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부터 주얼리를 참 좋아하고는 했다. 어머니랑 아버지가 물려주신 주얼리 외에도 학생의 신분에서 쉽게 살 수 있는 은이나 신주 등 한철 끼고 버릴만한 주얼리부터 시작해 점차 나이가 들며 금이나 작은 다이아몬드 혹은 예쁜 보석이 박혀있는 반지와 목걸이 그리고 팔찌들을 종종 구매하고는 했다.
그리고 결혼을 할 때가 되어 현재의 남편과 나에게 어울리는 반지를 찾기 위해 종로, 청담동 그리고 백화점을 돌아다니다 보니 자연스럽게 보석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때당시 남편이 랩다이아몬드와 모이사나이트를 언급했지만, 나는 천연 보석이 아니면 관심이 없다며 절대로 프러포즈 반지와 결혼반지는 '가짜'로 하지 않겠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 당시의 나는 꽤나 무지했다. 적어도 다이아몬드 비즈니스 산업과 랩(lab) 다이아몬드, 사파이어 , 루비 그리고 모이사나이트와, 지르코니아 큐빅 그리고 다이아몬드의 본질적 차이가 무엇인지 알고자 하는 노력보다는, 그저 값비싸고 남들 눈에 좋아 보이는 제품이지만 그 안에서도 차별화된 보석이 갖고 싶었다. 그렇게 1년이란 시간 동안 천천히 반지를 찾아보다 지칠 때쯤, 첫눈에 반한 반지는 새하얀 천연 다이아몬드가 감싸고 있던 최상급 그린 투어마린이었다. 그 당시에 투어마린이 전기석이란 것을 알았을 때는 마냥 신기했다. 하지만 주변에 그 누구도 투어마린을 약혼반지로 착용한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망설여지기는 했으나 처음 보자마자 눈에 들어온 이 반지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그 자리에서 값을 지불하기로 했다. 화려한 자태와는 다르게 생각보다 가격도 터무니없이 비싸지는 않았다.
그 후로 종로의 금속방을 구경하며 결혼반지를 구경하고, 소개받은 청담동의 예물샵에서 어머니의 다이아반지와 남편의 반지를 제작하며 조금씩 보석에 대해 알아가기 시작했다. 그 후로 2년이 지났음에도 그 누구의 약혼반지보다 아름답고 특이하다. 보는 사람마다 무슨 보석인지 물어보고는 투어말린 이란 보석에 대해 처음 들어봤다며 신기해하고는 한다. 이후로 큐빅 지르코니아부터 호안석, 그리고 터키석 등 저렴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는 정도의 세팅을 가진 반지들을 구입했다. 그래도 여전히 깨끗한 다이아몬드 하나정도는 큰 캐럿으로 구매하고 싶다는 생각이 계속될 때쯤, 랩다이아몬드와 모이사나이트에 대해서 더 깊숙이 공부하게 되었고, 무엇보다 다이아몬드의 진실에 관한 기사들과 다큐멘터리를 접할 기회가 늘어나다 보니 마케팅의 폭력적인 부분과 무엇보다 정말 많은 사람이 속고 있다는 기분 나쁜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나는 내 웨딩반지를 고 다이애나 왕세자비가 착용했던 짙고 깊은 사파이어와 다이아반지를 사고 싶었으나, 그 당시 미얀마와 관련된 일을 하고 있던 남편의 만류로 살 수 없었다. 대부분의 사파이어와 루비가 미얀마에서 생산되고 태국을 통해 들어온다고 하는데, 그 당시 보석상 혹은 보석 브랜드에서 제품을 보여주시는 직원분들께 이 사파이어가 어디서 온 것이냐 물었을 때 모두가 태국이라 했다. 하지만, 조금 리서치를 해보니 태국을 통해서 들어오는 것이지 원산지가 태국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미얀마에서 생산된 보석의 판매 금액은 미얀마 국민을 억압하는 독재 정부의 군대의 블랙머니로 흡수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보니, 나름 배운 지식인으로서 그리고 남편의 입장과 신념을 고려해서 랩사파이어를 선택하거나 다른 보석을 사는 것이 맞겠다 싶었다. 사실, 아쉽게도 내가 반지를 보러 다닐 시절에는 랩사파이어, 랩다이아몬드, 랩 에메랄드 같은 제품들이 국내에 많이 생산되거나, 수입되고 판매되고, 일반인들 사이에서 보편적이지 않은지라, 나도 구매하기를 망설이고 천연 투어말린으로 구매했던 것이다.
