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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큐지혜 Aug 08. 2024

(여름 숙소) 경기도 가평군 북면 [미유 풀빌라]

가성비 좋은 계곡 풀빌라

지독한 상반기였다. 2024년 들어 나는 나대로, 남편은 남편대로 타이밍 엇갈려가며 지독하게 바빴다.

함께 보낼 수 있는 휴가를 유독 고대했던 나날이었다.

조금만 참으면, 조금만 기다리면 올 거라던 여름휴가를 드디어 맞이하여

야심차게 준비한 풀빌라 바캉스(그런데 가성비를 최선으로 챙긴)





펜션명 : 미유 풀빌라 앤 스파펜션

주소 : 경기도 가평군 북면 멱골로 272번길 122

예약처 : 여기어때

투숙객실 : 풀빌라 독채 4동(스페인)





이미 많은 이들에게 '가성비 풀빌라'로 소문이 난 곳이다.

작년만 해도 10만원 대에 풀빌라를 즐길 수 있어 가족단위 여행객에게 인기가 많았던 것 같고

우리가 방문한 시점엔 약 15만원 가량을 지불했다.

8월초 한창 여름휴가 피크철인 것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가격대.

참고로 8월초 평일 1박 묵었다.

온수풀 비용(5만원) 현장결제 필수이다.

바비큐비용, 불멍비용 모두 현장결제이지만 우리는 하지 않았다.


가평군청 인근에서 식사를 하고 숙소로 향했다.

숙소는 가평군 시내에서 약 30분 정도 더 숲으로 들어간다.


여기부턴 중앙선 없음!


아기자기한 숲길을 달려 들어가다 보면 중앙선 없는 마을길을 만난다.

계곡에서 흘러내린 천을 따라 조금 더 산으로 올라간다.

마주 오는 차량이 제법 많지만 길목 중간중간 서로 길을 피해줄 만한 갓길이 잘 마련되어 있어 괜찮다.


지긋지긋한 장마가 참 지난한 여름이었다.

우리가 북면에 도착한 날엔 날씨마저 눈부셨다.

서울엔 여전히 먹구름이 가득했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


펜션들이 즐비한 계곡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드디어 목적지가 나온다.

펜션도 서서히 적어지기 시작하는 시점에 자리하고 있다.

덕분에 조용하고 때문에 벌레는 좀 많지만

네비게이션이 알려주는 길로 따라만 가면 되니 어려울 것도 없다.


객실명인 '스페인' 위에 작게 써있는 숫자가 각 호수를 의미한다.


주차공간엔 여유가 있어서 수월했다.

풀빌라로 운영되는 독채 펜션엔 각 건물 앞에 주차를 하면 된다.

00년대 감성인 벽화가 다소 부담스럽지만 이 세계관은 그런 거라고 여기며 하차.



체크인은 영국(...) 객실 오른쪽으로 난 계단 아래 사무실에서 진행된다.

안내된 체크인 시간은 3시부터였고 우리가 도착한 시간은 2시 10분 정도였다.

아직 객실정비가 다 되지 않아 곧장 입실은 할 수 없었다.

아마도 청소는 진작 다 끝났지만 객실 내 벌레 등을 처리하고 계신 것 같았다.

유난히 말벌이 많았다. 긴 다리 축 늘어뜨리고 객실 문간을 윙윙 날아다니던 말벌 두 마리...

(다음날 아침 퇴실 할 때엔 이상하게 모두 사라진 뒤였음. 늦잠 자나)


차량 아래에서 햇볕을 피하는 고영



가벼운 마음으로 동네 둘러보며 입실 기다리기.



펜션 이용객만을 위한 계곡 입구도 별도로 마련되어 있다.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아늑하게 계곡을 즐길 수 있다.

이미 다른 가족들 한 팀이 즐겁게 물놀이 중이라 사진을 전부 찍지는 못했다.

두세 가족 정도는 너끈히 여유롭게 한 스폿씩 차지하고 놀 만한 공간이 된다.


계곡 소리 시원하고, 물은 맑았다.

발을 담가볼까 싶었지만 금방 수영장에 들어갈 거니까 참기로.




인근엔 정말 아무 것도 없다.

농가와 멀찌감치 자리한 또 다른 펜션이 전부.

조용하고 인적도 드물다.


카페도 가려면 올라온 길을 차량으로 한참 되돌아 가야 하고

펜션은 매점도 운영하지 않는다.

다시 내려올 일 없게 만반의 준비를 해서 올라가야 한다.

배달도 당연히 안 되니 주의^0^

펜션 냉장고에 치킨집 배달 자석은 몇 개 붙어있었지만 별로 당기진 않았다.



