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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교동방울이 Aug 21. 2024

'외산 SW 천하' 언제까지?

모험보다 안정, 실리보다 이름


IT 시스템을 돌리는 도구인 소프트웨어(SW)의 외산 천하가 여전하다는 소식이다. 우리나라 공공 시스템의 대부분이 해외 기업의 SW를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산의 비중이 점차 높아지고는 있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우리나라 SW의 성능이 떨어져서일까? 데이터베이스부터 시작해 운영체제 등 모든 영역에서 외산 SW이 이용률이 국산보다 크게 높았다. IT 강국을 외치지만 IT 강국의 정부부터가 외산을 사랑하는 모습인데 이유가 뭘까. 


외산 SW 비중 57.7%로 국산 눌러


행정안전부가 낸 '2024 행정 및 공공기관의 정보자원 현황 통계'를 보면 2023년 한국의 공공부문에서 사용한 SW 개수는 총 23만6867개다. 


유형별로는 운영체제가 5만1569개로 가장 많았다. 뒤이어 ▲정보보호 4만8781개▲WEB/WAS 2만 9,176개(4,264억 원)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 2만1369개 ▲관제 1만2924개▲백업 3만371개로 파악됐다. 


이 밖에도 가상화SW(4094개) ▲리포팅툴(2548개) ▲그래픽툴(1637개) ▲검색엔진(1606개) ▲ ▲EAI/ESB(1302개) ▲클러스터(770개) ▲메일(982개) ▲기타(2만9738개) 등이 사용됐다. 


주목할 건 외산과 국산의 비율이다. 국산 SW 비율은 42.29%(10만181개)로 2022년도의 47.29%(11만9162개)와 비교해 뒷걸음질 쳤다. 역으로 외산 SW 비율은 52.71%(13만2820개)에서 57.71%(13만6686개)로 5% 포인트 늘어났다. 


DBMS는 특히 외산의 텃밭이었다. 오라클(63.52%), 마이크로소프트(16.03%), 마리아DB(3.09%) 등 외산이 8할 이상을 차지했다. 큐브리드(9.13%)와 티맥스데이터(8.23%)가 뒤쫓긴 했지만 우리나라 공공 데이터를 대부분 외산 DB에 채우는 현실은 여전했다. 


국산이 우위를 보인 건 기타 분야를 제외하고 정보보호와 관제 SW 분야 뿐이었다. 정보보호와 관제는 각각 73.12%(3만5667개)와 94.05%(1만2155개)로 외산을 앞섰다.  


(출처=행정안전부)


기술이 딸려서? 모험은 무서워!


정보보호 분야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외산 SW가 굳게 뿌리내린 게 현실. 이유는 뭘까. 일단 국산을 믿지 못하는 건 아니라는 게 중론이다. 기술력으로는 도드라지게 밀릴 것이 없고 되레 외산보다 가격 경쟁력을 갖춘 업체가 대다수다. 


업계가 말하는 쟁점은 윈백(Win-Back)이다. 윈백은 기존 솔루션을 들어내고 다른 솔루션을 적용하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윈백은 꽤 지난한 작업이다. 쓰던 제품을 계속 사용하려면 유지보수 계약 연장만 하면 되지만, 윈백은 다시 제안서 평가를 거치고 개념검증(PoC)에 시뮬레이션 작업 등 거의 백지에서 다시 시작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또 외산은 글로벌 기업이라는 이름값으로 의사결정자들을 설득하기가 더 쉽다. 또 해외 유수의 기업과 기관이 쓰는 솔루션이라는 레퍼런스가 보수적인 공공 시장에서 선택의 기준이 된다. 특히 DBMS의 경우, 안정성이 생명인 은행권이 외산에 종속되는 현상을 보이면서 공공 분야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클라우드 네이티브'가 쏘아올릴 공


다만 클라우드 네이티브 전환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지형이 바뀔 가능성이 있다. 클라우드는 SW보다 인프라로 분류되지만 이를 둘러싼 SW의 국산화를 유도할 수 있다. 


해외 빅 3에 눌려있던 국산 클라우드서비스제공사(CSP)의 약진이 기대된다. 공정거래위원회 자료를 보면 국내 클라우드 시장에서 아마존웹서비스(AWS) 점유율은 2019년 77,9%, 2020년 70%, 2021년은 62% 수준으로 과반을 훌쩍 넘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클라우드가 그 다음이다. 네이버가 서서히 점유율을 끌어올리지만 여전히 한 자리수에 그친다. 


클라우드 네이티브 전환 사업에서는 국내 CSP의 진출이 기존보다는 가속화할 수 있다. 어러 벤더를 섞어 쓰는 멀티 클라우드가 자리잡고, 도입 예산도 늘어나면서 국내 업체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매출에도 훈풍이 시작됐다. 올해 KT클라우드·네이버클라우드·NHN클라우드 등 3사의 매출을 모두 전년보다 늘었다. 올해 2분기 컨퍼런스콜에서도 각사는 공공 분야 클라우드 사업 수주에 기대를 거는 모습이었는데 일단 시장을 선점하는 관건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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