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Unsplash의 Mak
가족여행 혹은 단체여행은 해마다 갔지만 둘만의 여행은 당일치기가 전부였다.
시간도 많은데 우리 여행 가자, 단둘이!
그렇게 우리는 즉흥적으로 여행 일정을 잡았고 장소는 우리 둘만의 마지막 여행지였던 제주도로 정해졌다.
뭐 특별한 이유라고 말하기엔 하나도 특별하지 않았지만, '단둘이 여행'의 마지막 장소에서 다시금 '단둘이 여행'의 출발을 하고 싶었다고나 할까?
여행의 시작은 비행기에 오르면서부터가 아니라 여행을 마음먹은 날부터다.
어디를 갈지, 무엇을 먹을지, 매일 아침마다 어제와 조금은 달라져 있는 일기예보를 찾아보면서 나는 설렘과 행복을 미리 맛본다.
2박 3일의 짧은 제주도 여행이라 하루 전날 짐을 챙겨도 충분할 터였지만, 나는 3일 전부터 거실 한편에 여행가방을 펼쳐 놓았다. 하루하루 시간을 쪼개어 옷이며 필요한 것들을 펼쳐진 가방 안에 던져놓는다. 나의 설렘이 드러나지 않게 무심히 툭.
마침내 우리는 제주도에 도착했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함덕의 바다가 눈앞에 펼쳐져 있다.
영롱한 청옥빛을 품은 함덕의 바다를 보고 있노라면 나의 환호는 어느새 모습을 감추고 그 빈자리를 숙연함이 대신한다. 벅찬 마음에 살짝 눈물이 맺힌다.
이것이 자연의 위대함 앞에 서 있는 나의 모습이다.
여전히 이 맑음을 지켜내고 있는 함덕의 바다에 감사하고, 이 말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간직할 두 눈을 주심에 더없이 감사하다.
때마침 용머리 구름이 기차소리를 내며 지나간다.
그야말로 장관이며, 절경이다.
우리 부부의 두 번째 신혼여행은 감사의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