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멘토였던 A(Ace)는 맏딸로서 부모님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개인주의를 일찌감치 주장해 독립적인 생활을 했다. 그런 A와는 달리 B(Best)는 고등학교 입학한 첫날 당당히 보육원에서 지낸다고 같은 반 친구들 앞에서 밝혔다. 반 아이들은 상당히 충격을 받았다. 나는 B의 폭탄발언에 등골이 오싹해짐을 느꼈다. 음소거가 된 것처럼 갑자기 사방이 침묵 속에서 신음하고 있었다.
나는 B의 용기에 박수를 보냈으며 그때부터 B는 나의 멘토가 되리란 예감이 들었다. 우리의 관심사는 오로지 공부였다. B는 보육원에서 공부를 잘하는 아이로 소문이 나 특별히 보육원 엄마의 사랑을 많이 받았다. 밤 10시면 불을 꺼야 하는 단체 생활이었지만 B에게는 특별히 계속 공부해도 좋다는 허락을 해 주었다.
우린 어렵게 풀었던 수학 문제, 영어 단어 , 앞으로 펼쳐질 우리의 꿈에 대해 쉴 새 없이 이야기를 했으며 방과 후 버스 정류장에서 헤어질 때면 아쉬워 빨리 내일이 되길 고대했었다. B는 대학에 갈 형편이 되지 못했지만 입학금만 내주면 나머지 학기는 장학금을 받겠다고 보육원 엄마께 간절히 애원하여 대학에 진학한 후 그녀의 말처럼 석사 학위를 받을 때까지 보육원 원장님의 지갑을 열게 하지 않았다.
나는 한의사가 되었고 B는 원예학 석사학위까지 받은 후 신학대학원에 다시 진학하여 목사님이 되었다. 내가 방향을 잃고 있을 때 B는 어김없이 내 앞에 나타나 주었고, 어떻게 하면 길을 찾을 수 있는지 같이 고민해 주었다.
B는 나의 멘토로써, 끈기와 인내를 몸소 실천하며 보여 주었다. 나는 의지박약으로 쉽게 좌절하고 힘들다 싶은 건 시도도 안 해보고 포기하기 일쑤였는데, B는 보육원에서의 생활을 꿋꿋하게 견뎌내며 버텨냈다. 일요일을 제외한 주 6일 동안 대학 도서관에서 바윗덩어리처럼 꼼짝 않고 앉아 밤늦게까지 공부했다.
내 인생을 비춰 준 두 멘토는 나에게 노력 부족과 인내심 부족을 일깨워 주었다. 그것은 지금까지도 적용시키고 있는 인생의 중요한 가치관이다. 독서의 힘을 보여주었고 잠재력이 있다고 말해준 Ace와 끈기와 노력이 뭔지 제대로 보여준 Best에게 언젠가 나는 글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다.
요즘 브런치에 꾸준하게 글을 올리지 못했다. 반성하는 마음으로 나의 멘토가 되었던 A와 B를 떠 올리며 마음을 다 잡아 본다. 나에게 숨겨져 있는 잠재된 능력을 꾸준함과 인내, 끈기를 가지고 글로 옮기는 일에 다시 집중할 생각이다. 그동안 나의 마음을 어지럽혔던 일들로 글이 떠오르질 않았으며, 한 번의 게으름은 두 번, 세 번 그러다 양심의 가책도 느끼지 않고 계속 이어졌다. B가 뵤여준 극한의 인내와 노력까지 따라가진 못하더라도 그 정신을 본받아 글쓰기에 더욱 진심이고 싶다.
A와 B가 지금 내 곁에 있다면 이렇게 말할 테지. 멈추지 말고 계속 가라고. 그리고 도전하고 노력하는 나의 모습이 멋있다고 말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