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솜 방
착하게 살면 된다 다솜아
그냥 착~~하게 살어라~~
잠귀가 어둡다는 이유만으로 나는 할머니댁에 가면 꼭 할머니랑 같이 잠을 잤다. (우리 할머니 코고는 소리는 정말이지 문을 닫아도 저 멀리 방 사람이 깰 정도란다.) 그렇게 둘만이 남은 방에서 할머니는 항상 자기 전에 이 말을 해주었다. 착하게 살아라 다솜아
옛날 옛날에~ 할미 살던 시절에는~ 으로 시작되는 할머니의 긴 긴 이야기는 단골 자장가였다. 할머니의 어린 시절, 우리 아빠와 삼촌들과 고모를 키운 이야기,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할머니의 심정, 우리 엄마를 처음 봤을 때 느낌.. 이 이야기들의 끝은 그래서 다솜아 할머니가 살아보니까 착하게만 살면 다 좋더라 욕심 안부리고 그저 열심히 살면서 착하게 사니까 다 나중에 복을 받더라 라는 것이었다.
아가때부터 지금의 나이까지 이십년을 꾸준히 들어서일까. 나는 이 말의 힘을 가슴 깊이 믿게 되었고 그런 사람이 되고 싶고 이런 이야기를 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착하게 열심히 사는 사람이 보상받는 세상을 만들자 라는 나의 신념은 여기서 비롯된 것이었다.
나에게 너무 강한 메세지를 전달해서일까. 당신의 힘을 손녀딸에게 다 줘버린 탓일까. 최근 들어 할머니의 마음이 기억이 많이 약해지셨다. 내가 옆에서 쫑알쫑알거려도 그저 말없이 웃으신다. 아빠도 할머니 얘기가 나오면 대답을 자꾸 피하신다.
모든 것을 당연히 감당해야하는 거겠지만 그냥 나는 할머니의 착한 마음 덕분에 우리가족 모두가 건강하고 바르게 살 수 있었다고, 그 마음을 이어 받아서 앞으로도 착하고 바르게 살아갈거라고, 할머니가 우리 할머니여서 참 좋다는 말을 꼭 남기고 싶었다.
먼 훗날 나도 누군가의 할머니가 되어 00야~ 착하게 살아라~ 라는 말을 하며 잠을 청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