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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 내열 Aug 22. 2024

이발소에서 두 번의 특별한 팁

아내가 대상포진에 걸려 힘들어할 때 글쎄 등뒤에 붉은 반점이 몇 개 있는데 그게 그렇게나 아픈가? 했다. 또 주위에 연로하신 어르신들께서 대상포진으로 죽을 욕을 봤다고 하면 그까지 것 가지고 무슨 죽을 욕까지 했다. 원인은 우리 신체의 면역력이 떨어지면 잠복해 있던 바이러스가 신경세포를 통하여 활동을 재개하기 때문이라나? 그렇다면 나같이 지칠 줄 모르고 활동적인 사람에게는 감히 범할 수 없는 것이려니 생각했다.


사업장에서 이런저런 일로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고 나니 감기몸살 증상과도 같이 몸이 쑤시고 춥더니만 나중에는 머리 표피를 바늘로 쑤시는 것 같이 아프고 눈알이 금방이라도 쏟아져 나올 것만 같았다. 병원에 가는 것을 죽기보다 싫어하는 사람이라 2-3일 지나면 좋아지겠지 하면서 끙끙 앓고 버텼다. 3일째 되던 날 이러다 죽는 게 아닌가 싶어 금요일 오후 늦게 주치의(primary doctor)에게 전화를 했다.


오늘은 늦었으니 월요일에나 봅시다

선생님, 나 이러다가 죽는 것 아닌가요?  

그러면 병원 응급실을 찾아가시던지.


4일째 되던 날 머리표피가 팔팔 끓은 팥죽냄비에 기포가 터져 나오듯이 수포가 터져 혐오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이때만 해도 나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몰랐다. 이를 악물고 주말을 넘기니 그런대로 살만했다. 병명이라도 듣자고 월요일에 주치의를 찾았다.


지난 금요일에 전화해서 나 이러다 죽는 것 아닌가요? 했던 분이지요? 그래 어디가 불편하신가요?

제 머리 좀 보셔요

Oh my God, 이게 대상포진이에요. 아니 왜 병원을 찾지 않고 집에서 그러고 계셨어요?  당신 참으로 독한 사람 이군요. 머리에 대상포진이 오면 죽을 수도 있어요. 위험한 것입니다. 무식한 건지 용감한 건지 모르겠네요.


병원 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냐만은 나라는 사람은 늘 이렇게 한심 하단다. 특별한 처방이 없으니 좋아지면 백신주사를 맞으라고 권한다.


피부에 상처가 아물기는 했지만 딱지가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다. 그러는 사이에 머리가 너무 길어 이발을 해야만 했다. 이발소를 찾던 날 제 머리표피에 상처 투성이인데 들여다보시고 마음이 내키지 않으시면 "NO"라고 거절하셔도 됩니다.  이발사는 가위를 집더니만 머리를 자르기 시작한다. 나는 그이에게 미안하고, 감사했다.


이발을 마치고 그이에게 이발료 $20 에다 팁으로 $20을 더 줬다. 그이의 특별한 배려에 감사 이상의 내 마음을 담아줄 수 있는 것이 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내 마음을 담아서 전달할 수 있는 감사의 메시지. 이런 팁도 있구나.


한국에서도 최근에 어느 이발소를 들렀다가 특별한 팁을 줬던 일이 있었다..


손님을 모시는 의자가 고작 3개뿐인 아주 조그마한 샵이었다. 안으로 들어서니 70대 후반으로 보이는 노 부부께서 나를 반긴다. 코너에는 아주 낡아 보이는 조그마한 14인치 T.V. 가 놓여 있고 이들 노 부부는 한가했는지 트롯트 경연 프로그램을 즐겨보고 있었다. 세면대, 면도기 등은 내가 어렸을 적에 동네 이발소에서  보았던 옛것 그대로다.


세상에나!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이런 이발소가 있담?


불과 2 블락 떨어져 있는 이발소는 온라인으로 예악을 하지 않으면 손님을 받아주지도 않고 있는데

세월의 변화를 무색게 하는 골동품과도 같은 이발소가 우리 동네에 있었구나


자리에 앉으니 지난 반세기 동안 갈고닦은 가위질 손놀림이 예사롭지 않았다. 이후 아주머니께서 안면 면도를 하시는데 면도하기 전에 따뜻한 물수건을 얼굴에 얹혀 주시고 귓가에 솜털까지 깨끗하게, 세세하게 손질을 하신다.


이런 이발 얼마만인가?


이발을 마치고 가격을 물으니 일만 이천 원(12,000원)이란다. 기계이발이 아닌 가위 이발에다 안면 면도까지 합하여 일만 이천 원. 이발소에 들어설 때만 해도 "노 부부가 말년까지 어렵게 돈벌이를 하고 계시는구나" 했다. 그러나 일만 이천 원이라는 소리를 듣는 순간 나에게는 색다른 감정이 다가왔다.


지난 수십 년간 잊지 않고 찾아주신 동네 손님들 중에는 2대, 3대에 걸쳐 이곳을 찾는 분들도 있었을 것이다.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말 대신 “아버지, 어머니는 안녕하시지요? “라고 안부를 묻는 사람들의 정이 묻어있는 곳.


세탁소 근처 명현이라는 단골손님의 큰 며느리가 나이 50에 늦둥이를 낳았다는 소식도 이 이발소로부터 입으로 입으로 온 동네에 퍼졌을 것만 같다. 이곳에 들르면 간밤에 마누라와 한바탕 싸웠던 얘기도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랑방 같은 곳


노 부부는 행복해 보였다.


영업을 마치고 수납장에 돈을 세면서 육만 원 밖에 못 벌었어? 가 아니라 육만 원이나 벌었다고 할 것 같은 부부.


건강하게 살면서 세끼니 걱정하지 않으면 됐다고 말할 것만 같은 부부로 보였다.


나에게 좋은 추억을 만들어준 노 부부에게 감사하고 싶었다. 이만 원을 건네주니 팔천 원(8,000원)을 거슬러 주신다. 5천 원을 팁으로 드렸다.  아저씨가 얼떨떨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는데

이게 무슨 돈이에요? 이발비 받았잖아요?

(맞아요. 나에게 좋은 추억을 만들어주신 당신들께 감사할 수 있는 방법이 이것밖에 없잖아요)

제 마음 이오니 받아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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