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살고 있지만 지금은 한국에 나와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한국 생활도 벌써 1년 3개월이 훌쩍 지났다. 이젠 낯설지도 않고 이질감도 덜하여 살만하다. 그러나 지하철이나 시내버스, 길거리에 나서면 우리(부부)를 쳐다보며 “여기 사람이 아닌가 봐요?” 하는 소리를 듣곤 하는데 그래도 어딘지 모르게 티가 나는가 보다.
@ 미국에서 입던 옷들이 여기에서는 촌스러워 보였는지?
@. 한국여자분들은 하얗고 뽀얀 얼굴빛인데 반해 햇빛에 그을린 구릿빛 색깔 때문인지?
@. 아니면 길거리에 나서면 지금도 두리번거리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그래도 한국에서 살만하다 싶었는데 와이프 건강검진차 다시금 미국을 오게 됐다. 고향 찾는 기분이다. 아니 고향을 찾았다는 게 맞는 표현일지 모르겠다. 그동안 미국에서 그것도 한 동네에서 30년을 살았으니까.
공항 이민국에서부터 고향냄새가 난다.
welcome home sir
하고 이민국 직원이 인사를 한다. 세 단어로 사람의 마음을 이토록 뭉클케 하는구나.
그래요, 내 집을 찾아왔고 내 고향으로 돌아왔습니다.
영주권을 갖고 미국 공항 이민국을 들락거릴 땐 행여 무슨 꼬투리라도 잡아 문제제기를 하거나 입국거절을 당할까 조마조마했다. 시민권자가 된 후로는 정말이지 마음이 편하다. 거기에다 이민국 직원이 “welcome home”이라고 인사까지 곁들이니 시집간 딸이 친정집에 오니 엄마가 따뜻한 가슴으로 반겨주는 기분이다. 대한민국도 공항 이민국 직원들이 해외에서 한달살이 아니면 일 년 살이를 하고 돌아오는 국민을 이처럼 반겨주면 입국하는 국민들의 자존심 내지 애국심을 자극하지 않을까 싶다. 말 한마디 없이 스탬프만 찍어대는 그들. 그것도 무표정으로 일하는 이민국 직원들. 그들이 툭 던진 한마디로 우리의 가슴을 심쿵케 하지 않을까?
내국인에게는;
@ 얼마 만에 돌아오신 거예요? 좋은 시간 보내셨어요?
@ 무사히 집에 돌아오신 걸 축하합니다
@ 가족들이 당신을 기다리고 계시겠어요?
@ 고향에 다시 오신 기분이지요?
외국인에게는;
@. (관광객에게는) 좋은 시간 보내세요
@. (친지를 찾는 분에게는) 모두들 기다리고 있겠네요
@. (업무차 다니러 오시는 분에게는)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랍니다
지난 30여 년 동안 미국 이민국을 통과할 때 그냥 흘려보내는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매번 나와 간단한 대화가 있었다. 그렇지만 내 신분에 따라 그들의 한마디 한마디가 내게 와닿은 감정은 롤러코스터를 탄 기분이다.
외국인 신분일 때에는
•. 얼마동안 머무를 계획인가?
•. 어디서 머물 계획인가?
별것도 아닌 질문들이 마치 면접관 앞에 서 있을 때와 같이 긴장했던 것 같다.
시민권자가 된 이후로는
•. 어느 동내에서 사셔요? 좋은 동네에서 사시네요!
. 얼마 만에 돌아오시는 거예요?
마치 우리가 살고 있는 아파트에 경비원 아저씨와 같은 친밀감을 느끼게 한다.
심사를 하고 통과여부를 결정짓는 그들의 한마디는 다른 여느 장소 보다 우리에게 와닿는 정도가 분명히 다르다. 이민국 직원들은 우리의 거울이자 첫인상이 아닌가 싶다.
불법으로 입국하는 사람들을 매의 눈으로 잡아내는 것도 그들의 의무이자 책무이지만 그러나 위엄을 갖춘 매가 아니라 친절하고 상냥한 매도 책임을 다 할 수 있을 것이다.
당분간은 연중 반반씩 미국과 한국에서 살아볼 계획이다. 한국 이민국을 통과할 때면 그들이 내 마음을 훔쳐줬으면 하는 기대다. 미국 입국시와 같이 “welcome home” 도 좋고 “집 밖을 벗어나면 고생이지요? “도 나에게 향수감을 끄집어내 주기에 충분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