓰고 싶었다고, 그 정도도 이해할 수 없었느냐고 나름의 합리적 이기심으로 나를 포장하고 싶지만, 그녀에겐 가슴을 후벼패이게 하는 깊은 상처였을지 모른다.
어느 순간부터인지 기억나지 않지만, 이 것이 양보와 배려라는 허울 좋은 포장지에 싸인 '고통'에 대한 '인내'라는 걸 깨닫기 시작했다.
너무나도 당연스러운 일이지만, 연애 초반엔 마치 온몸이 찢겨나가도 모를 마취제를 구석구석 맞은 듯, 아무런 고통을 느끼지 못하게 되는 마법에 걸리기 때문에, 도저히 알아챌 방법이 없다.
다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보다 영악해진 우리들은 이런 마취제에 내성이 하나둘 생기기 시작해서, 굉장히 강력한 처방이 아니고서야 그 효과가 예전만큼 되지 않고, 하나둘씩 마취가 풀려 그 고통을 느끼게 될 내 모습을 두려워하게 된다.
물론 그렇지 않은 경우가 훨씬 더 많겠지만, 어떤 사람들은 이런 우리의 모습을 '현실적'이 되었다며 폄하하고, 연애와 결혼을 위해서는 나의 '눈높이'를 낮춰야 한다며 거들먹 거린다.
그런데, 나는 그때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다. 그저 마법에 가려져 있던 고통스러웠지만 아름다웠던 모순의 시간들 속을 헤맸을 뿐.
어쨌든, 꼭 이런 이유 때문만은 아니지만, 나는 혼자 하는 여행이 좋다.
그리고 도돌이표처럼 꼭 돌아와 내게 물어보는 질문, 솔로여행에 대한 '외로움'
이곳 브런치에 쓴 여행 포스팅들도 대부분은 솔로 여행기들인데, 그날의 컨디션이나 기분에 따라 그 누구의 눈치나 양보필요 없이 100% 이기적인, 진짜 내 맘대로의 자유로운 여행이 가능하다는 게 너무 큰 매력이라 답하게 된다.
https://brunch.co.kr/magazine/travel-route
하지만, 이런 자유롭고 편한 솔로여행 속에서도 피할 수 없는 '외로움'의 위기에 직면하게 될 때가 있는데, 그게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노을과 바다가 어우러지는 황금빛 풍경에 휩싸이게 되는 순간이다.
하.
노을은 못 이기지.
오늘 소개할 백예순두번째 K-Pop 숨은 명곡은 2013년에 발표된 임인건 & Atman의 프로젝트 앨범 내 수록된 Sunset(애월낙조)라는 노래로 들국화의 멤버로 유명한 K-Pop 레전드 최성원이 작사, 임인건이 작곡했으며, 최성원의 아들 최지훈이 노래를 불렀다.
K-Jazz의 1.5세대,
레전드 재즈 피아니스트
임인건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재즈 피아니스트이자 K-Jazz의 1세대 막내로 1987년 가수 조동진과의 활동을 계기로 음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었는데, 이후 한국 최초의 재즈클럽이었던 '야누스(Janus)에서 활동하며 이판근, 김수열, 강대관, 이동기, 박성연 등과 많은 공연과 연주를 함께 했다.
그는 1989년 자신의 첫 번째 피아노 솔로 앨범인 '비단구두'를 발표하며 K-Pop에 데뷔했는데, 그의 초기 음악들은 뉴에이지/포크적 정서의 피아노 솔로 중심의 연주곡들이 많았고, 2007년 '소혹성 B-612'에 이르러 서정적인 재즈 장르의 음악들을 앨범에 담기 시작하였다. 2011년에 발표된 'Infection Point'에 들어서서는 퓨전계열의 다양한 장르적 융복합을 시도하여 지치지 않는 그의 음악적 갈망을 보여주게 된다.
오늘 소개할 'Sunset(애월낙조)'의 원곡인 '애월낙조'가 다소 실험적인 연주곡으로 이 앨범에 실려있고, 2015년에 발표한 'All that Jeju'라는 앨범에서는 장필순, 조동익, 최성원 등이 함께한 다소 몽환적인 분위기가 매력적인 새로운 '애월낙조'가 비교적 대중에게 많이 알려져 있기도 하니 서로 비교해 보면서 감상해 보는 것도 재미난 일이 될 것 같다.
