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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dsunset May 01. 2022

행복은 솜, 불행은 물

양팔 저울에 올려진 행복에 대하여


 양팔 저울에 자신의 행복과 타인의 행복을 올려놓는 이들이 있다. 엄밀히 말하자면, 자신의 행복과 타인의 행복에 대한 무게는 제대로 측정하지 않으면서 서로의 불행의 무게는 아주 작은 단위까지 측정해서 저울질을 해야만 하는 사람들이 있다.

 확실하게 행복을 느끼기 위하여, 어느 쪽으로 기울었는지를 항상 예민하게 주시하면서 자신뿐만이 아니라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자신처럼 그 기울기를 통해 행복을 측정한다고 확고하게 생각한다.

 

 그들의 사고방식은 이러하다. 양팔 저울 위에 자신과 타인의 행복을 의미하는 새하얀 솜뭉치를 얹어놓는다. 솜뭉치는 가볍고 거의 투명해서 절대적인 무게와 양은 하나도 느껴지지 않는다. 그렇게 각자가 가진 행복은 너무나 가볍고 눈에 명확히 인식되지 않으며, 그럴 때에는 저울의 양팔도 별일 없이 수평을 유지한다.


 하지만 막상 내 행복의 무게감은 가벼이 여기면서 굳이 타인의 행복과는 대등한 무게인지를 확인하고 싶어 한다. 그 솜을 적시는 물을 불행이라 여기면서, 타인의 솜이 물에 흠뻑 젖어 저울의 한쪽이 기울어 내려가면 나의 행복이 상대적으로 올라가는 것이라 느낀다. 행복의 양과 질이 하나도 변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훨씬 행복해졌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것은 더 낮은 곳을 내려다보면서 얻는 위안과는 별개로 상대적인 우월감을 가져다준다.


 그런 것들을 눈으로 보고 귀로 들을 때면 나는 소리치고 싶어 진다. 세상에 존재하는 행복의 양이 절대적으로 정해져 있지는 않다고. 그리하여 타인의 행복이 나 자신의 행복을 박탈해가지는 않았다고.


 나의 다짐과는 상관없이 타인의 불행에 우월한 행복을 느끼는 어떤 이를 볼 때면 한심하고 우스꽝스럽다. 당신을 행복하게 하기 위해 타인이 불행해진 것은 아니라고, 당신이 느끼는 그 우월한 행복은 착각이라고 말해주고 싶어 진다.  


 측정을 하려면, 당신의 절대적인 행복을 측정하라고, 그리고 타인의 절대적인 행복을 한 번이라도 진심으로 축하하라고 말하고 싶다. 어떤 이에게 찾아온 행복이 우연이든, 기나긴 노력의 결실이든, 당신과는 상관없이 행복해졌노라고, 제발 그것들 사이의 연관성을 혼동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나의 행복은 측정되지 않는다. 갑자기 붕 하늘로 솟아오르고, 이유 없이 춤을 추고 싶을 만큼 어느새 가득 차 버린 행복의 양에 당황스럽고 주체가 안 될 때도 있으니. 은근하게 반짝이는 얇은 실들이 모인 솜뭉치처럼 그저 가볍고 그저 뭉뚱 그러져 있는 이상한 모습일지도 모르나, 나는 타인의 행복에 기대어 나의 행복을 가벼이 여길 생각이 없다.


 그러나 내가 불행에 빠졌을 때, 나의 소중한 행복의 솜뭉치를 흠뻑 적신 불행의 물기에 당황할 때, 그저 나를 나 자체로 안쓰럽게 여겨주지 않고 비로소 행복해졌다는 안도감에 빠진 이들을 볼 때면 나의 행복이 양팔 저울 한쪽 위에 올려져 있었다는 느낌을 받는다. 당신을 행복하기 위해 내가 불행해졌을 리는 없으니, 나로 인해 우월감을 느끼지 말아 달라고 엄포를 늘어놓고 싶어 진다.


 비교를 통해야만 확신을 얻는 사람들, 내가 아는 것이 전부여서 그것을 모르는 사람들을 하찮게 여기는 사람들, 타인의 불행을 확대해서 해석하고 나의 불행은 대단치 않게 여겨지길 바라는 사람들. 언제나 자신이 우월하게 행복해야만 인생이 괜찮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적어도  어리석은 무리 속에는 속하지 않고 싶다. 행복도 불행도  것이라, 가끔은 딛고 일어나는 재미로, 가끔은 구름 위를 뛰어다니는 설렘으로, 버티다가 즐기다가 무엇이든  해냈다고  자신을 칭찬하며 살고 싶다.


 나의 행복을 당신의 저울 한쪽에 올려두지 않기를, 나의 불행의 무게에 당신의 행복이 한껏 커졌다고 느끼지 않기를. 나 역시 당신의 행복은 당신의 온전한 행복이라고 존중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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