갈 곳은 없고 날씨는 살인적이라 결국 다시 차 안으로 돌아왔다.

에어컨 켜고 펼쳐진 산세나 구경하는 게 최고다.


2시 50분 쯤 드디어 입실!




말벌 타이밍을 잘 피해 무사히 펜션 입실하면

특이하게 전실이 있고, 어린이 놀이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우리는 아이가 없어 곧장 스쳐지났지만 꼬맹이들 있는 집에선 이 공간이 꽤 유용할 것 같다.


전실 내부로 난 진짜 현관문을 따고 들어서면 펼쳐지는 객실.


현관 들어서자마자 오른쪽 침실1
현관 들어서자마자 왼쪽 욕실&화장실


많은 후기에서 미리 보고 갔던 것과 동일한 상황이었다.

00년대 인테리어는 어쩔 수 없으니 그러려니 하고,

다른 이들의 후기에서처럼 욕실은 다소 협소하고 침대는 딱딱하다.

그래도 오래된 것 치고 깨끗하고 침실 실내에 창문이 뚫려 있어 에어컨 바람도 곧잘 통하는 편이다.



거실과 계단 아래 부엌, 다이닝 공간.

대리석으로 바닥이 마감되어 있어 서늘할 정도로 시원하다.

아마 물놀이를 하다 방으로 돌아와 잠시 쉬어갈 때 편리한 바닥 마감재인 것 같다.

물 떨어져도 쉽게 닦아낼 수 있으니 관리도 수월하고.


소파가 엔틱한 것이  다소 독특한데

의외로 편하다.

누울 수 없는 게 단점이라는 누군가 후기처럼 정말 그것만 단점ㅎㅎㅎㅎ

발 뻗을 수 있는 스툴이라도 있으면 좋았으련만.

바스툴은 너무 높아서 발을 올렸더니 피가 안 통했다.



복층 계단을 오르면 나타나는 두 번째 침대.

복층에서도 굳이 허리를 굽히지 않아도 될 정도로 천고가 높다.

덕분에 개방감은 좋지만 아무래도 복층침실은 공기가 덥다.


각 침실이 나름 잘 분리되어 있어서(침실1은 커텐 있음)

두 가족 정도가 아이들과 함께 놀러와도 괜찮을 것 같았다.

거실도 좁지 않은 편이라 요/이불만 있다면 얼마든지 여럿 잘 수 있다.


거실 바깥쪽으로 이어지는 발코니로 나가면 개별 바비큐장, 수영장으로 이어진다.


불멍을 할 수 있는 공간도 보이고
풀장 앞 마운틴뷰


짜잔 드디어 대망의 프라이빗 풀.

벽화는 그나마 덜 부담스러운 편이다.

다른 객실보단 분명 산뜻함.


처음 풀에 딱 들어서자마자 느낀 소감은

1. 으! 후텁지근해!

2. 물비린내 나네ㅠㅠ

였지만, 물에 풍덩 들어가본 순간 모두 상관 없어진다.

물은 딱 적당하게 시원하고, 놀다보면 물비린내는 잊힌다.

이정도 연식에 이정도 관리면 충분히 괜찮다는 결론.


사진에만 이렇게 나온 게 아니라 생각보다 길이가 꽤 된다.

180짜리 성인 남성이 헤엄쳐서 나아갈 길이 정도는 된다.

폭도 약 170cm 가량은 됐던 것 같음.

대신 깊이는 대단하지 못하다.

성인이 발 딛고 섰을 때 허벅지 정도까지밖에 안 잠긴다.


염소 표백제를 사용한 물은 아니라 그런지 수영장 냄새는 없어서 좋았다.

풀 양쪽에 있는 주입구에서 계속해서 미온수가 공급되었다.

그래서 수영장 양쪽 끄트머리는 물이 따뜻하고, 중간은 물이 시원하다 ㅎㅎㅎ


성인 남성도 충분히 헤엄치며 놀 수 있다.


아무래도 프라이빗한 점이 최대 장점이었다.

우리끼리 이런저런 수다 떨며 아늑하게 물장구 칠 수 있어 좋았다.

중간중간 사진 찍기도 좋았다. 굳이 발수 목걸이 챙길 필요 없이, 물 밖에 휴대폰을 두기만 하면 되었다.

원하는 음악을 재생해두고 물에 두둥실 떠 있기도 했고,

특히 가장 좋은 건 창 너머 숲이 보인다는 점이었다.

창문이 열려 있어 계곡 소리도 시원하게 들어오고.


세심하게 마련된 건조대


약 1시간반 정도 신나게 놀고 물놀이는 접었다.

