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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솜씨 Sep 21. 2016

페북지기의 현실

다솜 방

페이스북 관리자? 그거 그냥 SNS하는거 아냐?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아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심지어 우리가족도 내가 그냥 허구헌 날 SNS를 만지작 거리고 있는 줄 안다.


4개월 전, 나는 덜컥 음식 관련 페이지를 맡았다. 그냥 그때 내가 하는 일이 없었던게 가장 큰 이유였다. 아무 컨셉도, 콘텐츠 회의도 없이 페이지는 무작정 시작되었고 약 4개월간 방치되었다.


그동안 나는 어떻게든 페이지에 올릴 콘텐츠를 만들기위해 미숙한 기획, 촬영, 편집을 했고 윗분들은 가끔 페이지를 들여다보며 야 좋아요수가 왜이렇게 없냐 콘텐츠를 막 많이 올려야 보지! 라고 했다.


여기서 꼭 짚고 넘어가고 싶은 점은 페이지 관리라는 일이 그냥 페이지가 잘 있는지 확인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하루하루 넓게는 주별로 페이지에 어떤 콘텐츠를 올릴 것인지, 그 주 그 날에 유행하는 이슈들은 무엇인지 그럼 그 이슈와 콘텐츠를 어떻게 연관 지을것인지 문구는 어떻게 써야 관심이 높을지 등등의 고민을 아침눈뜨고서부터 잠잘때까지 하루온종일 생각한다. 수시로 모든 포털사이트와 페북, 인스타, 트위터, 피키 등을 보며 괜찮은 아이템들을 캡쳐하고 이슈의 정도에 따라 콘텐츠 업로드를 바로바로 조정한다. 여기까지가 콘텐츠 계획과정이다.


저런 과정을 거쳐 콘텐츠가 정해지면 이제 영상 또는 이미지 제작을 시작한다. 영상편집을 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영상은 결코 뚝딱 편집되는 것이 아니다. 30초짜리도 며칠이 걸리는게 영상이다. 촬영이 필요한 경우에는 더더욱 절대 하루 안에 완성할 수 없다.


콘텐츠가 완성이되면 업로드하고 끝? 일리가 없다. 사실 나는 이 부분에서 시간을 제일 많이 쓴다. 영상을 어떤 멘트로 어떤 시간에 어느날에 올릴지, 썸네일은 무엇으로 할지 등을 고민하며 예약을 하는 순간이 제일 어렵다.


이런 많은 시간과 노오오오력이 필요한 페이지 관리를 성공적으로 해내라는 것?은 정말 뭔가 싶다. (실제로 옆방 ㅅㅂㅅㄴㅅ팀은 한 페이지를 약70명이 관리하고 있다.)


페이지 관리를 정말 쉽게 생각하는 윗분들은 당연히 내가 시간이 많을 것이라 생각하고 프로그램 조연출, 크고작은 영상편집들을 시키며 뭐 이정도는 할 수 있잖아? 라는 말을 던진다.


이런 상황 속에서 4개월동안 한 페이지를 맡았고, 시간과 노력이 부족했던 나는 성공적인 조회수를 만들지 못했다. 그리고 오늘, 다음주에 페이지를 끝내라는 선고를 받았다.


그래 애초에 컨셉도 없고 너무 멘땅에 헤딩이었어 아유 홀가분하다..라고 말했지만 속상하다. 정말 많이 속상하다.


단지 나는 그냥 SNS를 보다가 매력적인 문구를 봤을 때, 공감가는 콘텐츠를 봤을 때 희열이 느껴졌고, 나도 이런 콘텐츠를 전달하고 싶은 마음이 컸을 뿐이다. 그래서 대충 그냥 까이꺼 영상 아무거나 막 올리면 되지 라는 말을 들어도 하나하나 온 신경을 쏟았더랬다.


비록 팀장님은 천명도 안되는 페이지라고 했지만 나에겐 지금까지의 800명 구독자 한명한명이 너무너무나 소중하다. 별볼일 없는 콘텐츠였을텐데도 구독해준 지인을 포함한 사람들에게 정말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SNS는 인생의 낭비다 라는 말에 나도 동의를 한다. 하지만 이 SNS를 하는 사람들이 낭비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오늘도 무엇보다 빠르게 변화하는 곳에서 쉬지 않고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존경을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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