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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교동방울이 Aug 03. 2024

암운 드리운 인텔의 미래

AI 시대 후발주자로 내려 앉은 맹주


인텔이 최악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50년 만에 가장 큰 주가 낙폭을 기록했고 구조조정까지 예고했다. PC의 두뇌인 CPU 시장을 장악했던 인텔의 부진. 실적이 떨어진 게 원인인데 세상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또 그놈의 AI가 문제였다. 핵심 사업인 CPU는 선방했지만 AI 부문이 꺾여나가면서 제대로 쓴맛을 봤다. 생각보다 너무나 큰 주가 하락. 미래 가치도 반영하는 게 주가인데 인텔의 AI 여정은 정말 헛걸음일까.


 AI 부진이 끌어내린 주가

AI와 같은 강력한 트렌드에서 수익을 얻지 못했다.

현지시간으로 1일 진행한 올 2분기 실적 발표에서 피터 겔싱어 인텔 CEO가 전한 말이다.


전공 분야에서는 저력을 보였지만 시대의 흐름인 AI는 삐끗했다. CPU 부문이 포함된 클라이언트 컴퓨팅 그룹 매출은 1년 전보다 9% 늘어나 74억1000만달러를 기록했다. 허나 AI칩 부문을 포함한 데이터센터 및 AI부문 매출은 30억5000만달러로 전년동기 대비 3% 줄었다.


겔싱어의 언급은 본인에게도 뼈저린 반성의 언어다. 몇 년전까지만 해도 경쟁상대가 되지 않던 엔비디아의 약진에 인텔은 시대에 뒤처진 기업이 됐다. 특히 엔비디아 H100이 선전하면서 인텔 또한 AI칩 가우디(Gaudi)를 내놨지만 이미 흐름을 탄 엔비디아를 꺾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비유하자면 전기차 시장에 접어든 상황에서 현대자동차가 테슬라에 절대우위를 보이지 못하는 것과 비슷한 모습이다. 자동차 기술로만 보면 현대차에 밀릴지언정 전기차라는 확실한 아이덴티티가 있는 테슬라는 이미 전기차를 넘어 모빌리티의 총아가 됐다.


CPU라는 필수 모듈 시대를 넘어 GPU 시대에 적응하려는 인텔도 상황이 비슷하다. GPU 시장이 성장하면서 인텔 또한 'Xe' 제품으로 엔비디아에 대항했지만 AI라는 거대 변수까지 고려하지는 못했다. 애초부터 게임용으로 설계한 엔비디아의 GPU에 인텔 Xe는 상대가 되지 않았다. 엔비디아는 연산 처리 능력 개발에 집중했고, 생성 AI라는 신문물까지 등장하며 물만난 고기가 됐다.  


뒤늦게 가우디로 맞불을 놨지만 인텔의 자존심에는 크게 흠집이 난 뒤였다. 인텔은 올해 4월 공개한 가우디3을 엔비디아의 3분의 1 가격으로 판매한다고 밝혔다. PC용 칩의 절대강자가 덤핑에 가까운 가격 전략을 취한 셈이다.



인텔은 정말 상대가 안 될까?


*엔비디아 H100 대비 라마(Llama2) 70억 & 130억 매개변수, GPT-3 1750억 매개변수 모델에서 학습 시간 50% 단축. 라마 70억 & 700억 매개변수 모델에서 50% 빠른 추론 처리량과 40% 향상된 추론 전력 효율

*라마 70억 & 700억 매개변수 모델과 팔콘(Falcon) 1800억 매개변수 모델에서 엔비디아 H200 대비 30% 빠른 추론 능력


4월 초 피터 겔싱어가 '인텔 비전 2024' 컨퍼런스에서 밝힌 가우디3의 장점이다. 학습과 추론 모두에서 엔비디아를 앞선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허나 인텔에 보름 앞서 엔비디아가 새로운 AI칩 '블랙웰(Blackwell)'을 발표한 것을 주목해야 한다. 인텔의 가우디3가 비교군으로 제시한건 이전 세대 제품인 H100과 H200이다. H100은 2022년 하반기 나왔고 지난해 발표했던 H200도 올해 2분기부터 손에 넣을 수 있다.


야심차게 발표한 가우디3의 공식 출시는 아직이다. 그 사이 엔비디아는 또다른 신제품 블랙웰을 출시할 예정이다. 가우디3의 경쟁자는 결국 블랙웰인 상황에서 전망이 그리 밝지 않다. 젠슨황 엔비디아 CEO는 블랙웰 공개 당시 지금 세대 GPU보다 2배 더 강력하고 AI 모델 추론 시간도 5배 빠를 것이라고 했다. H100에 최대 50% 앞선 수준으로 가우디3가 출시된다면 블랙웰을 따라 잡을 수 없는 형태다.


H100의 3분의 1이라는 가격 정책도 아주 매력적이진 않다. 나온지 2년이 지난 칩과 가격 경쟁에 나서는 건 결국 구세대 수요를 잡겠다는 설명 이상이 되지 않는다. 매출 측면에서도 박리다매만으로 반등을 꾀하기엔 무리가 따른다.


인텔이 굴욕을 겪는 사이 엔비디아는 미국 법무부의 반독점 조사 대상에 올랐다. 결과에 따라 천문학적인 과징금이나 행정적 페널티를 받을 수 있다. 엔비디아의 주가는 6% 이상 떨어졌지만 일시적 현상이라는 게 월가의 분석이다.


인텔은 실적 발표날 100억달러의 비용을 줄이기 위해 구조조정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전체 직원의 (무려!) 15%를 줄인다고 한다. 당분간 주주 배당금도 지급하지 않기로 했다. 여러모로 인텔에는 추운 여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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