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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결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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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원 Nov 22. 2021

결 에게 #3


결아, 오랜만이야.

어떤 하루를 보내고 있어? 여긴 우중충해. 날씨도, 나도 모든 것들이. 괜히 슬픈 노래의 가삿말들이 모두 내 이야기 같은 그런 날들이 있기 마련이잖아. 그런 마련의 나날을 보내는 중이야.


'견고하게 버티기'


삶을 살다 보니 하루를 살아가는 날보다 버티게 되는 날이 더 많은 것 같아. 이를 악물기도 하고 굳은살이 배긴 지도 모르게 펜을 꽉 쥐기도 하고 잘 버티는 게 잘 사는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어 버틸 줄 아는 사람이 결국엔 미소를 짓게 되는 거지


무엇이든지 무엇이 되었든지 버틴 자들 만이 아는 그곳에 도달하여서 말이야. 버텨내야만 얻을 수 있는 것들이 있어


늙는다는 것도 버틴 자들이 누릴 수 있는

또 다른 영광이야

백발 할머니가 되는 것도 버틴 자들이

누릴 수 있는 혜택이라 생각하면

백발의 머리가 정말 대단하게 느껴지지 않니

머리가 저렇게 희고 아름답게 물드는

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것들을 떠나고 보내고

버티어내셨을까


작은 꿈이 생겼어

백발 할머니가 되어서 여유 있는 미소를 짓는 꿈

희게 물든 내 머리를 염색하지 않고

희면 흰 대로 멋지게 뽐내고

짧고 단정한 숏커트에 알록달록한 스카프를 멋지게 두를 거야

그리고 크고 작은 식물들을 키울 거야

식물들이 꽃을 피우고 시들어 봉오리를 떨구는 일을

애정 어리게 보살피면서 사계를 보낼 거야

다시 찾아올 사계를 기다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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