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 소라부터 AI 인덱스까지…논란의 2024년 상반기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의 열기가 계속된다. 챗GPT가 생성AI의 가능성을 증명하며 끓는점을 만들었다면 여기서 파생한 기반 기술이 열기를 계속 이어간다. 잠깐의 센세이션으로 끝날 것 같던 열풍이 장기전으로 번졌고 AI는 IT의 새로운 미래로 자리 잡았다. 작금의 상황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IT의 판세를 바꿀 변곡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인 상황인데, 앞으로 생성 AI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끓어 넘친 기술 경쟁, IT 시장의 변화를 돌아본다.
시간은 흘러 2024년. 생성AI에 대한 경외심은 희석됐고 이를 어떻게 적용하느냐에 방점이 찍혔다. 신기술도 계속 쏟아졌다.
경쟁에 참전하지 못하면 능력 없는 기업으로 여겨지는 현실. 조금이나마 접점을 만들려는 기업들의 노력이 계속됐다. 큰 예산을 들여 여는 기술 컨퍼런스의 부제에는 빠짐없이 AI가 들어갔고, 관련 도서 출간이나 강연처럼 센세이션이 일어나면 으레 따라붙는 현상이 이번에도 나타났다.
올해 초에는 선두주자 오픈AI가 다시 핵폭탄을 던졌다.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지는 텍스트 생성AI에 지루해하려던 찰나, 자동으로 영상을 만들어주는 솔루션 소라(Sora)를 발표하면서 신기원을 제시했다. 2월의 추위를 덮는 뜨거운 화두가 됐다. 이에 질세라 최근 구글은 비오(Veo)로 맞불을 놨다.
하드웨어는 또 어떤가. AI 칩의 대명사인 엔비디아의 H100 품귀 사태가 독과점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나왔지만 시장은 개의치 않았다. 대신 절대 손을 잡지 않을것 같던 기업들의 합종연횡으로 이를 돌파해 나갔다.
인텔과 네이버가 파트너십을 맺었고, AMD는 삼성과 손을 잡았다. 인텔은 '가우디(Gaudi) 3', AMD는 'MI325X'를 각각 선보이면서 엔비디아의 신제품 '블랙웰(Blackwell)'을 겨냥했다. 과거 CPU의 상징이었던 인텔은 GPU 시장에서만큼은 엔비디아의 그림자가 됐고, 인텔을 뒤쫓던 AMD는 이제 엔비디아까지 잡아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이들이 만든 칩이 들어가는 데이터센터 업계도 포장지 마련에 힘을 줬다. 모두가 'AI 특화 센터'라는 딱지를 붙이기 시작했다. GPU 보유 개수가 데이터센터의 가늠자가 된 상황에서 "우리가 더 빨리 우수한 칩을 들여올 수 있다"며 광고하고 나섰다. 그 사이 전기를 빨아먹는 데이터센터 산업은 환경의 적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시리즈에 AI를 심은 온디바이스 AI가 새로운 흐름으로 떠올랐고, AI가 아닌 것이 더 찾아보기 힘든 세상이 됐다.
"아무리 용을 써도 나랏님 앞에서는 숙여야 한다"는 말이 있다. 돈을 벌고 기술을 만드는 게 기업의 본령. 하지만 정부의 눈 밖에 나면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것도 순식간이다. 통수권자의 말 한마디나 국회의원이 발의한 법안 한 줄, 부처가 만든 시행령 하나가 기업의 생사를 결정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신년사를 챗GPT에 넣어봤다거나 대통령실에 사용을 권했다는 등의 소식이 언론을 통해 전해졌다. 나랏님조차 생성AI에 관심을 두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기업들은 반드시 IT 강국의 자존심을 지켜야 했다. 실리 차원에서도 필요한 액션이다. 자사 서비스를 쓸 잠재 사용자를 위해서라도 1등 이미지를 가져야 했다.
지난 4월의 사태는 그래서 의미가 있다. 미국 스탠포드대는 이 시기 발표한 ‘AI 인덱스 2024' 보고서에서 미국이나 영국, 아랍에미리트 등 세계 10개국 정도가 생성AI 기반모델(FM ·Foundation))를 보유한 것으로 발표했다.
하지만 한국은 리스트에 들어가지 않았다. 하이퍼클로바X를 보유한 네이버 입장에서 격노할 일이었다. AI 기술 최고 책임자가 본인의 SNS(언론에서 바로바로 인용할 정도로 파급력이 있는 페이스북이다)에 여럿 포스팅을 올려 반박했다. 이를 계기로 미국 샌프란시스코 영사관이 스탠포드대에 접촉했고, 우리나라도 자체적인 AI 인덱스를 만들자는 주장까지 나왔다.
컨설팅 회사들은 저마다 생성AI의 쓰임새와 적용 정도, 업무 자동화에 미치는 영향, 가장 많이 쓰이는 솔루션 등 글로벌 조사결과를 쏟아내며 열풍을 부채질했다. 회의적인 조사 결과조차 AI의 잠재력을 모르는 답변으로 치부됐다. AI에서 뒤떨어지면 아예 도태된 것으로 여겨지는 왜곡된 분위기가 형성됐다.
무엇보다 '사람의 일자리를 뺏는다'는 시선은 계속 논쟁을 불러오는 주제다. AI가 내 자리를 뺏는게 아니라 내 시간을 지키고 진짜 할일에 집중할 있게 돕는다는 게 반박하는 이들의 논리다. 반면 AI가 단순노동(이를테면 검색이나 단순 질문 응대 같은...)은 충분히 대체할 수 있어 피할 수 없는 대세라는 의견도 있다.
AI가 초래한 변화는 결국 제로섬 게임으로 수렴된다. SW 엔지니어나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처럼 AI를 다루는 자리는 더 생기는 반면, 단순노동에 그치는 경우는 AI의 습격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결국 잘 쓰면 약이 되지만 무분별하게 쓰면 독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고령화가 진행된 국가들은 논란에서 더 자유롭지 못하다. AI에 익숙한 젊은층은 그나마 괜찮지만 노령층의 경우 위기에 내몰린다. 저출산과 고령화의 골이 깊어지는 한국이 특히 경계해야 할 문제다.
모바일 시대 이후 가장 큰 변화라는 AI 시대. AI의 홍수는 사회 많은 논의를 낳았다. 단순히 기술 경쟁으로만 볼 게 아니다. AI가 불러올 나비효과. 역전승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마지막 동아줄로 작용할지, 계층을 가르는 칼로 작용할지 지켜볼 일이다.
끝.
※이 글의 표지는 이미지 생성AI '달리(DALL·E)3'를 탑재한 빙(Bing) 이미지 크리에이터로 만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