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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큐지혜 Oct 30. 2024

(힐링 숙소) 경기도 파주시 교하읍 [지지향]

책과 함께 하는 조용한 호텔

괜찮았던 숙소나 여행지가 있으면 "또 오자"고 이야기하지만 막상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이왕 가는 것 새로운 경험을 하고 싶은 스타일이기 때문이기도 해서 더더욱. 그런데 이번 숙소는 그야말로 '또 간 집'이다. 그것도 남편이 먼저 원해서 기쁜 마음으로 재방문했다. 집을 나서자는 소리를 좀체 하지 않는 스타일인 사람인 걸 알기에 더더욱 기쁘게 찾았다. 그간 함께 했던 다양한 여행이 그에게도 좋은 추억으로 남았음을 알 수 있어 참 벅찬 순간이었다.


처음 지지향을 찾았던 것은 

1. 서울근교,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음.

2. 자연과 멀지 않고 사람을 피할 수 있는 고즈넉한 장소임.

3. 적당한 가격에 독특한 컨셉이 있어 매력 있음.

위 세 가지 이유였다. 그리고 처음과 똑같은 이유로 다시 찾았다. 약 2년 만이다. 그때와 지금의 차이점은 직접 자가용을 끌고 갔냐, 아니냐, 정도. 그때는 자차가 없을 때라 택시를 탔고 이번엔 차를 끌고 갔다. 당연히 차가 있는 편이 편하다. 하지만 어차피 여행 삼아 떠난 것, 구불구불 대중교통이나 통 큰 택시 이용도 크게 나쁜 선택지는 아니다.






호텔명 : 지지향

주소 : 경기 파주시 회동길 145

예약처 : 공식홈페이지 https://jijihyang.com/

투숙객실 : 503호

주차가능, 조식가능





이미 갈 사람은 다 가본 곳일지 모른다. '라이브러리스테이'를 지향하며 파주 출판단지 한가운데에 떡하니 자리 잡은 곳. '지혜의 숲'이라는 방대한 기증도서관과 이웃하여 한 건물 내에 위치한 호텔이다. 호텔이란 이름을 붙이기엔 다소 머쓱한 시설이지만, 그래도 호텔은 호텔이다. 독특한 컨셉에 충실한 공간이라는 점에서 가산점 백만 개.


집에서 파주가 그리 멀지 않은 편이어서 부담 없이 나섰다. 자유로를 시원하게 달려 약 3~40분 정도면 도착한다. 처음 파주의 매력을 알게 해 준 곳은 헤이리마을이었고, 그다음이 출판단지였다. 출판단지를 처음 알았을 때는 나만의 보석을 발견한 것처럼 기뻤더랬다. 조용한 거리, 무성한 나무와 숲, 예쁜 건축물로 가득한 거리가 묘하게 이국적이기까지 했다. 


그래서 지지향의 매력이 더욱 살아난다. 그 독특한 풍경 한복판에서 하룻밤을 보낼 수 있다니. 뚜벅이에게도 찰떡콩떡인 숙소다. 

출판단지라는 사실은 큰 장점이자 곧 단점이기도 하다. 시골에 자리한 특수 목적의 기업단지라 직장인 출퇴근 시간이 아니면 다소 휑해진다. 조금이라도 늦은 저녁을 먹을라 치면 여간 곤란한 게 아니다. 식당이 일찍 문을 닫는다. 그래서 2년 전 첫 방문 때는 적잖이 당황했다. 파주 맛집이 많고 조금만 나가면 카페촌, 브런치거리가 즐비하지만 걸어서는 애매한 거리이기 때문이다. 번번이 택시를 부르자니 좀 곤란한 정도. 자차가 없으면 마냥 편하다고만은 할 수 없다.



그래도 지지향을 또 간 이유는 바로 이런 것이다. 호텔 1층 문발살롱에 앉아 내다보는 뷰. 쾌청한 가을하늘과 푸르른 나무가 어우러진 창이 활짝 열린다. 아예 폴딩도어를 열어젖힌 것이라 바람도 시원하게 통하고 굉장한 개방감을 준다. 문을 열자 사람들이 홀린 듯 문밖으로 걸어 나가 잔디 위를 거닐었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 이세계로 나가듯 그랬다.


문발살롱은 '리파크'라는 카페를 이용하거나 투숙객인 경우에만 사용할 수 있다. 둘 다 해당되지 않는 경우엔 문발살롱을 이용할 수 없다고 안내한다. 대신 좁다란 문으로 이어진 '지혜의 숲'을 이용할 수 있다.


지혜의 숲이 훨씬 넓지만 문발살롱 인기가 더 좋다. 아무래도 예쁘게 꾸며진 실내가 주는 만족감이 있기 때문인 것 같다. 편안한 소파에 앉아 스툴에 발을 올려놓고 책을 읽는 자연스러운 분위기가 좋다. 조용한 가운데에 음악이 흐르고, 사람들은 대부분 책을 읽는다. 요즘 같은 시대에 휴대폰보다 책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 비중이 이토록 압도적인 곳이 또 있을까.



