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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은 Oct 30. 2021

[사진전] 그들이 있던 시간

한영수, 이노우에 코지 사진전


사진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해서 사진전을 자주 찾진 않는데, 서학동 사진관에서 괜찮은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고 해서 다녀왔다.



그들이 있던 시간 한국의 한영수 작가(1933-1999) 일본의 이노우에 코지 작가(1919-1993) 공동사진전이다. 공동사진전이라고 하면  작가가 함께 기획한 사진전이라고 생각할  있지만, 사실  작가는 생전에 만난 적도, 서로의 작품을  적도 없다. 시간이 많이 흐른 , 한영수 작가의 딸인 한선정 씨와 이노우에 코지 작가의 아들인 이노우에 하지메 씨가 우연히 서로의 아버지의 사진을 접하게 되고,  작가의 사진  공통점을 발견한 그들이 함께  사진전을 기획했다.


이노우에 코지’후쿠오카’(위), 한영수’서울 남대문’(아래)


이노우에 코지’후쿠오카’(위), 한영수 작가 ‘서울’(아래)
이노우에 코지’후쿠오카’(왼쪽), 한영수’서울’(오른쪽)


두 작가는 같은 시기(1950~60년대)의 한국과 일본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한 사람이 찍었다고 해도 믿을 수 있을 만큼 겹쳐지는 두 작가의 사진들 속에서 우리는 전쟁 후 혼란한 시기에도 이어지는 하루하루의 생활을 발견한다. 그 시절의 한국과 일본에서의 시민들의 삶의 모습이 비슷한 것도 신기하지만, 사실 두 작가의 가장 의미 있는 공통점은 ‘시선’에 있다. 고달픈 삶의 모습이 아닌 평범한 시민들의 일상을 담백하게 담아내는 것은 혼란스러운 시대를 살아가는 예술가로서 하기 쉬운 작업은 아니었을 것이다.


예술의 기능 중 하나는 ‘기록’이다. 우리는 과거의 문학과 미술작품을 보고 그 시기의 사회적 분위기와 중요시했던 가치 등을 찾아낸다. 큰 역사적 사건을 직접적으로 다루는 예술작품뿐만 아니라 두 작가의 사진처럼 평범한 시민들의 모습을 담은 작품들도 기록으로서의 큰 학술적 가치를 지닌다. 두 작가의 자녀들이 그들의 아버지의 작품의 가치를 보존하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훌륭한 기획전시라고 생각한다.


마침 내가 방문했던 날에 한영수 작가의 딸인 한선정(한영수문화재단 대표)씨의 인터뷰가 있어서 사진전을 기획하게 된 이야기와 한영수 작가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는데, 동시대 아시아 사진작가들에 대한 관심도가 낮은 것에 대한 아쉬움이 이 사진전을 기획한 의도 중 하나였다고 말했다. 주류(mainstream)가 아닌 이상 다른 사람들이 알아주기를 바라고 있기보다는 나서서 알리려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한데, 그런 의미에서 가치를 아는 사람들만이 가치 있는 것을 보존할 수 있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되었다.



이번 사진전의 기획 의도가 한영수 작가와 이노우에 코지 작가의 사진 속 공통점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각 작가의 사진의 특징을 알기는 힘들었다는 것이 유일하게 아쉬운 점이었지만, 기획의도에 충실한 전시와 그로 인해 느낄 수 있었던 뚜렷한 목적과 의미만으로도 훌륭한 사진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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