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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dsunset Aug 24. 2022

주지 마세요

기분 좋은 거절 방법이 있나요?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닐 때, 상대방은 호의라는 이름으로 제시하는 것들을 따르고 싶지 않을 때, 그야말로 기분 좋게 거절하는 방법을 알고 싶다.


 그 기분 좋은 거절이라는 것이 존재하기는 한 것인지, 나는 도통 그 방법을 찾기가 어렵다. 에둘러 거절을 하고 나면, 다시 반복되는 원치 않는 호의는 다음엔 강압적인 지시로 다가온다.


 그렇다면 내가 그 호의를 거절할 때는 어느 한 구석 편치 않은 마음이 있었다는 것을 넌지시 담아 다시 그 호의를 베풀려 애쓰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것인지, 상대가 전혀 나의 불편함을 눈치채지 못하고 다음 기회를 엿볼 수 있는 틈을 줘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내가 거절하는 이유를 정확히 밝히는 것에 세세한 설명을 덧붙이는 것이 종종 무례하다고 느끼는 사회에 살고 있다고 인식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음에도 나는 원치 않는 호의를 제시한 이에게 명확한 이유를 밝히고 싶다.


 그것은 저를 위한 일이 아니지 않나요?

 제가 기분 좋게 받아들이기에는 이런 부분들이 불편합니다.


 그다음을 예상할 수 있다.


 그걸 왜 그렇게만 생각하니?

 나는 널 진심으로 생각해서 조금이라도 잘해주고 싶어서인데?


 나는 대화의 오류를 짚어낸다. ‘나를 진심으로 생각하는 방법’ 은 과연 누가 결정해야 하는 것인가에 대하여 깊은 혼란에 빠진다. 주체가 ‘나’인데 결정은 ‘상대’가 하는 것이 당연한 일인지, 받아들이지 못한 ‘나의 불편함’ 은 온전히 내게만 남아야 하는 것인지.


 나는 나의 삶을 산다. 상대도 상대의 삶을 산다. 내가 상대에게 원치 않는 호의를 베풀어 상대의 마음을 불편하게 했다면, 나는 듣고 싶다. 원하는 호의는 어떤 것인지, 원치 않는 이유는 무엇인지, 그리고 원치 않는 호의를 베푼 것이 미처 알아채지 못한 불편함을 주었다면 사과하고 다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싶다.


 그리하여 가끔, 그 가끔 중의 하루인 오늘은 불편한 마음으로 시작되었다. 원치 않는 호의를 진실된 이유로는 거절할 수 없는 사회에서 산다는 것을 괴로워하면서, 나름 오랫동안 어른이 되는데 시간을 쏟았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노련하지 못한 나를 돌아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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