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파리 올림픽이 한창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관중과 함께 하는 첫 하계 대회. 우리나라 선수단의 선전 소식이 지구 반대편 한반도에 거의 실시간으로 전해진다.
손 위의 스마트폰 위에서 바로 경기 영상을 확인하는 세상. 흑백 TV 시절부터 올림픽 중계는 세계 스포츠팬의 낙이었지만, 최근의 중계 기술은 더 진화한 모습이다.
거미줄 같은 통신망으로 지구촌을 연결하는 대신 클라우드로 생중계한다. IT 기술의 기둥으로 자리 잡은 AI도 이번 대회에서 맹활약 중이다.
클라우드로 중계...뭐가 다르지?
이번 대회에서는 올림픽만을 위한 맞춤형 클라우드가 사용됐다. 중국의 알리바바클라우드가 주인공이다. 2020 도쿄 올림픽에서 첫선을 보인 'OBS 클라우드' 1.0 버전 이후 베이징 대회의 2.0을 넘어 3.0이 베일을 벗었다.
OBS는 올림픽 주관방송사 'Olympic Broadcasting Services'의 머리글자다. 주목해야 할 건 위성 방식을 타파한 것이다. 1964년 도쿄 대회부터 올림픽 경기 영상은 위성을 통해 송출됐다. 실시간 위성 중계는 1972 뮌헨 올림픽부터다. 지구촌은 이때부터 타국에서 타전된 스포츠 경기 소식에 울고 웃었다.
하지만 위성 방식은 단점이 있다. 하늘에 떠 있는 위성이 쏘는 전파는 기상 환경의 영향을 받는다. "잠시 중계 영상이 고르지 못했습니다. 양해 바랍니다"라는 캐스터의 사과 멘트도 이 때문이다. 주파수 전달 자체는 무리가 없지만 안정성 측면에서 리스크가 있다. 또 커다란 위성 안테나 같은 대규모 장비를 현장에 구축해야 한다. 이를 관리하기 위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설치 부담도 컸다.
올림픽 파트너사인 알리바바클라우드가 겨냥한 게 이 지점이다. 클라우드는 각 리전을 통해 데이터를 쉽게 끌어올 수 있다. 생중계 영상 신호를 클라우드로 주고받기 때문에 기상 환경이 영향을 받지 않고 인프라 구축 부담도 적다.
초고화질(UHD) 방송사 2개를 비롯한 54개 방송사가 OBS 클라우드 3.0의 일부인 'OBS 라이브 클라우드'를 통해 대회를 생중계한다. 이는 중계 서비스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규모다. 위성 시대를 넘어 명실상부 클라우드 생중계 시대가 열린 모습이다.
단점은?
단 클라우드도 완전무결한 방식은 아니다. 최근 크라우드스트라이크 사태에서 봤던 것처럼 클라우드 방식은 단일장애지점(SPOF·Single Point of Failure)이라는 취약점이 있다. 클라우드 인프라가 장애를 겪으면 연결된 고객사 전체가 영향권에 든다.
여러 클라우드서비스제공사(CSP)를 쓰는 '멀티 클라우드'를 쓰는 게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올림픽만큼은 이 전략을 사용할 수 없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부터 알리바바클라우드가 공식 클라우드 업체로 선정됐기 때문에 타사의 클라우드를 섞어 쓸 수 없는 구조다.
다행히 아직 알리바바클라우드가 올림픽에서 장애를 겪었다는 소식은 전해지지 않는다. 특히 무관중 체제로 치러졌던 2020 도쿄 올림픽에서는 직접 일본을 찾을 수 없는 온라인 관객(?)들에게 현장의 생생함을 전하는 일등 공신이었다.
본격적인 AI 올림픽
AI의 발전은 파리 올림픽에서 제대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AI를 활용한 컴퓨터 비전 기술이 선수들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3D 모델로 구현해준다.
생성AI 또한 등장했다. 인텔이 만든 챗봇이 힘을 보탠다. 언어와 문화가 다른 각국 선수단을 위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협력해 '애슬리트365(Athlete365)'라는 챗봇을 공동 개발했다. 인텔 AI칩 가우디(Gaudi)와 제온(Zeon) 프로세서를 통해 구동되는 솔루션으로, 각국 선수의 문의에 응답하고 소통하는 비둘기 역할을 한다.
알리바바클라우드도 실시간 AI 렌더링을 지원해 3D로 재구성한 영상 제작을 지원한다. OBS 멀티 카메라 리플레이 시스템(OBS Multi-Camera Replay Systems)이 선수들의 경기 장면을 프레임 프리즈 슬로 모션(frame-freeze slow motion)으로 리플레이해주는데, 이는 스포츠 팬들이 선수들의 움직임을 심층 분석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