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인생책이라고 함부로 받아들이지 말자
많은 사람들이 『레버리지』를 인생책으로 꼽는다. 책을 정독해 보면 그 이유를 충분히 알 수 있다. 특히 레버리지를 단순히 부채를 통해 투자를 하는 것으로 한정하여 생각했던 나 같은 사람이나 인생에 있어서 가치의 중요도를 따지지 않고 모든 것을 동일하게 열심히 했던 사람들에게는 인생 전체를 레버리지 한다는 컨셉 자체가 꽤 충격적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도 책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나쁘지 않았다고 본다. 다양한 멘탈 모델들을 제안했으며 저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대부분의 메시지는 꽤 유용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책을 반복적으로 읽을수록 책 자체에 허술한 점들이 많이 보였다.
내가 생각하는 레버리지 책이 별로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다른 경영서적에서 볼 수 있는 멘탈 모델들을 짜깁기했을 뿐 롭 무어가 주장하는 '레버리지' 개념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2. 저자는 책 전체를 통틀어 가장 중요한 것에 집중하고 다른 것은 레버리지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며 자신의 성공을 과시하지만 레버리지를 통해 어떻게 성공했는지에 대해서는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핵심과 무관하게 이동하면서, 운동하면서 오디오북을 들으라는 등 자신의 성공의 이유에 명확한 인과관계를 밝혀내지 못한다(나도 운동하면서, 운전하면서, 걸으면서 오디오북을 듣지만 나중에 성공해서 이걸 성공의 주요 요인으로 꼽기는 어려울 것 같다). 오히려 멍을 때렸다면 멍을 때린 것을 주요한 원인으로 지목했을 것 같다.
3. 위에 언급한 내용과 비슷하지만 책이 거의 에세이 수준이다. 나름 이 책을 쓰기 위해 자료를 조사한 사람이 잠깐 언급되는 것으로 기억하는데 본인의 생각 외에 어떤 근거자료를 제시했는지 여전히 알 수가 없다. 컨셉은 전반적으로 공감하지만 뇌과학 등 근거에 기반을 둔 개념이 아니다. 일본식 자기계발서 같은 느낌이 나중에는 거부감을 주었다.
4. 본인은 직원을 통해 레버리지 하여 젊은 나이에 많은 부를 이루고 가족과의 행복에 집중할 시간이 많이 생겼겠지만 그에게 레버리지 당한 사람들에 대한 내용이 없다. 인간세상이 서로 레버리지를 하고, 또 당하는 사회라고는 하지만 본인을 그렇게 성공하게 해 준 직원들의 시간가치를 배려하지 못한 것 같다.
5. 목차를 훑어보면 '돈'과 '부'얘기가 많다. 마치 이 책은 어떻게 하면 부자가 되는지를 알려주는 책 같다. 그러나 막상 읽어보면 어떻게 부자가 되는지는 나오지 않는 것은 기본이고 타이틀과 무관한 내용이 반복적으로 나온다. 갑자기 헬리콥터 운전면허증을 따라던가 하는...
이 외에 개인적으로 무척 감명 깊게 읽었던 『세이노의 가르침』과 정반대의 주장을 하고 있는 점도 흥미로웠다. '레버리지'는 중요한 것만 열심히 하라고 강조하고 '세이노'는 작은 것도 최선을 다하라고 강조한다. 무엇이 좀 더 해답에 가까운지는 각자의 가치관에 맞게 알아서 판단할 일이다. 다만 레버리지의 저자 '롭 무어'가 영국사람이고 영국사회에서 성공했다는 점은 주의해야 한다.
인생에 한 번쯤은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긴 하나 수차례 반복해서 읽어보니 누군가의 인생책이라고 불릴 만큼 좋은 책인지는 모르겠다. 알게 모르게 우리는 레버리지라는 개념을 알고 살고 있는 것 같은데 이를 명확히 개념화해 주었던 교육이 부족했던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