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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엠마 B Aug 03. 2022

포틀랜드 근교 와이너리

포틀랜드 여행 3- 와이너리 나 와 이러니


무라카미 하루키는 테마별 여행을 좋아해서 시코쿠에서  우동 여행을 , 사케가 좋아 니카타를 다녀왔다. 그리고 위스키가 좋아 위스키 공장을 방문하고  현지의 장인들을 만나기 위해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에 갔다. 스코틀랜드의 아일레이섬에서는  몰트 위스키, 아일랜드로 건너와선 아이리쉬 위스키를 마셨다. 또한 와인이 좋아 이태리의 토스카나 지역과 캘리포니아의 나파밸리에 다녀온 작가이면서 탁월한 여행가이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스코틀랜드에서  각각 다른 곳에서 만든 싱글 몰트를 시음한 것처럼 와인도 여러 곳에 위치한 와이너리를 방문하여 와인을 시음할 수 있다. 오레곤 주(Oregon State) 포틀랜드 주변에도 와이너리가 많이 있다. 와이너리 하면 프랑스 시골의 끝없이 펼쳐진 포도밭 사이에 은밀히 감춰진 토굴 같은 곳이 떠 오른다. 거기에서 숙성되고 있는 오크 통속의 와인은 장인들의 손을 거쳐 까다로운 공정을 거친 후 그들만의 독특한 와인으로 만들어진다. 품종이 다른 포도의 수확된 연도에 따라 그해의 기후로 와인 맛을 예측하며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는 그곳은 내가 항상 가보고 싶은 곳이었다.


오레곤 주에는 포도밭과 와인을 생산하는 곳이 많다. 포도를 수확하는 데 알맞은 기후와 토양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오레곤주에서 생산되는 와인은 처음에 들었을때 다소 생소하게 다가왔다. 프랑스, 이태리, 호주, 그리고 캘리포니아산 와인을 주로 마셨는데  오레곤주에서 생산되는 와인은 어떤 맛일까 궁금했다.  오레곤주에서 생산된 와인은 의외로 나의 목을 술술 잘 넘어갔으며  계속 생각나게 하는 맛이었다.


포틀랜드 시내에서 한 시간 정도 차로 가다 보면 능선 위로 포도밭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넓은 포도밭마다  있는 와이너리들은 사람들을 유혹하는데, 그중 Drounhin에 있는 와이너리에 예약을 했다.


평화롭고 한가롭게 따가운 햇빛을 받고 있는 포도밭은 빌딩에 둘러싸인 서울에서의 복잡한 도로와 소음, 삶을 잊게 해 주었다.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 마리아가 숨 막히는 수도원에서 뛰쳐나와 넓은 들판에서 마음껏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오버랩 되었다. 활력소가 첨가되어 있는 산소를 공급해 주는 이 세상 어딘가에 존재할지 모르는 미지의 장소처럼 포도밭이 펼쳐진 광경은 평화로움과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 주었다.


예약한 시간에 도착하여 포도밭이 보이는 야외 테이블로 안내를 받아 앉았다. 벌써 와인에 취한 듯 기분 좋음이 느껴졌다. 안내를 해준 사람은 곧 다른 직원이 와서 우리를 봐줄 거라고 했다. 기다리고 있는 동안 다른 테이블을 봤더니 한 테이블당 한 명의 직원이 와인을 설명해 주고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었다. 우리 테이블에는 레드 와인을 떠올리게 하는 립스틱을 바른 젊은 여자분이 반갑게 인사를 했다.


어디서 왔느냐고 묻는 첫인사는 다른 나라나 미국의 여러 지역에서 많이 온다는 것을 알수 있었다.  와인잔에 참새 눈물만큼  번째 와인을 부어주었다. 너무 인색하다 싶었는데, 치즈와 크래커를 안주 삼아 먹었더니 배도 블러 오고  번째 와인쯤 되자 참새 눈물만큼의 와인도  마시기가 힘들었다. 각각 다른 와인을 시음할때마다 우리에게 설명을  주는 직원은   마시고 남은 와인을 다음 와인을 위해 미련없이 풀밭으로 쏟아 부었다.  풀밭은 물대신 와인을 마시고 자랐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리쬐는 햇볕 아래  위대한 개츠비가 사는 맨션의 테라스 차양 아래에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숨쉬고 있는 공기와 바라보는 경치는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웠다. 현재의 기분에만 충실할 수 있도록 배려한 와이너리는 잠시 다른 세상에 머물고 있는 듯한 기분을 들게 해 주었다.  경치에 취하고 와인과 가족이 함께하는 행복감에 취해버렸다.


나 와 이러니, 이렇게 기분 좋아도 되는 거니라고 스스로에게 몇 번이나 물었다. 돌아오는 대답은 "예스, 옛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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