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험보다 안정, 실리보다 이름
IT 시스템을 돌리는 도구인 소프트웨어(SW)의 외산 천하가 여전하다는 소식이다. 우리나라 공공 시스템의 대부분이 해외 기업의 SW를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산의 비중이 점차 높아지고는 있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우리나라 SW의 성능이 떨어져서일까? 데이터베이스부터 시작해 운영체제 등 모든 영역에서 외산 SW이 이용률이 국산보다 크게 높았다. IT 강국을 외치지만 IT 강국의 정부부터가 외산을 사랑하는 모습인데 이유가 뭘까.
외산 SW 비중 57.7%로 국산 눌러
행정안전부가 낸 '2024 행정 및 공공기관의 정보자원 현황 통계'를 보면 2023년 한국의 공공부문에서 사용한 SW 개수는 총 23만6867개다.
유형별로는 운영체제가 5만1569개로 가장 많았다. 뒤이어 ▲정보보호 4만8781개▲WEB/WAS 2만 9,176개(4,264억 원)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 2만1369개 ▲관제 1만2924개▲백업 3만371개로 파악됐다.
이 밖에도 가상화SW(4094개) ▲리포팅툴(2548개) ▲그래픽툴(1637개) ▲검색엔진(1606개) ▲ ▲EAI/ESB(1302개) ▲클러스터(770개) ▲메일(982개) ▲기타(2만9738개) 등이 사용됐다.
주목할 건 외산과 국산의 비율이다. 국산 SW 비율은 42.29%(10만181개)로 2022년도의 47.29%(11만9162개)와 비교해 뒷걸음질 쳤다. 역으로 외산 SW 비율은 52.71%(13만2820개)에서 57.71%(13만6686개)로 5% 포인트 늘어났다.
DBMS는 특히 외산의 텃밭이었다. 오라클(63.52%), 마이크로소프트(16.03%), 마리아DB(3.09%) 등 외산이 8할 이상을 차지했다. 큐브리드(9.13%)와 티맥스데이터(8.23%)가 뒤쫓긴 했지만 우리나라 공공 데이터를 대부분 외산 DB에 채우는 현실은 여전했다.
국산이 우위를 보인 건 기타 분야를 제외하고 정보보호와 관제 SW 분야 뿐이었다. 정보보호와 관제는 각각 73.12%(3만5667개)와 94.05%(1만2155개)로 외산을 앞섰다.
기술이 딸려서? 모험은 무서워!
정보보호 분야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외산 SW가 굳게 뿌리내린 게 현실. 이유는 뭘까. 일단 국산을 믿지 못하는 건 아니라는 게 중론이다. 기술력으로는 도드라지게 밀릴 것이 없고 되레 외산보다 가격 경쟁력을 갖춘 업체가 대다수다.
업계가 말하는 쟁점은 윈백(Win-Back)이다. 윈백은 기존 솔루션을 들어내고 다른 솔루션을 적용하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윈백은 꽤 지난한 작업이다. 쓰던 제품을 계속 사용하려면 유지보수 계약 연장만 하면 되지만, 윈백은 다시 제안서 평가를 거치고 개념검증(PoC)에 시뮬레이션 작업 등 거의 백지에서 다시 시작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또 외산은 글로벌 기업이라는 이름값으로 의사결정자들을 설득하기가 더 쉽다. 또 해외 유수의 기업과 기관이 쓰는 솔루션이라는 레퍼런스가 보수적인 공공 시장에서 선택의 기준이 된다. 특히 DBMS의 경우, 안정성이 생명인 은행권이 외산에 종속되는 현상을 보이면서 공공 분야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클라우드 네이티브'가 쏘아올릴 공
다만 클라우드 네이티브 전환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지형이 바뀔 가능성이 있다. 클라우드는 SW보다 인프라로 분류되지만 이를 둘러싼 SW의 국산화를 유도할 수 있다.
해외 빅 3에 눌려있던 국산 클라우드서비스제공사(CSP)의 약진이 기대된다. 공정거래위원회 자료를 보면 국내 클라우드 시장에서 아마존웹서비스(AWS) 점유율은 2019년 77,9%, 2020년 70%, 2021년은 62% 수준으로 과반을 훌쩍 넘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클라우드가 그 다음이다. 네이버가 서서히 점유율을 끌어올리지만 여전히 한 자리수에 그친다.
클라우드 네이티브 전환 사업에서는 국내 CSP의 진출이 기존보다는 가속화할 수 있다. 어러 벤더를 섞어 쓰는 멀티 클라우드가 자리잡고, 도입 예산도 늘어나면서 국내 업체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매출에도 훈풍이 시작됐다. 올해 KT클라우드·네이버클라우드·NHN클라우드 등 3사의 매출을 모두 전년보다 늘었다. 올해 2분기 컨퍼런스콜에서도 각사는 공공 분야 클라우드 사업 수주에 기대를 거는 모습이었는데 일단 시장을 선점하는 관건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