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려, Blue & blue : 2집 - 2008
숨은 K-Pop 명곡 전체 듣기
https://youtube.com/playlist?list=PLLlxikA5wuioeKnEXE1vbD93Gr_Basdrd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
근래 친구나 지인들 사이에서 유독 회자가 많이 되고 있는 드라마.
드라마의 내용은 손쉽게 키보드 몇번만 두드려 봐도 알 수 있기에, 굳이 이곳에서까지 스포일러의 부담을 덕지덕지 묻혀가며 리플레이를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다만, 이 드라마가 중년의 삶을 살고 있는 내 나이 또래의 사람들에게 특히 긴 울림을 주는 것은, 어쩌면 영원히 감추고 싶었던 요즘 우리 세대의 '치부'를 들켜버린 탓도 있을 테다.
그건 바로 지나치도록 높히 가져왔던 '자존심'이다.
내가 돈이 없지,
자존심이 없냐?
포스팅을 쓰고 있는 이번 주말이 되서야 드라마의 모든 회차가 공개될 예정이긴 하지만, 솔직히 난 어느 순간에서부터 이 드라마 보기를 멈춰버렸다. 처음엔 많이 닮아있는 나의 추잡스러운 일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데 대한 묘한 쾌감이 있었는데, 그가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할 때 쯤부터는 조금씩 뭔가 불편해 지기 시작했다.
한 때는 목숨보다 더 칼같이 지켜왔던 자존심.
평생 저 자존심을 태산보다 높이 지키며 사는 사람들도 있을테지만, 많은 사람들은 예고도 없이 불쑥 찾아온 어떤 계기나 사건 등을 통해 한번씩은 끝도 없는 자존심 나락의 맛을 보게 되기도 한다.
나의 경우는 바짝 믿어왔던 내 지식과 경험이, 최고의 업계 고수를 만나 무참히 박살나버리고 난 뒤, 그저 초라하고 보잘것 없었다는 걸 처음으로 느꼈을 때 그랬었던 것 같은데 세상엔 잠시 옆만 돌아보아도 수많은 고수들이 즐비하기에 함부로 얇은 지식으로 나대면 안된다는 인생의 교훈을 뼈져리게 느끼게 되었다.
이건 좀 다른 경우이긴 하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부터 서서히 느끼게 되는 '자존감'의 하락도 그 중 하나가 될 것 같은데, 가장 먼저 피부로 절실히 느끼게되는 하루가 다르게 늙어가는 외모, 더디기만 한 요즘 유행이나 지식의 습득, 어느새 구식과 비효율의 대명사가 되어버린 듯한 소통 방식 등이 나를 조금씩 양지에서 음지로 움츠러들게 한다.
그래서 언제나 겉으론 단단하지만 Cool해 보이도록 예쁜 포장지로 내 지저분한 온 몸을 감싸기에 급급하지만, 우린 점점 말이 없어지고 눈치 보는 일이 부쩍이나 많아진 것 같다.
보사노바 맛집,
Blue & blue 라는 그룹을
아시나요?
오늘 소개할 백예순다섯번째 K-Pop 숨은 명곡은 2008년 발매된 Blue & blue 2집에 수록된 황종률 작사/작곡/편곡의 '격려'라는 노래다.
Blue & blue는 국내 기타리스트이자 뮤지션인 황종률 1인 프로젝트 그룹으로, 황종률은 30여년전인 1994년 '대전으로 가는 고속버스 안에서'라는 곡으로 제 6회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은상을 수상하며 K-Pop에 데뷔했다.
참고로 6회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에서는 이젠 글로벌 거대 엔터테인먼트 기업이 된 기업 하이브의 수장이자 K-Pop의 세계화를 이끈 장본인인 '방시혁'이 '연가'라는 노래로 동상을 수상하기도 한다.
그는 대회 수상 이후 기타리스트, 작곡가, 사운드 엔지니어로 CCM, 가요 녹음 현장에서 활동을 시작하게 되는데, 우선 여러 CCM 음반의 녹음·믹싱, 편곡을 맡으며 기술과 감성의 경험을 차곡 차곡 쌓게 된다.
2002년 3월 그는 그동안 “언젠가 꼭 발표하자”는 마음으로 실제 수년의 오랜 시간동안 녹음해 둔 노래들을 모아 하늘과 바다가 모두 하나의 파란색이었던 풍경을 묘사한 프로젝트 그룹 'Blue & blue'의 1집을 발표하게 되는데, 1집은 그의 보사노바와 CCM 성향이 짙은 음악적 방향성이 그대로 묻어나는 연주앨범으로 당시엔 정통 보사노바를 추구하는 드문 앨범으로 평가 받았지만, 상업적으로 크게 성공했다고 볼 수는 없다.
그는 이후 CCM 아티스트 아침(The Morning) 등 여러 CCM 앨범의 작사/작곡/편곡 등 프로듀싱과 레코딩 엔지니어로 참여하면서 오늘 소개할 '격려'가 수록된 Blue & blue 2집을 2008년 발매하게되는데, 얼마나 그가 라틴 재즈인 보사노바에 대한 애착이 가득한지 알 수 있는 '완성형' 앨범으로 많은 애호가들로부터 찐사랑을 많이 받게 된다.
