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idsunset Jun 27. 2024

지금이 좋을 때야, 라고 말했지만

미안, 엄마의 지금이 더 좋을 때 같아.



올해도 능소화가 여름을 알린다.


 

아이들에게 자주 하는 말이 있다.

 “지금이 좋을 때야, 엄마 아빠가 너희들 지켜주고, 밥 잘 먹고 잠 잘자면 하루가 쑥 지나가니 얼마나 좋아?”

 내가 그렇게 말하면 우리집 아이들은 그건 맞다며, 고개를 끄덕인다. 어른들은 너무 바쁘니까, 어른들은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일이 많아서 힘들어보인다고.

 아이들이 알면 배신감이 조금 들 수 있겠지만, 마흔을 넘어선 친구들끼리 만나면 하나같이 절대 젊은 시절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주로 부모님의 허락을 받아야만 가능하던 그 어린 시절의 선택들과 한치 앞을 모른 채 왜 해야하는지 딱히 모를 공부를 해 가며 버티던 청소년기, 나만 찐따같이 느껴지던 대학생 시기와 아무리 두드려도 열어주지 않던 대기업들에 상처받던 그 시절까지, 돌이켜보면 젊음을 준다한들 다시 해본다고 더 잘해내거나 그 때만큼 패기와 열정으로 버텨낼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아서다.

 어떻게 어떻게 여기까지 와서 가족을 이루고 먹고 사는 일을 이어가고 있는 지금, 그래도 꽤 알차게 살았노라고 돌아볼 수 있는 지금, 이 시간이 참 좋을 때라고 아이들 없을 때 말해보곤 한다.

 혹시나 지금이 좋을 때가 아니라고 말한다면 지금을 즐기지 못할까봐 뱉어놓은 말인데 그걸 아이들이 알아줄까. 중요한 것은 지금을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 그것이 삶을 가장 좋은 지금으로 이끌어준다는 것을 다시 한번 알려줘야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에게 브런치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