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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오네오 Oct 12. 2021

모성애는 언제 생기나?




신경숙 엄마를 부탁해에 나오는 장면 하나가 살면서 불쑥불쑥 떠오를 때가 있다. 정확히도 기억이 안 나는데...


잃어버린 어머니를 찾으러 다니는 딸이 어머니의 영정사진을 찾으러 간 장면으로 기억한다.


내가 살며 문득문득 떠올리는 그 장면은 사진관 주인아저씨의 어머니 자랑이다. 주인공에게 자신의 어머니가 얼마나 자식을 위해 일생을 희생하고 사신 분인지를 자랑하던 장면...


 평생을 자식의 무명(무명인지 삼베인지) 옷을 만들어 입히던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보니 아들이 죽을 때까지 입을 만큼의 무명옷이 발견됐더란다. 그 아저씨가 병이 있어 무명이 아니면 다른 옷을 입을 수 없었는데 어머니는 자기 여생을 바쳐 아들이 죽을 때까지 입을 수 있을 만큼의 무명옷을 만드는 일을 하셨다는 것이다. 그만큼 자신의 어머니가 자식을 위해 기꺼이 희생하시던 분이란 자랑을 하는 아저씨에게 주인공이 묻는다.

그런데... 아저씨의 어머니는 행복하셨을까요?

그 남자는 평생을 자식을 위해 사신 자신의 어머니의 사랑이 그 숭고한 모성애가 모욕당했다고 생각하며 언짢아한다.





모성애...

유발 하라리가 사피엔스에서 말했다. 사람이 동물과 다른 능력이 불을 사용한 것이 아니요, 도구를 사용하는 것도 아니요...


구라를 치는 능력이라고 했다.

설화와 같은 이야기에서 인권, 애국 같은 존재하지 않는 개념을 만들어 내고  그것을 실제 존재한다고 함!께! 믿음으로서 인간들의 결속력을 창조해 낸다는 것이다. 이 존재하지 않는 개념은 많은 사람이 다함께 존재한다고 믿음으로써 다른 동물들이 만들어 낼 수 없는 어마어마한 힘을 창출해 낸단다. 물론 그 어마어마한 힘은 존재하지 않는 개념을 믿는 개인들의 희생에 기반한다.


아이가 태어나고 나서 문득문득 궁금했다. 남들이 말하는 그 놀라운 모성애는 어디에 있는 걸까? 언제 얼마나 키워내다 보면 그 실체가 느껴지고 내 뱃속에 뱃살이 존재하다는 것에 의심이 전혀 없는 것과 같은 모성애가 느껴지는 걸까?




왜 나의 모성애에 대한 의구심이 떠올랐냐 하면...


연짱 3일 붙은 휴일에 잘 마르지도 않는 이불과의 싸움에서 밀려드는 화딱지 때문인 것 같다.


진정 나라는 사람도 주중에 직장에서 집에서 해야 할 일들을 해내고 쉬어야 할 연휴에  이불 빨래를 하며 내리치는 비를 원망하는 일이 전혀 즐겁지 않다는 사실을 그 누구에게도 성질을 부리며 알릴 수가 없다. 내 몸 속에 아이를 낳는 일 말고 어떤 화학적 변화가 일어나야 기껍게 남편과 아이들이 덮는 이불이 깨끗해지고 뽀송뽀송해지는 일에 연휴를 다 바쳐도 행복하고 즐거워져 네 세트의 가족 이불 중 내 거만 빨고 싶은 이기적인 욕구에서 벗 이날 수 있느냔 거다.


처녀 때는 나도 신랑하고 똑같이 주말 내내 욕창이 생기도록 누워 뒹구는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연휴에 이불 빠는 일 따위가 취미는 아니란 사실을 화내지 않고 평화롭게 가족들이 알게 할 방법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아가는 중이다.





그나저나

엄마를 부탁해에 나오는 그 고인이 되신 할머니는

그 많은 아들의 무명옷을 만드는 게 진짜 진정으로 기쁨이셨을까?


아직 엄마가 되었다고 하기엔 한참은 멀었지만 를 돌아

보아 기쁨이라고도 아니라고도 차마 못하겠다.


다만... 


그 아저씨가 생각한 만큼 숭고한 사랑만으로 만든 무명옷들은 아닐 것이라는 걸 어렴풋이 알 것 같다.


그의 어머니도 여자로 태어나 어머니로 사는 것 외엔 다른 방법이 없겠다 깨달은 순간 덮어 두어야 할 세상의 불합리를 체념한 후, 순간순간 마주하는 지독한 고독을 견디는 일이 사람들과 자식들의 입에서 '모성애'라는 이름으로 신화가 되는 것을 목도한 것 일도 모른다.



나한테도 모성애가 생기나 보다.


아니 정확하게는 모성애의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기 시작한 것 같다. 개념을 바꾸고 보니 내 뱃살이 내 배에 있는 것처럼  모성애도 내 속에 있다는 것이  실체로 느껴지기 시작한다. 그러한 고독과 체념이 모성애라면 분명 내게도 그게 있다는 것을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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