아이들이라면 세상 모르고 오래오래 놀겠지만

우리는 체력이 매우 유한한 어른...

보통 다른 수영장에 가도 1시간이면 그만하고 싶어지는 편이니 초과달성했다.


다른 후기를 보니 아침까지 풀장 온도가 잘 유지되는 편이라

여러번 물놀이를 즐겨도 좋다는데, 우리는 그러진 않았다.

그래서 더더욱 비싼 풀빌라는 우리와 어울리지 않는다.

이번 숙소는 그런 점에서 딱 맞아떨어졌다.


왼(추천) 오(비추천)


시내에서 사온 닭강정을 정신 없이 먹어치우고




아주 높은 위치에 매달린 벽걸이 TV로 무료영화도 즐겼다.

갑작스러운 <메트로폴리스(1927)>.


무성영화의 단조로운 음악소리를 들으며 몸이 노곤노곤해져 낮잠도 잤다.

몸이 곤하니 눕고 싶어 몸부림치다가 결국 이불을 끌어와 거실에서 깔고 덮고 했다 ㅎㅎ

대리석바닥 짱 차가워 ㅎ 짱 딱딱해 ㅎ

그러나 인간은 적응의 동물.

불편함보다 피곤함이 강력해서 그대로 퍼져버렸다.



해 떨어질 쯤 잠에서 깨어나 마지막으로 담아본 숙소 앞 전경.

거실 바닥에 누워 고개를 들면 테라스 밖으로 하늘과 숲이 보였다.


둘이서 잣막 1캔 다 못 마심


그리고 간단한 오늘의 저녁.

더워 죽겠는데 무슨 바비큐냐 싶어서 과감히 생략했다.

딱히 맛있는 음식을 공수할 열정 또한 부족해서

대충 골랐던 즉석밥.

치킨은 아까 물놀이 후 먹다 남은 녀석.


그래도 여행이니까 골라온 잣막걸리가 아니었으면 여행느낌 개코도 안 날 뻔했다 ㅎㅎ

캔 잣막은 병 잣막에 비해 훨씬 맛이나 풍미가 떨어졌다ㅠ

귀찮아도 페트병에 담긴 잣막으로 들고 올 걸.ㅠㅠ


아쉬우면 배달을 노려보기로 했는데

배달도 안 되는 위치이다 보니 어쩔 수 없었다.


이거 먹고 되나? 싶지만 충분했다.

중간에 과자도 열심히 먹어대서 오히려 배불러 꺽꺽 댐.


~그리고~

잠은 어느 침실에서 잤느냐 하면

본래 예정은 1층 침실에서 자기로 되어 있었지만

00년대 인테리어가 요상하게 무서워지는(...) 바람에

딱딱하지만 안정적인 거실에서 잠을 청했다.

컴컴한 수영장(피카소 벽화...)를 커텐으로 가리고.

놀랍게도 피곤해서 그냥 잘 자긴 잠.



그리고 아침밥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누가 우리 휴가를 자취생 눈물밥상으로 만든 거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별로 남긴 음식 없이

알맞게 싹 먹고 딱 털고 왔다고요 ㅋㅋㅋㅋㅋ 아악ㅋㅋㅋ 정리하다 보니 너무 웃기네

가성비에 미친 부부 같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도 안 시켰지만 7시에 눈 떠서

9시 조금 넘어 퇴실했다.

유유자적 조용한 숲길을 되돌아 나오고 싶어서.



산에 둘러싸여 아늑하고 고요한 귀가길이었다.

(북면까지만. 서울은 길 왕막힘)



병풍처럼 둘러진 숲길이 좋았으니 역시 잘 다녀왔다.


숙소 인테리어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사람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괜찮은 숙소일 것이다.

요즘 같은 피크에 무려 프라이빗풀빌라를 10만원대에 누릴 수 있다는 게 말도 안 되는 일이니까.

조금만 더 세련되어지면 30만원~60만원은 되어버렸을 터다.


조금 더 체력이 좋고 활동적인 스타일이었다면

수영장도 몇 번은 들어가고, 계곡도 좀 다니며 놀았겠지.

그랬으면 이 가격에(미온수포함 20) 이정도 위치라는 게 믿기지 않는 수준이다.

아무에게도 알려주고 싶지 않은 보물일지도.

i*i 우리 부부에게는 괜찮은 풀빌라 경험이었다.



마지막 사진은 가평군청 인근 식당에서 받은 잣엿 사진.

진짜 가평 잣으로 만들었다는 엿은 리뷰이벤트로 받아낸 선물인데, 진짜 잣맛이 가득 났다.

잣 한 통 사올걸. 괜히 아쉽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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