열린 문 밖으로 나가면 숲길을 조금 걸을 수 있다. 길이 없는 것처럼 보여서 모험심을 자극하는데, 실은 바닥에 야자매트가 깔려 있어 산책로임을 알 수 있다. 남편과 RPG 모험객처럼 숲길을 조금 걸었다. 짧은 거리지만 꽤 즐거웠다. 도시에선 만날 수 없는 풍경이다.



굳이 지지향 앞길 산책로가 아니더라도 출판단지 곳곳엔 이런 숲이 우거져 있다. 지극히 현대적이고 감각적인 건물들 사이로 사람 손이 닿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숲이 마음껏 흐드러져 있다. 그래서 파주가 좋다. 2분만 걸어 나가도 이런 초록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이 감동적이다.


숙소 체크인은 오후 3시이다. 일찍 도착했다고 해서 얼리체크인 해주지는 않는다. 일반적인 호텔처럼 고객을 위한 서비스 같은 건 크게 기대하지 않는 편이 좋다. 원칙 대로 착착, 체크인은 3시, 체크아웃은 익일 11시.


건물은 그리 높지 않다. 5층이 제일 고층이다. 제일 고층인 5층, 503호로 배정되었다. 엘리베이터로 올라가면 이런 뷰를 만난다.

 

사진은 해질녘에.


거대한 도서관처럼 책장이 늘어서 있고 맞은편에는 객실문이 있다. 객실 앞으로 쭉 늘어선 책장에도 장서가 빼곡하다. 모든 책은 지지향의 장서라 객실에서 보고 제자리에 돌려다 놓을 수 있다.


지혜의 숲 도서도 대여해서 객실에서 읽고 반납할 수 있다. 문발살롱의 도서는 살롱 내에서만 읽을 수 있다고 하니 주의. 



객실에 들어서면 온통 목재로 이루어진 객실이 나타난다. 나름 채광 좋은 창이 감각적인 시스루 커튼과 함께 자리하고 있어 마음에 든다.


욕실은 그럭저럭 한 편. 샤워부스가 따로 설치되어 있고 세면대 옆 공간도 꽤 넓어 은근 쓸모가 있다. 줄눈의 곰팡이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는 다른 블로그를 본 것도 같은데, 그냥 그러려니 한다. 2~3성급 호텔 정도 수준이라고 생각하면 좋다.



나름 갖출 것은 다 갖추고 있다. 다회용기에 샴푸, 바디워시, 핸드워시가 있고 비데도 있다. 비데는 전원이 분명 들어와 있는데 세정기능은 작동하지 않았다(...?).


물살 좋고 뜨거운 물 잘 나온다. 배수도 아쉽지 않았다.


안 좋은 점이라면 오래된 나무 문. 여닫는 데에 힘이 너무 많이 들어가고 닫을 때마다 쾅! 하는 나무 부딪치는 소음이 크게 발생했다. 모든 방이 그럴 것 같지는 않지만 이번 방은 뽑기 실패. 소리가 쾅쾅 나는 게 신경 쓰여서 문을 덜 닫고 쓰게 되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그 정도로 문이 잘 안 닫히고 소음이 컸다. 


수건은 큰 수건 2장, 일반 수건 2장. 2인 1박 기준으로 그렇게 4장 제공되는 것 같다.



입구 오른쪽으로 옷장 잘 마련되어 있고,



침대는 요렇게. 담백한 싱글침대 두 개. 



지지향은 더블침대가 없다. 온돌방이냐, 침대방이냐 선택지만 가능한데 침대방이라면 무조건 트윈이다. 침대 하나 사이즈는 성인 한 명이 누우면 딱 맞는 규격으로, 좀 작다고 느껴진다. 많이 뒤척이는 편이라면 잘 때 좀 걱정되는 수준.


아마 많은 사람들이 침대를 붙여서 사용하는 것 같다. 붙여도 매트리스가 잘 밀려나니 조심해야 하긴 마찬가지이지만, 떨어질까 싶은 염려가 덜어진다. 훨씬 잠자리를 넓게 쓸 수도 있고. 조금만 힘주면 쉽게 밀린다. 침대가 밀려난 아래 바닥은 묵은 먼지 없이 깨끗했다.



갖출 것은 모두 갖춘 형태다. 짐을 놓아둘 수 있는 공간, 냉장고 칸, 서랍, 화장대, 책상에 책장까지.



무료로 제공되는 생수 두 병이 냉장고에 가지런히 들어 있다. 헤어드라이어도 있어 유용하게 사용했다.

다만 커피포트는 없다. 뜨거운 물이 필요하면 1층에 24시간 운영하는 편의점을 이용하며 활용해야 할 것 같다.



