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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NE Sep 06. 2024

비리야니의 도시로 오다

남편의 일로 인도를 가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어떤 도시로 가게 될까 너무 궁금했다. 일의 특성상 델리나 뭄바이 쪽은 갈 확률이 없었기 때문에 사는데 너무 불편한 도시는 아니길 바랐다. 어느 날 남편에게서 온 카톡에 자기도 이름이 너무 생소하다며 알려준 그곳은 하이데라바드였다.


바로 구글로 찾아보니 송곳니같이 생긴 인도의 대륙의 중간 정도의 지점에 위치해 있었다. 북부에 위치한 수도 델리로부터 비행기로 2시간 정도 걸리는 남인도의 한 도시이자, 인도 내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IT 도시 중의 하나라고 했다. 굵직한 글로벌 기업들이 이미 들어와있고 소득 수준도 다른 도시들보다 높은 편이라고 하길래 문뜩 얼마나 많은 기업이나 브랜드들이 들어와있는지 궁금해졌다.


이건 과거에 해외여행이든 출장이든 혼자 다닐 일들이 종종 있어서 생긴 내 나름대로의 방식인데, 전혀 배경지식이 없는 도시를 가게 될 때 소비문화를 보고 얼마나 개방이 되어있는지, 영어는 쓸 수 있는 곳인지, 젊은 사람들이 많은 도시인지를 보고 그에 맞는 여행 준비를 하는 편이다. 하지만 이번엔 여행을 가는 게 아니라 4년간 이름도 들어본 적 없는 도시에서 게다가 인도에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니 익숙한 단어들이 안전장치가 되어줄 것만 같았다.


그때부터 머릿속에서 외국계 하면 떠오르는 모든 단어들을 구글맵으로 검색하기 시작했다. 루이뷔통, 롤렉스 같은 럭셔리 브랜드들부터 나이키, 스타벅스, 자라, 맥도날드 같은 글로벌 브랜드들을 타이핑했더니 생각보다 많은 곳들이 이 도시의 지도에서 나타났다. 아는 이름들이 찾아지기 시작하니 나도 모르게 반갑고 안심이 되기 시작했다. ‘이 정도면 사는데 지장은 없겠네, 체크!’하며 바로 다음으로 검색한 건 ‘하이데라바드에서 가장 유명한 음식’ 이었다.


그 검색 결과로 뜬 게 바로 비리야니! 이 추억 속의 단어를 발견하자마자 런던 유학 시절이 떠오르면서 ‘뭐지? 이 운명 같은 만남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일까 궁금하신 분들은 1화를 참고해 주세요ㅎ) 그때부터 인도행이 조금 더 설레기 시작했다. 이 기쁜 소식을 남편에게 바로 카톡으로 전달했더니 돌아온 답변은 불안한 나와 달리 너라도 좋아해서 다행이다 이런 뉘앙스였다.


비리야니를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각종 향신료를 쌀과 함께 넣어 찐 밥이다. 그래서 비리야니에는 아로마가 있다는 표현을 많이 쓴다. 여기에 또 어떤 재료를 더 추가하는지에 따라 치킨 비리야니, 램 비리야니, 베지, 에그 등등의 종류로 나뉜다. 맛은 향이 좋은 밥에 짭짤하고 진한 커리맛이 나는 재료를 반찬 삼아 먹는 맛이다. 비리야니 자체로만 먹어도 충분하지만 나같이 다양하게 먹는 거 좋아하는 사람들은 커리며 케밥까지 골고루 시켜 같이 곁들여 먹는다.



하지만 비리야니는 기본적으로 양이 엄청 푸짐하다. 아무리 작은 사이즈를 시켜도 최소 공깃밥 4개 정도 될 것 같은 양이 나오지만 놀랍게도 여기선 이게 1인분이다. 흩날리는 쌀밥이라 우리나라 밥보단 가벼운 느낌이어서 더 많이 먹을 수는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많다. 인도 사람들이 얼마나 쌀을 많이 먹고 좋아하는지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그래서 우리나라 사람들끼리 인도 식당을 가면 가장 작은 사이즈 하나 시켜 서너 명이 나눠 먹거나 둘이 가면 남은 비리야니는 집에 싸오는 편이다.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요리라 집에서 한 번 해볼까 하는 마음에 유튜브로 레시피를 찾아본 적이 있다. 근데 이게 생각보다 복잡한 게 전통 레시피대로 하려면 최소 두세 시간이 걸리는 정성이 많이 들어가는 요리였다.


간단하게 설명하면 후추, 정향, 카다멈, 큐민씨, 샤프란, 팔각 등의 향신료를 바스마티 라이스에 스며들게 해서 밥을 지은 다음, 마살라로 양념해 재워둔 닭고기나 양고기 생선을 따로 조리해 시루떡처럼 이 밥과 양념된 재료를 켜를 쌓아 한 번 더 조리한다. 여기에 추가로 숯 향을 입히는 게 이 요리의 마무리이다.


그냥 사 먹기로 했다...


비리야니 상사병이라도 생긴 사람처럼 계속 상상하며 글까지 쓰다 보니 식욕이 돋는다. 배달 앱을 켜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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