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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교동방울이 Jul 04. 2024

엔비디아 어디서 구해? "챗GPT에 물어봐"

IT도 예외 없는 대명사 싸움


IT도 결국 산업인 건 마찬가지. 기술의 우위가 곧 시장에서의 우위를 뜻할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 기업의 이미지가 곧 시장점유율로 이어지고 1등 자리의 열매를 따먹기 위해 저마다 홍보 활동에 열을 올린다.


이글의 제목에 담긴 엔비디아는 GPU 품귀현상의 최대 수혜자다. 게임용 그래픽카드 회사였던 엔비디아가 시가총액 1위 자리를 두고 엎치락뒤치락할지 누가 알았겠나. H100을 비롯해 올해 공개한 블랙웰(Blackwell)까지 AI 모델 훈련에 필수적인 GPU 수요를 모두 엔비디아가 흡수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GPU는 비단 엔비디아 외에도 인텔, AMD 등 전통의 강호 또한 열심히 생산하고 있다. 물론 H100을 위시한 엔비디아 제품이 더 뛰어나긴 하지만 "GPU는 엔비디아이자 엔비디아가 없으면 AI가 돌아가지 않는다"는 평가는 과도한 측면이 있다.


AI 열풍이 불면서 삽시간에 지구촌 최대 기업으로 떠오른 엔비디아. 주가는 사상 최고치를 찍었고 동학개미들 사이에서도 서학에 눈을 돌리지 않을 수 없는 계기가 됐다. 파도치는 차트가 당연한 주식시장에서 1~2% 등락만으로 속보가 나오는 기업은 손에 꼽을 정도다.


데이터센터를 비롯해 AI 모델 개발사 모두가 엔비디아칩 구하기에 나섰고 돈을 줘도 구할 수 없는 이 제품은 역설적으로 엔비디아를 더 신격화하게 만들었다. 가죽점퍼의 사나이 젠슨 황 CEO 또한 수많은 IT 기업 수장 중 하나에서 세계적인 유명인사가 됐다. (샤티아 나델라는 몰라도 젠슨 황은 안다!)


지난 5월 미국 엔비디아 본사에서 만난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와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최수연 네이버 대표. 네이버 창업자인 이 의장까지 나선 이 쓰리


어차피 GPU 시장의 추격자 입장이었던 AMD는 차치하더라도 칩의 '대명사'였던 인텔 입장에서는 부아가 치밀 노릇. 삼성 또한 부랴부랴 GPU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현재까지는 엔비디아의 낙수효과를 기대해야 할 처지다. 엔비디아는 이미 대체불가한 대명사가 됐고 바일 시대 이후 IT 업계 최대 변곡이라는 AI 시대에서 당분간 맹주 역할을 계속할 듯하다.


챗GPT는 또 어떤가. 서방의 이름 모를 스타트업이었던 오픈AI는 이 획기적인 솔루션 하나로 세계를 뒤흔들고 있다. (AI가 대체할 거란 위기감을 느낀) 언론이 부추긴 면이 있긴 하지만 분명 LLM을 활용한 AI 챗봇의 효용이 명확했고 여전히 생성AI의 대명사로 승승장구 중이다. 또 오픈소스하면 레드햇이요 데이터베이스하면 오라클이지 아무도 수세나 몽고DB를 대명사로 언급하지 않는 것도 마찬가지다.


미국에서는 아직도 복사했다는 표현을 쓸 때 "I xeroxed" 같은 말을 쓴다. 제록스가 복사기의 대명사라 일종의 관용어처럼 자리 잡은 경우다. 또 슈퍼볼 MVP 출신의 혼혈선수 하인스워드는 어머니 김영희씨의 헌신을 말하는 인터뷰에서 "(어려운 형편에도) 내가 나이키를 사달라면 나이키를 사주셨다"라고 말할 만큼 시장 지배자의 지위는 늘 언제 어디서나 튀어나온다.


혁신적인 제품이 나오면 "애플 같은 건가"라는 약간은 비아냥 섞인 농담을 던지는 것도 이유야 어찌 됐건 애플 신제품이 매번 패러다임을 바꾼다는 뜻이 담겼다. 이는 곧 애플이 그 닫힌 생태계에도 꾸준히 팔려나가는 이유가 된다. 기술력 또한 물론 뛰어나지만 뛰어난 부분도 있지만 이러한 리딩기업 이미지는 분명 성능고하를 막론하고 추종자를 낳으며 또 다른 개발에 뛰어들 원동력이 된다.


지난 여름 우리나라 네이버는 부랴부랴 하이퍼클로바X를 내놓았지만 "챗GPT에 물어봐" 대신 "클로바X에 물어봐"라고 말할 사람이 훨씬 더 적다는 건 네이버도 인정하는, 아니 인정해야 하는 사실이다. 엔비디아를 어디서 구해야 할지 막막해 챗GPT에 물어볼 지언정 AMD 질문을 하이퍼클로바X에 물어보지는 않을테다.


네이버는 '한국어 특화'를 마케팅 포인트로 삼았다. 한국 기업이니 당연하지만 세계를 노린다는 회사 입장에서는 다소 아쉬운 행보다. 아직 벤치마크에서도 오픈AI를 압도하지 못하는 건 출시 1년을 바라보는 회사 입장에서 아픈 손가락이기도 하다.


아직 수익화 모델이 완벽하지 않은 상태에서 해외 사용자를 끌어모으려면 지금보다 해외 PR에 더 힘을 기울여야 한다. (하물며 네이버 또한 새 데이터 센터 공개 행사에서 엔비디아칩 확보를 자랑했다!!) 네이버의 이해진 창업자와 최수연 대표가 나란히 잰슨황 옆에 선 사진을 보면서 느낀 씁쓸한 기분. 유튜버가 직업군으로 자리잡은 상황에서 '치지직'까지 내놓은 네이버의 하반기는 어떻게 될까.


네이버웹툰의 나스닥 상장 소식을 들으면서 아직은 기대감이 남은 것이 과연 애국심 때문일까. 우리나라 IT의 대명사 자리에 가장 가까운 네이버의 약진을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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