Blue & blue의 앨범이 정규 앨범 2집, 싱글 앨범 3장으로 그의 마지막 작품이 2014년인 10여년전인 것은 너무나도 아쉽고 안타까운 일이긴 하지만, 그는 오랫동안 함께 음악을 해왔던 지인이자 음악감독인 윤승렬과 2016년 전후 남성 듀오 ‘두 아저씨’ 결성하고 최근까지 보사노바 느낌이 가득한 싱글앨범과 정규앨범들을 발표하며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어 그의 팬으로서 응원과 격려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오늘 소개할 백예순다섯번째 숨은 명곡 '격려'가 수록된 Blue & blue 2집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답답한 일상에 대한 잠깐의 일탈을 상쾌한 보사노바에 담아 가을 소풍의 느낌으로 표현한 앨범인데, 반복된 삶에 지쳐 어느덧 훌쩍 나이가 들어버린 우리 일상의 소소한 일면 하나하나를 조곤조곤 아기자기하게 이야기해 준다.
재미있는 건 모든 이 앨범의 수록된 노래의 제목은 의도적이진 않았지만 모두 동일한 2자로 이루어져 있는데, 마지막 곡인 '자장가'에서 그 루틴이 깨지고 만다. 황종률은 곡 소개에서 마지막 곡 제목이 너무 고민, 갈등이 되었고 그냥 "자장"으로 할려고 했었다고도 한다.
또한 국내에서 널리 알려진 재즈 뮤지션 오종대, 송영주, 류인기, 하쥬리, 이승호 등의 연주와 지난 백예순한번째 숨은 명곡에서 소개한 재즈 보컬리스트 진호가 황종률의 멜로디와 함께 적절히 호흡을 이뤄 지나치지 않고 편안한 보사노바의 느낌을 담백하게 전하고 있다.
https://brunch.co.kr/@bynue/223
황종률의 편안한 기타 연주와 차분하고 감성적인 일렉피아노가 드럼 하이햇과 만나 라틴 특유의 보사노바 리듬을 타고 잔잔히 내 귓가에 들려오면 어느새 긴장했던 두 어깨는 '축~', 경직되었던 입가의 주름은 서서히 미소가 머금어 진다.
그리고 이어지는 담담하고 솔직하기만 그의 목소리.
그가 월등한 가창력을 뽐내는 우월한 보컬리스트라고 하긴 어렵다. 하지만 카를로스 조빔이나 아이반 린즈와 같은 보사노바의 대가의 노래들에서도 알 수 있듯이 기교없이 툭툭 내 던지는 솔직함 자체가 바로 보사노바가 가진 장르의 찐 매력이 되지 않나 싶고 황종률의 읖조리듯 털어놓는 담백한 일상의 이야기에 어느새 나는 그의 모습과 함께 하게 된다.
거울 앞에 서서
나에게 격려의 말을 한다
벌써 수백번이 변해버린 계절을 지나 반짝반짝 빛나던 나의 모습은 하나둘 사라지고 또 다른 오늘을 버텨내야만 하는, 이젠 보잘것 없이 늙어만 가는 흉칙한 나의 모습을 매일 아침 거울 앞에서 마주하게 된다.
이 노래를 들으면서 깨닿게 되는 건, 이 노래는 누군가의 힘겨운 하루를 구원해주는 거창한 노래가 아니라, “그래도 내 편은 나였지”라는 사실을 상기시켜 주는, '내 자신에게 건네는 응원'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오래 기다렸고, 여러 번 흔들렸고, 수많은 다짐과 믿음이 깨진 뒤에도 완전히 무너지지 않고 그 다음날 어떤 방식으로든 다시 거울 앞에 치열하게 서왔던 오뚜기 같았던 나.
생각해보면,
우리를 가장 오래 기다려 준 사람,
여전히 믿어주려고 애쓰는 사람은 허탈하게도,
다름 아닌 나 자신일 테다.
“누가 나 좀 위로해줬으면” 하고 싶은 날,
그 사람을 찾기 전에 이 노래처럼 거울 앞에 선 나의 모습 보며 외쳐보는 것도 좋겠다.
건강해라 정말.
잘생겼다 너는.
사랑해라 정말.
좋아해라 오늘.
작사 : 황종률
작곡 : 황종률
편곡 : 황종률
노래 : Blue & blue
오래된 기다림은 다짐했던
맘을 약하게 하는걸 알았다.
그래서 나서기 전 오늘 거울 앞에 서서
나에게 격려의 말을 한다.
건강해라 정말. 좋아해라 너는.
사랑하자 정말. 인내해라 오늘.
오랫동안 맘속에 했던 말은
모두 그렇게 되는 걸 알았다.
그래서 나서기 전 오늘 거울 앞에 서서
나에게 격려의 말을 한다.
건강해라 정말. 잘생겼다 너는.
사랑해라 정말. 좋아해라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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