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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만 Jul 15. 2022

말 말 조심하자!

<에세이>


                                                               -엔진오일교체 후-




평소 차량에 관하여 다른 건 미루더라도 엔진오일만큼은 정기적으로 갈아줘야 한다는 것을 각인하게 된 에피소드가 있다.



수년 전 때는 아지랑이 피어오르는 불타는 여름, 혈기왕성한 젊은 남자들 넷, 우리의 열정도 그에 버금갈 만큼 타올랐다. 당일치기 여름 바닷가에 대한 로망과 판타지를 한껏 가슴에 품은 채 그의 애마(차주가 당시 젊음에 걸맞은 차를 선호했었기에 무리해서 컨버터블 외제차를 구매했는데 덕분에 나는 수혜자가 되었다. )에 동승했다.


고속도로에 올려놓자 산유국인지라 연비의 미덕은 전혀 찾아볼 수 없는 특유의 미국식 차량은, 기름을 벌컥벌컥 들이키자마자 거친 숨을 몰아쉬었고 이내 속도를 가빠르게 올렸다.



우리들은 마치 텐션이 결코 떨어지지 말아야한다는 사명감으로 비트감 좋은 EDM틀었다.비트는 차량 안을 농밀하게 채웠고 모두 그 공간 안에서 취하기 시작했다.



그러기 시작한 지.. 약 한 시간 정도 지났을까?


거친 숨을 몰아쉬던 친구의 애마는 "푸~쉭"이라는 단말마 남기고는 심장이 터져버렸다.. 그것도 경부선 한가운데서



간지를 중요시 여기는 젊은이들이 모두 그러하듯 영끌의 결정체인 소프트탑 컨버터블 차량...


추가적인 지출을 감당하기에 버거웠는지 아니면 등한시했는지 모르겠으나 친구는 엔진오일 교체 시기 체크하지 못한 채로 계속 차량을 탔었다고 한다. 그런데 슬프게도 그날.. 때마침 그 시한폭탄이 우리의 한여름의 바닷가 낭만과 함께 터져버린 것이다.


결국 차량 엔진이 망가져 버렸다. 고속도로 한복판에서 렉카에 의해 끌려간 후 유명을 달리한 그의 애마(연식이 조금 된 외제차라 엔진 수리 비용이 그 컨버터블 중고차량의 구매가격을 호가했다.)의 최후를 목도한 나로서는 차량에 대해 잘은 모르나 엔진오일만큼은 정기적으로 갈아줘야 한다는 것은 진심으로 각인되었다.



6월의 마지막 연휴 날인 오늘 차량의 엔진오일을 교체를 했다.


앞으로 회사 프로젝트 일정도 빠듯해질 것이 뻔히 보였기에 이번 기회가 아니면 더욱더 늦춰지리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나 스스로를 내가 잘 안다. 왜냐하면 주중에 많은 에너지를 할당하게 되면 주말에는 회복 루틴에서 벗어나는 이벤트를 만드는 것을 꺼려 할 것이 뻔하고 그 이후 귀차니즘에 잠식당할 가능성이 예측되었기 때문이다.



작년에는 업계 친구를 따라가 함께 안양에서 엔진오일을 교체했는데 시간도 시간인지라 이번에는 인근 지역에서 혼자 하기로 했다. 휴대폰 애플리케이션 네이버를 활용해 분당권에 평점 좋은 엔진오일 교체 업체에 알아봤다. 금일 영업 중이라는 네이버 표기를 확인하고 혹이라도 변수가 생길까 지점에 직접 전화를 했다.



"안녕하세요~ 00업체입니다."


"아 ..안녕하세요.... 지금 영업하나요?"


"네~ 고객님 18시까지 영업합니다."


"크루즈11년식 가솔린 1.6c인데 지금 엔진오일 교체가 가능한가요?"


"아.. 15시쯤에 이미 담당자가 마감을 해서요.."


"음.. 그렇구나 그럼 다음에 내점할게요"



하고 전화를 끊었다.



영업한다고 해놓고... 흠. 살짝 기분이 언짢아져서.. 업체 정보에 업체 사진을 보았다. 판교지점이라 그런지 대부분 엔진오일 교체 차량은 BMW와 아우디 포르쉐 사진들로 점철되어 있었다.



