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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원 Nov 23. 2021

흐린 눈동자를 하고 걸어요

 흐린 날씨가 눈동자에 가득 담깁니다. 머릿속에는 뿌연 안개가 자욱하게 내려 앉고, 어디가 앞이고 어디가 뒤인지 모르는 곳을 정처 없이 걸어가는 기분이 듭니다. 표지판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고, 멈춰야 하는지 나아가야 하는지 신호등  보이지 않습니다. 깜박이는 황색 불만이 저를 반겨주는 하루의 연속입니다. 황색  앞에서 저는 자꾸만 망설입니다. 가야 할지 기다려야 할지 돌아가야 할지. 가다가 다른 어딘가로부터 마주 오는 무언가와 충돌을 하면 어떡하나,  않아서 뒤따르던 것들로부터 부딪히면 어떡하나 싶어서 자주 주춤거립니다. 흐린 날에도 이따금 해가  때면 눈이 부셔 미간에 강이 흐릅니다. 비가    서늘한 기온에 모여있던 이슬이 볼을 타고 - 떨어집니다. 새벽녘의 바람은 삭막한 모래바람을 일으킵니다. 바람이 크게 부는 날에는 방파제도 삼킬 듯이   파도가 일렁입니다. 요즘 저의 하루는 이렇습니다. 한없이 공허합니다. 구멍 뚫린 항아리에 물을 퍼다 나르면서 채워지길 바라  기분이 들어요. 저의 존재가치에 대한 생각을 떨쳐   없습니다. 챙기고   사람들은 많은데 막상  자신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모습이 한심하기 그지 없습니다. 현재를 살지 못하고 마음이 미래에  있어 온종일 불안합니다.  없이 달리  있는데 돌아보면 제자리입니다. 러닝머신 위에서 냅다 달리는 기분이 들어요. 어디에도 마음을  수가 없습니다. 내려놓는 순간 사라져버릴 것만 같아서 초조한 마음을 떨리는 손으로 간신히 부여잡고 있습니다. 누군가  마음을   것만 같습니다. 이리도 울렁이는 저는 누군가에게 동경의 대상이 되기도합니다. 이런 제가  군가의 동경의 대상이   있는 건가요? 압박감과 부담감이  큽니다.   람이 되어야만 한다는 강박이 옥죄여옵니다.  사람이 되는  무언지  모르 겠습니다. 사회적 지위? 마음의 넓이? 씀씀이? 포용력? 무엇이 커야  사람인 걸까요.  사람의 정의조차 내리지 못하고서  사람이 되겠다 합니다. 얼마나 모순인 가요. 모순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어쩌면 그럴듯한 모순의 삶은 나쁘지 않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사이에서 오는 괴리를 이겨낼 자신이  어요. 괴리감은  저를  먹을 테니까요. 두서없는 글처럼 두서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위로가 필요한 건지, 응원이 필요한 건지,  없는 포옹이 필요한 건지.  모르겠습니다.  모르겠는 하루입니다. 그럼에도 건강히 살아가고 있는  삶에 감사와 행복을 느껴요. 작고 깊은숨을 천천히 들이쉬고 내뱉습니다. 호흡을 가다듬고, 일단 살아보기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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