최근 4개월 동안 국내의 많은 주얼리 샵과 브랜드들을 리서치해본 결과는 이렇다. 정말 보석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평소에 다양한 주얼리 브랜드와 종로의 가게들을 인스타그램과 유튜브로 관찰하고 있던 사람이라면 변화를 느낄 수 있을 텐데, 랩다이아몬드와 모이사나이트를 취급하는 보석상이 늘어나고, 실제로 이 두 가지 스톤으로 주얼리를 만들어 합리적인 가격에 유통하는 곳들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여기서 간단하게 랩다이아몬드와 모이사나이트를 설명하자면 랩 다이아몬드는 랩(lab) 실에서 양식으로 키운 다이아몬드이다. 다이아몬드를 구성하고 있는 탄소를 정확히 재연하기 때문에 다이아몬드를 가공하고 보석으로 만드는 과정을 제외한 'origin'이 천연이냐 양식이냐의 차이점만 존재할뿐 절대로 '가짜' 보석이 아니다. 모이사나이트는 다이아몬드와는 다른 원소를 가진 보석이다. 모이사나이트는 자연상태에서는 매우 극소량 발견되는, 탄화규소(SIC)로 이루어진 광물이며, 자연적으로는 운석에서만 발견되기 때문에 지구상에서 보석으로 쓰이는 모이사나이트는 대부분 LAB에서 결정화한 모이사나이트라고 한다. 운석에서만 발견된다는 점에서 착안해서 보석 상으로는 '스타더스트'라고 불리기도 한다고 한다. 프랑스의 노벨 화학상 수상자인 저명한 화학자 앙리 무아상(Henri Moissan)이 1892년 미국 애리조나의 운석 크레이터에서 발견된 광물 샘플들을 연구하던 도중 최초로 발견하였다. 처음 발견한 그 조차 모이사나이트와 다이아몬드를 구별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 역사적 사실만 감안하더라도 현재 지구상에 500조 톤의 다이아몬드가 묻혀있다는 것과는 다르게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모이사나이트를 손에 넣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다이아몬드의 가격이 천청부지로 상승했던 것이 다이아몬드의 '희귀성'그리고 투명한 아름다움 때문이었다면, 이 희귀성의 부분에서 다이아몬드가 모이사나이트 혹은 사파이어와 에메랄드(물론 이 보석들도 스펙과 캐럿에 따라 다이아몬드보다 더 비쌀 때가 있지만) 보다 발견하고 가공시켜 보석으로 만드는데 어렵다는 근거는 잘못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 나는 가짜는 하지 않겠다던 마음이 리서치로 부재로 만들어진 잘못된 인식이었다. 랩다이아몬드는 '가짜'가 아니다. 모이사나이트도 '가짜'가 아니다. 세상에 제2의 모이사나이트는 없으며, 모이사나이트는 모이사나이트, 다이아몬드는 다이아몬드인 것이다. 다이아몬드와 모이사나이트를 구성하고 있는 원소가 다르기 때문에 굴의 굴절도 다르며 빛이 만들어내는 분위기도 다르다. 실제로, 다이아몬드는 태양 아래서 가장 아름답게 빛나며, 모이사나이트는 달빛 아래서 가장 아름답게 빛난다고 한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주얼리 디자이너와 보석상들은 모이사나이트를 '다이아몬드 대체석'으로만 광고를 한다. 물론 예전부터 부자들이 수천만 원에서 몇억을 호가하는 값비싼 다이아몬드를 금고에 넣어놓고 일상에서는 비교적 저렴한 모이사나이트를 끼고 다녔다고는 하나, 그것은 심리적 위안을 위한 부자들이 선택한 차선책이자 보석을 향유하는 방식일 뿐 모이사나이트의 정체성이 제2의 다이아몬드가 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무엇보다, 다이아몬드 산업의 대부인 드비어스와 대부분의 보석상들이 고객들에게 이용하는 마케팅은 여성혐오에 가깝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실제로, 다이아몬드의 유통과, 드비어스의 진실을 담은 넷플릭스 다큐멘터리인 'nothing lasts forever'에 등장한 한 보석상은, 다이아몬드는 여성의 가치와 비례한다는 듯한 말을 해서 나와 남편의 공분하게 만들었다. 실제로도, 다이아몬드의 크기를 결혼을 앞둔 여성의 '레벨' 가치를 동일시하는 풍조가 우리가 살아가는 소비문화에 남아있는 것은 사실이다. 여성의 가치를 사실은 알고 보면 현재의 가치의 10분의 1도 되지 않는 광물의 크기로 남성의 재력을 과시하고 그것을 받는 여성은 재력 있는 남성을 사로잡은 능력 있는 여성일 것이라는 공식으로 천박한 잣대를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에게도 적용된다는 것이 현대사회의 마케팅의 폐해인가 싶었달까?
이렇게 소비자를 농락하는 판매자들도 문제지만, 적어도 자신이 무엇을 구매하고 구매하는 품목이 어떤 도덕적 사회적 가치를 논하는지 정도는 공부를 하고 나의 돈을 소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모두가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사회가 이렇게 흘러왔기 때문에 '예물'과 프러포즈는 다이아여 한다. 모두가 샤넬가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꼭 샤넬 가방을 사야 한다가 아니라, 나에게 맞는 나에게 어울리는 제품으로 소비를 하는 것이 건강한 소비문화가 아닐까 싶다. 가끔은 그냥 가지고 싶어서 구매할 수 도 있는 사치품들이기에 답은 없지만, 적어도 내가, 나의 파트너가, 나의 부모님이 힘들게 일을 해서 번 재물이라면 한번 더 꼼꼼히 살피고 나의 소비가 어디로 흘러가는지 파악할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
필자도 보석을 매우 좋아하기 때문에 천연 다이아몬드르 절대 사서는 안 되는 품목이라고 치부하는 것이 아니라, 시대의 흐름에 휩쓸려 마케팅과 브랜드가 조성하는 위화감과 거짓말에 동조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끝으로, 다가오는 연말에 아내와 여자친구 그리고 가족에게 선물할 보석을 고르고 있다면 현재 국내 시장에도 최상급 퀄리티의 랩다이아몬드와 모이사나이트가 많이 유통되고 있고, 이것을 기회로 브랜드의 컬렉션을 확장하는 국내 브랜드와, 종로, 한남동, 청담동에 위치한 보석상들이 많으니 한번 고려해 보기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