작년에 동행한 친구 차량이 값비싼 외제차량인데 그에 맞게 엔진오일 가격이 더욱 비싼 걸로 기억되었던 게 떠올랐다.



어떤 비즈니스던 마찬가지겠지만 운영에 있어 마진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니지 전부이다.


생각해 보건대 차량의 공임은 시간 대비 마진도 중요하다고 간주되기에 혹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의뢰한 차가 벤츠 E 클 이었다면?



"에이 설마 아니겠지?"



주변에 지인들이 차를 좀 바꿔보는 어때? 보다 괜찮은 차량을 타야 된다는 말들을 종종 농담 삼아 했던 게 상기되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첫차로 운전연습 겸 어차피 갈아탈 차라 자위하며 흰색 크루즈 11년식을 뽑았다. (사실 당시 여윳돈이 그다지 많지 않기도 했는데 그 여윳돈은 낙관적 미래를 꿈꾸며 우량주식에 할애를 했기 때문이다.)



그럴 때마다 받아치는 멘트.."차의 본질 자동으로 굴러가는 바퀴 달린 도구고 나머지는 다 부수적인 거야"라고 웃으며 넘겼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한 번쯤은 생각하게 된다. 그게 일반적인 인간의 심리인가 보다.



거리상 거주지로부터 가까운 업체를 찾아서 연락을 했다. 00초등 학교 인근에 위치한 업체였다. 그 근처에 짬뽕 맛집에서 짬뽕을 먹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아 여기"



전화 넘어 들려오는 목소리는 상대적으로 친절했다.(그렇게 들으려 했는지도 모른다) 지금 바로 내점해도 된다고 하니 크게 고민할 이유가 없었고 때문에 통화를 중단하자마자 바로 출발했다.



대략 10분 정도 소요되는 거리에 위치한 그 업체는 스무 평 남짓의 맥시멈, 차량 두 대를 동시에 정비할 수 있는 규모였다. 아마 시가지에 위치한지라 넓은 부지의 확보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 추측했다



차량을 입구에 세우자 사무실에서 한 분이 걸어 나오기 시작했다.


구릿빛의 건장한 체격에 반바지, 그 위 기름때로 장식한 유니폼을 입은 정비사였다. 나이는 그리 많아 보이지 않았다. 차 키를 꼽은 채로 차량을 인계하였고 간략히 차량 스펙에 대해서 말하고 지난 엔진오일의 교체 시기를 말했다.



"음..합성오일을 하는 게 어떠세요?" 라고 정비사가 권했다.


"그. 합성오일이란 건 일반 오일보다 비싼 거겠죠?"


"네 아무래도 더욱 고급 오일이니"


"아.. 얼마?"


"12만 원이오"


"아 역시 고급 오일이네요 그냥 제 차는 굳이 미슐랭 안 먹어도 되니 일반 오일로 길들여 놓겠습니다. 일반 오일은 얼마죠?"라고 되묻자 정비사께서 살짝 웃으시며


"그럼 일반 오일은 8만 원이에요"


"네 그럼 그걸로 할게요 하"



말이 끝나자 바로 정비사님께서 오일 교체 작업에 들어갔다. 그러면서 브레이크 오일과 엔진 미션오일은 언제 교체하셨어요?라는 예상가능한 질문에 회피기를 발동해 나가자 그 대가로 정적을 얻었다.


고질병 중에 하나인 침묵을 견디기 힘들어하는 나로서는 이 정적에 사운드를 채워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이런저런 질문을 띄웠다.



"부러워요 차량정비를 잘하시니까 자차 관리도 잘하시겠네요?" 차량정비에 크게 관심 없는 나로서는 진심으로 부럽기도 해서였다. "아 그렇긴 하죠 하지만 일이에요 일.. 일전에는 부친 차량을 일주일간 운전하면서 정비를 좀 해줬는데 여간 신경이 더 가더라고요""하긴 무보수고 각별한 사이니까 그럴 수도 있겠네요"


"차량 정비는 언제부터 하신 거예요?"



로 다시 질문을 시작해 그 정비사분이 차량정비 보직의 중사 부사관 출신이라는 것과 본가가 창녕 그리고 차후 창업에 대한 비전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정비 시간의 정적을 메꾸었다.


