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의 열기가 계속된다. 챗GPT가 생성AI의 가능성을 증명하며 끓는점을 만들었다면 여기서 파생한 기반 기술이 열기를 계속 이어간다. 잠깐의 센세이션으로 끝날 것 같던 열풍이 장기전으로 번졌고 AI는 IT의 새로운 미래로 자리 잡았다. 작금의 상황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IT의 판세를 바꿀 변곡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인 상황인데, 앞으로 생성 AI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끓어넘친 기술 경쟁, IT 시장의 변화를 돌아본다.
2022년 연말. 여느 때라면 크리스마스 캐롤이 귀를 간질일 시기지만 IT 업계에는 다른 찬가가 울려퍼졌다. 저마다 '프롬프트' 만들기에 바빴고, 생소한 오픈AI라는 회사에 시선을 집중했다. 말을 지어 넣기만 하면 척척 답을 내놓는 신박함에 겨울의 냉기가 열기로 바뀌었다.
이 해 11월30일 나온 챗GPT는 AI에 대한 세간의 의심 섞인 시선을 뒤집었다. 딥러닝이 나온 지 십수년이었지만 이때까지 AI는 '인공지능 분석' '자동 인공지능' 'AI 통계' 등 "뭔가 자동으로 해주는 느낌" 정도의 이미지에 머물러 있었다.
하지만 챗GPT는 정면으로 AI의 위력을 뽐냈다. PC(또는 모바일) 화면 속 정말로 지능을 가진 사람이 있는듯한 답이 뚝딱뚝딱 쏟아졌다. 이따금 답이 틀린 건 문제가 아니었다. 묻는 말에 대답하고 검색, 계산까지 해주는 챗봇이라니... 신세계가 열린 느낌에 IT 업계를 넘어 사회 전반의 이슈로 진화했다. IT 업계가 이 기회를 놓칠리 없다. 구글을 필두로 메타, 알리바바클라우드 같은 글로벌 기업은 물론 우리나라 기업들도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 단순한 인터페이스의 서비스 하나가 AI를 세상의 주목을 받는 도구로 탈바꿈 시켰다. 사실 이 열풍은 AI 전체라기 보다는 'LLM'에 놀란 열기다. Large Language Model의 약자인 LLM을 풀어 해석하면 ‘거대 언어모델’이라는 뜻이 된다. 언어의 구조와 의미를 분석하는 AI 기술로 단어와 문장의 관계를 파악하고 이에 걸맞은 답변값을 내놓는 기술이다. 프롬프트를 사람이 입력하면 LLM은 파라미터(매개변수)를 활용해 답변을 찾는다.챗GPT의 이름에 붙은 'GPT(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가 바로 오픈AI가 만든 LLM이다.
시장은 LLM을 새로운 기회로 삼았다. IT가 익숙한 사람이야 상관없지만 복잡한 코드줄과 엑셀 다루기 하나 어려운 사람이 여전히 다수를 차지한다. 말만 건넬 수 있다면 사용할 수 있는 챗GPT의 편리함은 LLM의 무한한 가능성을 시장에 전파했고 어려운 IT 기술장벽을 낮췄다.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고 했던가, LLM을 접목한 다양한 IT 서비스가 쏟아져 나왔다. AI가 거의 모든 IT 솔루션에 붙기 시작했다. 모바일의 시대 이후 새로운 영웅이 없던 IT 업계는 샘 알트만이라는 낯선 인물과 그가 이끄는 오픈AI라는 회사를 주목했다. 몇달 만에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스타트업이 된 오픈AI. IT 공룡 마이크로소프트의 투자에 힘입긴 했지만 원천 기술이 뛰어났던 것은 부정할 수 없다. 2018년 'GPT-1'과 2019년 'GPT-2'를 출시했지만 반향을 얻지 못해 절치부심했던 회사는 2020년 6월 1750억개 파라미터의 ‘GPT-3’를 내놓은 이후 2022년 11월 이를 미세조정한 'GPT-3.5'를 출시했다.
챗GPT에 쓰인 모델이 바로 이 GPT-3.5다. 챗GPT는 출시 닷새만에 100만명, 두 달만에 1억명의 사용자를 모으면서 오픈AI를 세운 알트만의 한 마디 한 마디가 기사화됐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오픈AI와의 협력으로 벌어들인 돈, 마이크로소프트를 뒤쫒는 구글과 메타의 반격, 자국의 AI 기술 진단까지 2023년 상반기 IT 매체들은 마치 자동화된 챗봇처럼 기사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2023년 3월 마이크로소프트의 프레젠테이션은 결정타였다. 직장인의 베스트프렌드 '마이크로소프트 365'에 접목될 생성AI 기능이 소개됐다. 느낌적인 느낌으로 설명해도 예쁜 PPT를 만드는 파워포인트, 마치 부하 직원에게 시키듯 프롬프트를 넣으면 자동으로 계산해주는 엑셀, 어려운 줄맞춤이나 서식 따위는 아무 문제가 되지 않도록 설계한 워드 등 마이크로소프트 365가 보여준 LLM은 진짜 멋진 결과물을 '생성'하는 AI의 가능성을 뽐냈다.
부조종사(Copilot)라는 수사를 붙인 마이크로소프트 365가 가져온 건 마이크로소프트의 영달뿐만은 아니었다. 시장에 생성AI의 활용 방안을 알린 좋은 사례가 됐다. 사용자는 편리하게, 솔루션 기능은 그럴싸하게 포장할 수 있는 레퍼런스가 됐다.
윈도우 이후 고인물로 여겨졌던 마이크로소프트의 공세에 놀란 기업들은 재빨리 움직였다. 메타는 라마, 구글은 바드(현 제미나이)로 각각 공세를 펼치며 챗GPT 인기의 반사효과를 노렸다. 우리나라 또한 네이버가 새로운 LLM 출시를 예고하며 "우리도 있다"를 외쳤다. 정부도 숟가락을 얹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초거대 AI 경쟁력 강화 방안’을 공개하고 데이터 학습과 특정 분야 특화 생성AI 개발을 돕는다고 발표했다.
새로운 기술이 그야말로 센세이션을 일으키니 더 큰 파생효과가 나타났다. LLM 개발과 작동의 터전인 클라우드에 세간의 이목이 쏠렸다. 이와 함께 '말'이 기본인 검색 서비스도 생성AI 열풍이 불어오기 시작하는 등 챗GPT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 2023년 상반기 IT 업계를 집어삼켰다.
※이 글의 표지는 이미지 생성AI '달리(DALL·E)3'를 탑재한 빙(Bing) 이미지 크리에이터로 만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