객실마다 다른 책이 꽂혀 있는 지지향 매력포인트 책상. 많은 호텔을 다녀봤지만 지지향 책상만큼 앉아서 작업하고 싶은 곳이 없다. 창 바로 옆에 나 있는 위치 포인트도 마음에 드는데, 원목으로 꾸며진 저 아늑한 느낌이 유난히 마음에 든다.



작업하기 좋게 콘센트도 잘 되어 있다. 



책 읽기 딱 좋은 의자. 간단한 식사를 해도 좋겠다. 이용하진 않았지만 배달도 많이 되는 것 같던데. 저녁식사는 객실에서 오붓하게 해도 괜찮을 것 같다.



지지향의 컨셉에 맞추어 객실엔 TV가 없다. 디지털 디톡스가 되면 좋을 텐데, 애석하게도 TV의 빈자리를 휴대폰이 대신했다. 별로 휴대폰을 많이 사용하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다음날 어깨가 조금 결렸다. (...)



창밖으로 펼쳐진 풍경은 이렇다. 야트막한 출판단지의 스카이라인과 커다란 나무, 하늘이 조화롭다. 이 맛에 지지향 오지, 다시 한번 감탄.



객실 복도를 따라 걷다 보면 이런 공간을 만난다. 나름 시원하게 뚫린 창밖 뷰를 내다보며 소파에 앉아 책을 읽기 좋아 보인다. 두런두런 수다를 나누기도 좋아 보이고.


객실과 객실 사이엔 이런 독특한 공간도 있다. 커다란 공용 발코니인 셈인데, 편안한 캠핑의자가 몇 개 놓여 있어 자유롭게 앉아 휴식할 수 있다. 


사진은 해가 넘어갈 때 찍었다. 사진엔 이렇게 보여도 사실 굉장히 눈 부신 낙조였다. 정서향이라 낭만적으로 해 지는 장면을 보기보단 선글라스 없이는 시력에 문제 생길 것 같은 조도. 그래도 사진은 멋지게 나왔다. 만족.



해가 떨어진 뒤엔 다시 문발살롱으로 향했다. 투숙객은 문발살롱을 24시간 이용할 수 있다. 문발살롱 내에서 운영하는 리파크 카페는 10시면 영업을 종료하고, 그 이후는 투숙객만을 위한 시간이다. 


우리가 내려가 각자 작업이나 독서를 한 시간은 8시 반쯤. 그래서 기분도 낼 겸 음료도 한 잔씩 곁들였다. 원한다면 와인도 마실 수 있다. 와인 한 잔에 책을 읽는 사람이 꽤  많이 보였다. 제법 낭만적인 선택인 듯. 다음엔 나도 와인을 마셔야지.



꿀잠 이후 아침엔 조식당으로. 지지향 2층에 자리한 문발식당이다. 오전엔 호텔 투숙객을 위한 조식당으로 이용되고 점심, 저녁식사 모두 가능하다.


조식은 체크인 시 사전 신청한 사람에 한해서만 이용가능하다. 비용은 성인 1인 11,000원. 체크인 시 식권을 함께 준다. 조식당에 입장하며 제출하면 된다.



조식은 이렇게. 가짓수가 많은 건 아니지만 한식, 양식 정도로 괜찮게 즐길 수 있다. 편의점 도시락 먹는 것보다는 재미있고 일반적인 호텔 조식 상상하면 대실망한다. 1만1천원의 가격임을 감안하자. 과일과 채소도 신선하고 반찬도 개인적으로는 맛있게 느꼈다. 다만... 기동력이 좋다면 굳이 호텔에서 조식 먹지 말고 나가서 인근 조식 맛집에서 식사를 하는 것도 나쁘진 않겠다. 딱 그 정도 조식이다.


어쩐지 혹평을 많이 한 것 같지만 소감은 그렇지 않다.

호텔이라 부르기에 다소 애매한 시설과 서비스라 그런 것일 뿐, 지지향의 매력은 전혀 다른 곳에 있다는 걸 명심하자. 심심하러 갔고, 심심해서 만족했다던 남편의 말처럼 지지향은 그런 곳이다. 독파할 책 한 권 가져가면 더없이 좋은 휴식처다. 심심할 계획이 아니었던 나는 조금 무료해하기도 했지만 몇 시간 후엔 적응하고 편안하게 보냈다. 


또 갈 것 같다. 사람에 치이고 도시가 지겨운 어느 날, 가장 쉽게 떠날 수 있는 여행지이다.



마지막 사진은 인근에서 맛있게 저녁을 먹었던 곳으로...! 잔반 없이 싹싹 긁어먹은 집은 기록해 둬야지. 다음에 또 가고 싶은 집, 부모님 모시고 가서 식사하고 싶은 집. 추천합니다. 건강하고 맛있는 한식을 원한다면 가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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