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사람의 인생은 포장되어 평범한 사람의 인생을 망치지 않는다
김승호 회장의『사장학개론』을 읽었다. 사장이 아닌 내가 굳이 사장학개론 강의를 찾아 듣고 책을 읽은 이유는 창업자가 아닌 직장인으로서의 사장과 임원을 지켜보면서 개인적으로 많은 실망감을 느껴오던 차에 본인의 사업을 스스로 성공시킨 사장이라면 무언가 다른 게 있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이었다.
성공한 사람의 인생은 성공한 이후에 포장되어 평범한 사람의 인생을 망친다.
유명한 말이다. 이 책에도 관련 내용이 나와있다.
성공한 사람들이 하는 가장 큰 실수는 자신도 어찌어찌하다 보니 성공의 자리까지 온 것인데 그렇게 말하기 민망해서 독서와 자기계발, 혹은 개인의 경영철학을 바탕으로 성공했다는, 성공 후 사후 해석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이거야말로 자신을 속이고 남도 속이는 일이다. 그런 성공 규칙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이 세상은 누구나 성공할 것이고 그 규칙은 이미 신앙의 자리에 자리 잡고 있을 것이다.
-p412, 413
공감 가는 말이다. 성공은 운이다. 그러나 성공한 사람에게 배울 점은 분명히 있다. 그들의 태도와 사고방식이다. 개인적으로 이런저런 책을 같은 시기에 읽으며 사람의 태도와 사고방식이 사람의 수준을, 그 사람의 주변 환경을, 결국은 그의 인생을 완전히 바꿔놓을 수 있음을 가슴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
그런 점에서 다른 책에서는 볼 수 없었던 독특한 '사장의 사고방식'을 몇 자 남겨놓으려고 한다.
PER이 높은 기업은 현재 만들어 낼 수 있는 이익 대비하여 많은 가치를 인정받는다. 내가 일을 하지 않으면 돈이 벌리지 않는 사업은 PER이 없다. 일을 하지 않아도 유지되는 사업은 PER이 어느 정도 있는 것이고 일을 하지 않아도 성장하는 사업은 PER이 높은 것이다.
과연 현재 내 인생의 PER은 몇일까를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일을 하지 않으면 내 재산은 줄어들 것이다. 직장인으로 받은 보수, 강의라는 부업을 통해 발생시키는 부가소득 또한 내 시간을 돈과 교환한 것이다. 그렇게 교환한 돈을 자산으로 바꾸는 작업을 꾸준히 하고 있지만 아직 이 자산이 내 노동소득을 안정적으로 넘어서는 '독립기념일'은 오지 않았다.
결혼 상대 결정, 첫 부동산 매입, 이혼, 투자 방향과 같은 중요한 인생을 할 때 김승호 회장은 최소 3일 단식을 한다고 한다. 식욕이 통제된 상황에서 인지 능력이 올라갈 뿐만 아니라 마음이 안정되고 기억력이 향상되며 의지력이 강화된다. 허영심이 사라지고 자신감이 생긴다고 한다. 이렇게 단식을 하며 고심하고 내린 결정은 그냥 내린 결정보다 질적으로 완성도가 높다. 빠른 결정을 중요시하는 저자도 중요한 결정을 할 때는 오히려 매우 신중한 모습을 보인다.
하루 단식이 힘들지만 3일 단식은 해볼 만하다는데 개인적으로 음식에 대한 욕구를 통제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직장인으로서 다른 사람의 통제를 받는 경우 환경을 바꾸기가 어려워 애써 유혹을 참아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인생에 중요한 결정이 있다면 속을 비워내는 시도를 해봐야겠다.
운동과 정갈한 식사다. 저자는 그저 매일 걷고 배가 부르기 전에 음식을 중단하는 것을 추천한다. 특히 SNS, 숏폼으로 자극에 익숙해진 현대인에게 아무런 자극 없이 오로지 나의 내면에만 집중하여 걷는 것은 생각을 깊게 하고 정리할 수 있는 강력한 행위다. 프랑스 철학자 장 자크 루소는 그의 미완성 저서《고독한 산책자의 몽상》를 통해 '걸으면서 생각하지 않은 것은 의미가 없다'라는 사상으로 함축되는 그의 생각을 암시하며 걷기와 사색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걷기 외에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부분은 저자의 식생활이다. 그는 저녁 약속을 가지지 않으며 '음식의 양, 음식을 먹는 시간, 음식의 질은 그 사람의 운과 운명을 결정한다.'라고 말한다. 과식과 폭식하는 습관을 계속 버리지 못할 때 우리는 결코 맑은 생각을 가질 수 없다. 내 인생을 더 나아지게 하기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지만 식생활을 통제하여 운을 높이려는 생각은 해보지 못했다.