그 이후 정비사님의 꼼꼼한 눈매로 나의 차를 관찰하시고는 피드백을 해주셨다. 차량 밑면에 누유도 조금 있는데 이건 쉐보레 서비스센터에 방문하는 게 좋을 것 같다. 타이어 휠도 갈라짐이 보이니 교체할 시기 왔고 소모품이긴 하니 굳이 비싼 걸 할 필요는 없고 음.. 에어컨 필터는 언제 교체하셨어요? 와 같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렇구나 대충 타다 전기차로 갈아탈 생각이었는데 저가형 차도 생각보다 돈이 나가는 일이 많네요?"



그 말이 나가자마자 나는 아뿔싸 했다. 이게 사람인가... 오일 정비업체에 와서 그것도 정비사 앞에 전기차 이야기라니 이건 가히 이불킥할 만한 실언이었다고 생각했다. 더욱 슬픈 건 그 타이밍에 업체 사장님도 지나가다 들은 것이었다.



그리 유쾌하지 않은 표정으로 전기차와 그 시장에 대한 비관론을 설파하셨는데.. 말실수했다고 생각하는 한편


생각의 한쪽 언저리에서는 혹시 사장님은 확증편향...?



세상에 새로운 패러다임의 전환을 가져다준 일론 머스크의 광팬이자 테슬라의 주주, 나를 부의 추월차선으로 올려놓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 아가페적 사랑에 부여받은 신분 "테슬람" 인 것의 영향도 전혀 없지는 않겠지만 평소에도 그렇게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따금 지나가면서 내연기관 차량정비업체나 그 공간 안에서 수리하고 계신 정비사분들 볼때가있다. 사색하기를 좋아하는 나는 이따금 다른분야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기도 하고 감정이입도 한다. 내가 만약 정비사라면 트랜드에 맞게 전기차수리 공부를 다시 해야겠구나라고 결코 영원한 것이란 건 존재하지 않다라는 것을 생각했었다.


역사는 반복된다. 가령 산업혁명때 제니방직기의 등장, 증기기관차에서 내연기관, 택시업계에 혜성처럼 등장한 우버나, 숙박업체의 에어비엔비과 같은 패러다임의 변화가 수시로 출몰하고 그 간격이 나날이 짧아지고 있다.



환경오염 방지 정책으로 특정 기간까지 가솔린 디젤 등 화석연료 차량에 제한 정책과 그에 따른 전기차의 보급률 상승, 지금 당장 주변을 봐도 테슬라뿐만 아니라 현대, 기아 등의 보급형 차들을 많이 타고 다니기 시작하니까 말이다. 그러니 나 또한 당연히 지금 차량을 최대한 이용하다 다음에 전기차로 갈아탈 개인적 계획을 말해버린 것이다.



하지만 그건 지금 이 상황에 중요한 게 아닌데...


말은 신중하게 더욱 조심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첫째, 말을 많이 하다 보면 말실수를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특히 기분에 취했을 때 발생 빈도가 현저히 높아진다는 것을 체감했다. 더욱이 술이라도 들어가면 스테로이드 맞은듯하니 더욱 억제해야 한다.


둘째, 패션에도 TPO가 있듯이 말에도 TPO가 있다.



세부적으로 언급하면 객관적 사실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상황에 맞게 해아한다. 가령 프랜차이즈 카페를 이용하면서 콘셉트 분위가 좋은 핫플레이스 카페에 대한 언급, 금전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 앞에서 부동산, 재테크, 인센티브 이야기라든지 취준생에게 회사 및 상사 스트레스 이야기, 난임부부 앞에서 친탁이니 외탁이니 사랑스러운 아기 이야기 등과 같은 것 말이다.



대화는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다. 어원 그대로 "대하면서 말하는 것" 다시말해 대화의 본질은 상호작용이다.


특정상황이나 목적에 따라 당연히 달라질 수 있겠으나 PT, 토론, 연설,뭐 그런 것들은 평소 말하는 것들의 비중에서 크게 차지않는다.


대부분이 일상 대화이기에 서로 간의 대화를 통해서 기분 좋은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그 결과 다음 만남이 기대되고 다시 약속을 잡았을 때 성사되기 쉽다. 다시 말해 관계는 만남의 빈도로 깊어지는 것이 아니라 서로 간의 배려와 매너로 점철된 기분 좋은 교류 끝에 깊어지는 것이다.



오늘 이 에피소드를 계기로 더욱 반성하자는 의미에서 글을 끄적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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