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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들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볼 수 없다.

짠한 마음과 옹졸한 마음

by 돌콩마음



나는 스포츠를 좋아한다.

물론 직접 하는 것이 아닌 보는 것을 좋아한다.

그리고 덧붙이자면 개인전보다는 팀전을 훨씬 더 좋아한다.

'우리'라는 단어에서 만들어지는 '함께'라는 에너지는

스포츠와 어우러지면서 희열과 감동의 값을 최대치로 끌어올려주니 말이다.


스포츠를 좋아하는 나는

내가 응원하는 팀이 승리하는 순간,

또 다른 내가 된다.

커다란 소리로 환호를 지르고

펄쩍펄쩍 뛰면서 옆 사람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기쁨에 취해 몸을 흔들며 춤을 추기도 한다.

평생을 I로 살아온 내가 극 E로 돌변하는 순간이다.


하지만 그 환희의 시간 속에 내가 마주하지 못하는 순간이 있다.

TV 카메라에 포착된 상대방의 모습.

골을 먹은 골키퍼, 안타나 홈런을 맞은 투수, 실수를 범해 팀을 위기에 빠뜨린 선수.

카메라는 여지없이 그들을 클로즈업한다.

자책하는 그들의 모습, 후회 가득한 그들의 표정, 가슴 깊은 곳에 눈물을 감추고 있는 그들의 눈빛.

그 모습이 내 눈에 들어오는 순간 나는 시선을 TV 밖으로 향한다.

그 누구보다 가장 속상할 사람은 선수 자신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후회로 인한 괴로움이 스스로를 얼마나 아프게 할지 잘 알고 있기에,

차마 나는 그들의 얼굴을 마주할 수가 없다.

마음이 짠하다.




TV 화면 속 누군가를 응시하고 있는 나는 거대한 분노의 소용돌이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내가 응원하는 프로야구팀이 선취점을 내면서 앞서가는 상황이었는데 순식간에 역전을 당한 것이다.

한 선수의 실수로 팀 분위기가 다운되는가 싶더니 그 실수는 곧바로 다른 선수에게로 전염되어 버렸다.

곧바로 다시 기회가 왔으나 공을 보는 건지 안 보는 건지 냅다 휘두르기만 하고는 삼진을 당해 더그아웃으로 들어간다. 총체적 난국이다.

나는 거친 숨을 내뱉는다. 얼굴은 벌겋게 달아오르고 순화되지 않은 언어는 목구멍을 뚫고 나온다

실수한 선수에게 짠한 마음이란 결코 없다. 기회에 찬물을 끼얹은 선수의 눈을 나는 뚫어져라 쳐다본다.

내 마음은 이미 분노폭발이다.



자신이 응원하는 팀에게 관대함을 갖기란 참으로 힘든 일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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