깨끗한 음식을 먹으며 남은 음식을 내 배에 버리지 않기 위해 의식적으로 관리를 해봐야겠다.
칭찬의 일종의 무형의 선물이므로 부끄럽다고 해서 칭찬을 부정하는 것이 상대의 진심을 무색하게 만들 수 있다. 칭찬을 받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성향상 칭찬을 잘 받기가 어렵다. 나도 모르게 부정하게 되거나 말을 돌리게 된다. 어떤 칭찬은 나를 통제하기 위해 주어진다. 결국 칭찬을 진실로 받아들이기보다는 가려서 받되 잘 받는 법을 의식적으로 훈련해야 한다.
비난 중에서도 건설적인 비난(구체적이고 실현가능하고 개선이 필요한 요구)은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나 나를 해치거나 비하하려는 의도인 파괴적인 비난은 유머로 받아치는 것이 가장 좋다.
처칠과 정치적인 의견을 달리하던 한 여성 정치인이 처칠에게 독설적인 비난을 하며 "당신이 내 남편이라면 난 커피에 독을 타서 당신에게 줬을 거예요"라고 말하자, 처칠은 웃으면서 대답했다. "내가 당신 남편이었다면 난 그 커피를 마셨을 거요." -p105
피드백의 중요성은 명백하다. 칭찬과 비난도 피드백의 한 형태로 봐야 한다. 이를 통해 나를 돌아보고 내 성장의 요인을 파악하는 데 도움을 받아야겠다.
우리는 프레임 속에서 결정하는 것에 익숙하다. 비행기에서 커피와 홍차 중 무엇을 마시겠냐는 질문을 받으면 우리는 둘 중 하나를 골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프레임을 벗어나 상황을 보는 것은 한 단계 높게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이다.
몇 달 전, 바쁜 와중에 몇 가지 날짜 옵션과 함께 강의 요청이 들어왔다. 시간을 낼 수가 없었다. 개인적으로 그렇게 경쟁력이 있는 사람이 아니기에 어떻게든 잡고 싶던 기회라 당장 내일은 할 수 없겠느냐고 물었더니 가능하다고 했다. 이 경험을 토대로 남들이 정해준 선택지에서만 고를 필요가 없다는 점을 깨달았다.
저자는 프레임에서 벗어나는 방법으로 의미, 목표, 비전 등이 관련되어 있는 상위 프레임을 만드는 것이라고 언급한다.
내 프레임은 내가 만들어야 한다. 남들이 만들어 놓은 프레임에 갇혀 나 자신을 가두지 말자.
이 말을 듣는 순간 내가 책을 읽는 의미를 찾았다. 저자는 '책을 읽는 사람들은 무섭고, 존경스럽고, 멋지다.'라고 말하는데 생각해 보니 나도 그렇다. 꾸준히 책을 읽고 사색하고 이를 체화시키는 사람만큼 무서운 상대는 없다. 반대로 내가 그런 사람이 되면 사람들이 나를 (좋은 의미로) 무서워하고, 존경하고, 멋지다고 생각하겠다 싶었다. 단순히 지식을 얻기 위해서, 특정 능력을 향상해서 책을 읽는 것도 좋지만 '책을 읽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이 인생에 강력한 영향을 미칠 수도 있을 것 같다.
이 외에도 회사를 경영하며 마주치는 다양한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할지, 잘 되는 사업을 위해 어떤 점들을 고려해야 할지에 대한 지혜가 많이 담겨 있다. 내가 직접 사업을 해보지 않았다면 몰랐을 다양한 생각을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책을 읽으며 이렇게 다양한 분야에 대해 깊이 있는 생각이 있어야 사업을 할 수 있구나 싶었다가도 결국 이 책이 많은 사람들의 질문에 대답을 하며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알고 결국 사장은 다른 사람과 함께 나아가야 할 수밖에 없겠구나 싶었다. 저자는 이 책을 직원에게 주면 퇴사 후 창업을 확률이 높다고 경고한다. 그러나 직원들도 읽어봤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