2013년 그는 '임인건 & Atman'이라는 Jazz, HipHop, Rock, Electronica 등의 장르를 아우르는 퓨전 재즈 그룹을 결성하고 '서울하늘, 제주하늘'이라는 앨범을 발표하는데, 새로움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은 그의 실험 정신과 특유의 감성이 복합되어 편안하면서도 높은 음악적 완성도를 선사하는 많은 곡들이 담겨있다.
그리운 야누스의
박성연!
그는 지금은 고인이 된 한국 재즈계의 대모 '박성연'의 헌정 앨범인 '야누스, 그 기억의 현재 (Janus, The Reminiscence)'를 2015년 발표하게 되는데, 개인적으로는 언제나 반갑게 나의 얼굴을 알아봐 주시며 반겨주셨던 그녀의 미소가 떠올라 앨범에 수록된 '바람이 부네요'를 들을 때마다 가슴이 뭉클해지기도 한다.
이후, 김목인, 이원술, 김두수, 이나래, BMK 등과 같은 아티스트와의 협업을 통해 다양한 디지털 싱글을 꾸준히 발매해 온 그는, 2025년 '누군가 어디에서 나를 기다리면 좋겠다'라는 디지털 싱글을 발표해 아직까지 식지 않는 음악적 열정을 대중에게 선보이고 있다.
서쪽하늘에 금빛 햇살이 쏟아지듯 심벌의 연주로 노을빛 물든 그때의 그 어느 날, 그 찬란한 풍경 속 안으로 들어오면, 따뜻하고 포근하게 느껴지는 기타, 일렉트릭 피아노, 베이스, 그리고 마치 파도의 소리처럼 귓가에 밀려왔다 사라지는 퍼커션의 연주가 참 오랫동안 기다려 왔다는 듯, 미소 지으며 나를 반겨주는 것만 같다.
그리고 어딘가 아버지 최성원과 참 많이 닮아있는 최지훈의 보컬이 조각조각 쪼개어 꼭꼭 숨겨놓았던 그 아이와의 희미하기만 한 기억들을 내게 전달해 준다. 최지훈은 2000년 초반부터 천년동안도, 야누스, 올댓재즈, 에반스 등에서 라이브 연주활동을 하였고, 밴드 어쿠스트릿을 결성 2009년 'Season 1, the 1st avenue'라는 앨범으로 K-Pop에 데뷔했다. 그리고, 2009년 6월에는 '대한민국 1번 국도'라는 솔로 앨범을 발매하기도 한다.
이 노래의 작사/작곡을 맡은 최성원과 임인건은 모두 제주도에 살고 있는 레전드 뮤지션으로 제주의 아름다운 풍경을 노래로 많이 담아내기도 했는데, '제주도의 푸른 밤'과 같은 노래는 아직까지 제주 하면 떠올라지는 명작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연주곡이었던 원곡 애월낙조에 이런 아름다운 가사를 붙일 수 있었던 건, 최성원이 가진 제주를 사랑하는 그 마음이 온전히 녹아져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 순간 감사해
내 옆에 너를
노을이 물든 너를
그리움과 외로움은 늘 친구처럼 날 따라다니고 있을지 모른다.
숨겨놓긴 했지만,
언젠가는 알 수밖에 없는 내 인생의 페이지 하단을 따뜻한 빛으로 데우는 주석과도 같이.
작사 : 최성원
작곡 : 임인건
노래 : 최지훈
언제부터 넌 말했지 노을을 보러 가고 싶다고
나도 거길 기억해 그때 보았던 그 노을
진주홍빛 구름들로 덮여 버렸던 하늘과 바다
믿을 수 없이 컸던 붉은 태양이 잠기던
누군가가 말했다지 슬프면 노을을 좋아한다
하지만 우리들은 아직 기억해 그 평화
이 순간 감사해 내 옆에 너를 노을이 물든 너를
조용히 다가온 푸른 밤하늘 어느새 초 저녁별이
(아래 링크를 클릭하면 노래로 바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