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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 내열 Aug 28. 2024

나도 작가였으면 좋겠다.

나라는 사람은 책과는 담을 쌓고 살아온 사람이다.

그래서인지 남들처럼 상상력도 풍부하지 못하고

그래서인지 대화를 유머러스하게 하여 듣는 이를 즐겁게 해주는 말주변도 없고

그래서인지 어휘력도 떨어지고

그래서인지 글 쓰는 재주도 없다.


내 친구는 이런 사람더러 글을 써보라고 자꾸 부추긴다. 그이와는 매주 일요일 아침 성당에서 만나 함께 미사를 보고 식당을 찾아 아침을 같이 먹는다. 식사를 하면서 지난 한 주간에 있었던 이런저런 얘기들을 늘어놓으면 재미있다면서 혼자 듣기에는 아깝다고 이걸 글로 써보라고 한다.


글쎄다. 생각나는 대로 내뱉고, 두서없이 얘기하더라도 한 공간에서 같은 분위기 에서는 아무렇게나 을퍼대더라도 이해하고 흐름을 같이 하면서 즐길 수는 있지만 이것을 글로 쓴다?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 했다.


친구의 권유도 한두 번이지 여러 번 듣고 나니 제 분수를 망각하고 그래볼까? 

그러다가 다시금 아니야, 그래도 기본은 있어야지 어떻게 맨땅에서 

그러다가 다시금 아니야, 그래도 대학에서 영문학을 공부했는데 조금은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그러다가 다시금 아니야, 그게 언제 적 얘기인데? 캠퍼스에서 으쌰으쌰 하고 데모한 것 밖에 없었는데?

그러다가 다시금 아니야, 토마스하디의 Alicia's Diary 도 영미소설 시간에 훌륭한 교재가 됐잖아?

그러다가


철부지 둘째 아들이 음주운전, 도박 등으로 속을 썩인 사연을 글로 써 보았다. 그러고 나서

이런 글을 뭐라고 부르지?  에세이, 수필, 스토리텔링?

이런 글을 어디에다 포스팅하고 또 누가 읽어주지?


인터넷을 뒤지고 또 뒤졌다. 몇 개의 웹사이트를 찾아냈다. 이때 브런치라는 이름을 처음 본 것이다.  밑도 끝도 없이 브런치에다 딱 한 줄 써서 보냈다.

“작가가 되고 싶습니다”

돌아온 답은 신청방법이 서툴렀는지

"죄송합니다. 평가할 수 있는 내용이 없어 합격하지 못했습니다. 써 놓으신 글이 있으시면 보내 주세요. 다시 검토하겠습니다 “

아들에 관한 얘기를 보냈더니

"축하합니다. 작가가 되셨습니다"


그나마 작가가 됐다는 내용을 나 혼자서 보게 돼 다행이었다. 행여 누가 보면 낯이 간지러웠을 테니까.

지금껏 글짓기대회에 나가본 적도 없고

글 모임에 참석해 본 적도 없고

연애편지보다는 행동이 앞섰던 사람을 작가라고 불러주니 말이다.


몇 개월 동안 글을 써서 올리다 보니 어떤 글은 조회수가 20,000을 돌파했다는 알림도 오고 내 글을 읽고 나서 좋았다고 라이킷을 꽃아 주기도 하고 속으로 "어쭈 제법인데?" 했다. 이제는 조회수가 60,000에 이르고 있다. 그런데 글을 쓰면서도 뭔가 혼란스럽다.


내가 작가인가? 어떻게 해야 주위에서 나를 작가라고 불러주지? 신춘문예에 도전하여 대상이라도 받아야 하는가? 아니면 브런치 연례 출간 프로젝트에 응모하여 최우수작으로 뽑혀 서점가에 내 작품이 전시되고 사인회라도 할 정도가 돼야 하는 건가?

 

나는 스토리 텔러인가? 에세이스트인가? 어떤 글은 내가 봐도 (문학적인 측면에서?) 괜찮게 썼다고 칭찬해주고 싶은데 반응이 별로고 어떤 글은 글쎄 이게 작품 이라기보다는 스토리텔링인데 반응이 놀랄 만큼 좋다.

그동안 귀동냥해서 듣고 어깨너머로 훔쳐본 문학 평론가들의 이런저런 칼럼을 보면

"문단의 구성

작품성

어휘의 선택

독자에게 전달하고 져 하는 메시지"

하면서 작품을 난도질하여 혹평들을 하던데 내가 쓰고 있는 글들은 이런 기준들과는 다소 동떨어진 글이라고 생각되는 스토리텔링인데 인기가 좋으니 도대체 이를 어찌 한 담?


혼자서 우답(어리석은 답)을 찾기 위해 애를 썼다.

글을 쓴다는 게


내가 생각하고, 상상하고, 겪은 것들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자 하는 게 아니었던가? 친구가 말했듯이 혼자 품고 있기에는 아까운 것들을 글로 남겨

어느 작가의 투병기를 읽으면 얼마나 힘들었을까 글을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을 훔치고

어느 작가의 이혼 담을 읽으면 맞아, 나도 그랬어. 어쩌면 내 얘기를 하는 것 같아

어느 작가의 고부간의 갈등을 읽으면 그 시어머니 참 못됐다. 옆에 있으면 한마디 해주고 싶어


내가 쓴 글이 에세이든, 스토리텔링이든, 일기와도 같은 일상에 대한 얘기이든 많은 사람들이 함께 공감하고  사랑을 받는다면 그게 훌륭한 작품이고 그 글쓴이는 이미 작가가 아닌가 싶다. 아무리 좋은 작품일지라도 읽어주는 독자가 없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번에도 혹여 조회수가 5,000이 넘는 아니 20,000이 넘는 깜짝이는 없을까? 조그마한 희망을 갖고 어딘가에 꼭꼭 숨어있는 스토리를 끄집어 내 보려고 컴퓨터를 켜놓고 앉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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