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수선 Nov 20. 2021

마리나 아브라모비치와 관계 미학

20210506 논술 답안 필사

 영화 속 마리나 아브라모비치의 작품 중 관계 미학과 연관이 깊은 작품은 The  Artist is Present이다. 이 작품은 두 개의 공간으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사각형 안의 공간이고 다른 하나는 사각형 밖의 공간이다. 사각형 안에서는 의자 2개, 탁상, 작가이자 퍼포머인 마리나 아브라모비치가 작품이다. 사각형 밖에서는 관객과 퍼포머가 마주 앉아있는 모습이 작품이다. 이 두 가지 공간 모두 관계 미학과 연관이 깊다.


 관계 미학에서 중요히 여기는 가치 중 하나는 관객이 작품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작품과 공존하는 것이다. 사각형 안에서는 이 가치가 잘 드러난다. 사각형 안에서 관객은 탁상 하나를 사이에 두고 퍼포머와 마주 앉는다. 이 탁상도 어느 순간 치워버려 관객과 퍼포머는 어떠한 방해도 받지 않은 채로 서로의 눈과 몸을 마주한다. 관객은 작품 속에서 다양한 감정을 느끼고, 다양한 표정을 보여준다. 작가 역시 각각의 관객들과 개별적인 상호작용을 한다.


 자신을 보호해 줄 아무런 장치도 없이 낯선 사람과 마주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관객이 낯선 사람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마음의 문을 닫은 채로 퍼포머와 마주한다면 둘 사이의 상호작용은 일어나기 어렵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는 '원하는 만큼 앉아 있을 수 있다'는 조건과 '서로를 바라본다'는 조건을 통해 관객과 퍼포머 간의 주체적이고 개별적인 상호작용을 가능하게 한다. 원하는 만큼 앉아 있음으로써 낯선 환경에 충분히 익숙해질 수 있고, 서로를 바라봄으로써 관객과 퍼포머 사이에 새로운 관계가 형성된다. 이 특별한 관계 속에서 관객과 퍼포머 모두 새로운 감정과 가치를 느낀다. 공존이란 단지 한 공간에 함께 한다고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함께함으로써 또 다른 가치가 생겨날 때 공존은 그 의미를 가진다. 사각형 안에서는 작가와 퍼포머 사이의 주체적이고 양방향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서로에게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냈기에 공존의 가치를 잘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관계 미학에서 중요시 여기는 또 다른 가치는 작품 속 관객들이 서로 이야기하고 관계를 형성하는 촉매제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가치는 사각형 밖 공간에서 잘 드러난다. 사각형 바깥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섞여 있다. 퍼포머로서 작업에 참가했던 사람,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 모종의 이유로 경호원에게 제지를 당한 사람 등이다. 또한 작가와 마주 앉은 경험을 한 사람들 사이에서도 각자 다른 경험이 존재한다. 이들은 사각형 밖에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공유하고 작품이 보여주는 모습을 따라 하기도 한다. 사각형 밖의 공간은 작가가 만들어 낸 이야기의 공간이다. 작가는 관객이 작품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듦으로써 관객이 서로 새로운 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했다.


 제시문에서 관계 예술이란 "인간의 상호작용이라는 영역과 그 영역의 사회적 맥락을 이론적 지평으로 삼는 예술"이라고 했다. 이 글에서 언급한 마리나 아브라모비치의 작품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상호작용을 통해 새로운 사회적 맥락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그의 작품은 인간이 사회에서 더불어 살아가는데 필요한 가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시간이 흐르고 사회가 발전함에 따라 인간의 상호작용은 더 복잡해졌다. 이 복잡한 이해관계를 오해하거나, 섬세하게 다루지 못할 때 다양한 사회문제가 나타난다. 이때 마리나 아브라모비치는 오히려 서로 마주 본다는 단순한 행위를 통해 예민하고 섬세한 상호작용을 이끌어냄으로써, 자칫 간과할 수 있는 사회적 관계에 대해 다시 생각하고 이야기를 나눌 계기를 제공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마리나 아브라모비치의 작업은 관계 미학을 잘 나타내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작가의 이전글 진실의 색(히토 슈타이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