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영화』멤버들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주성철 영화기자
내가 가장 많이 본 영화는 <영웅본색>이다. 극장 지정좌석제도 없던 시절이었기에 조조 상영부터 극장 문 닫을 때까지 계속 앉아서 봤다. 모든 대사와 노래를 머릿속에 박제시키고 싶어서 아마도 50번은 확실히 넘게 본 것 같다.
이화정 영화기자
<스탠 바이 미>. 성장영화를 워낙 좋아해서, 나름 분류법으로 “성장하는 성장영화” 챕터를 만들어 뒀다(언젠가 묶어 책으로 쓰겠다는 마음으로). 첫 번째 챕터에는 <스탠 바이 미>가 들어갈 거다. 누군가 성장영화를 만들고 싶다면 먼저 이 영화의 요소들을 조목조목 해부해보는 걸 권한다(이미 많은 감독들이 했다만). 길을 떠난 아이들이 겪는 ‘짧은’, 그러나 실은 ‘길었던’ 통과 여행. 이 여행이 끝난 뒤 다시는 예전의 내가 아님을 알게 되는 서늘함까지. 스티븐 킹의 원작이 주는 단순하지만 속 깊은 대사들과, 무엇보다 이미 너무 멋있어서 눈을 뗄 수 없었던 리버 피닉스의 어린 시절이 고스란히 박제된 영화. 몇 번 봤더라?
김미연 PD
<타이타닉>. 극장에서 <타이타닉>을 처음 본 후 DVD, 블루레이, 성우가 더빙한 공중파 채널의 명절 특선, OCN, 채널 CGV, 슈퍼 액션, 심지어 편집실에서까지 16번에 걸쳐 <타이타닉>을 봄. 그렇게 많이 봤어도 다시 한번 선실 중앙 나선 계단에서 조우하는 로즈와 잭의 마지막 신을 볼 때마다 16번에 걸쳐 똑같이 눈물콧물을 흘림. “유...유 머...머스트 프프프프로미스...미... 댓 유 워...워운트 깁...기브업...노...노매매터 왓 해...해픈...” 명대사 속 디카프리오의 호흡마저 또렷이 기억하는 수준.
김도훈 영화기자
지금까지 가장 많이 본 영화를 꼽는 건 매우 쉽다. 리들리 스콧의 1982년 작 SF영화 <블레이드 러너>다. 나는 이게 블랙핑크 같은 영화라고 생각한다. 네 명의 천재가 필연적으로 혹은 우연으로 한 자리에 모여서 만들어낸 걸작이기 때문이다. 연출가 리들리 스콧, 배우 해리슨 포드, 음악가 반젤리스, 특수효과 담당자 더글라스 트럼블. 당대의 가장 매력적인 예술가들이 만나 빚어낸 이 빛과 어둠의 교향곡은 봐도 봐도 질리지 않을 뿐더러 보면 볼수록 새로운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된다. 놀라운 영화다. 반젤리스의 음악은 너무나도 훌륭해서 화면을 보지 않고 그냥 배경음악으로만 틀어놓아도 기가 막히다. 사실 ‘현대의 고전’이라는 말에 <블레이드 러너>만큼 어울리는 영화는 몇 없다.
배순탁 음악평론가
<매그놀리아>. 나는 술 취하면 <매그놀리아>를 트는 기묘한 습관이 있는데 거의 매일 술을 마시기 때문이다. 너무 취한 날은 오프닝만 보고 잠든 적도 많다. 따라서 처음부터 끝까지 다 본 건 최소 5회 이상. 오프닝만 보다가 쿨쿨나라로 건너갔던 건...... 나도 몰라요......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