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명절이 시작되는 퇴근길! 충무로에서 시작해 금정역으로 이어지는 여정, 관건은 누가 서울역에서 내릴 것인가!
한때는 지하철역에 앉아 있는 사람 머리 위에 도착역 꼬리표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그런 얄팍한 정책은 함께 울고 웃는 선량한 지하철 이용자들을 더 촘촘한 계층으로 나눌 뿐이라는 심오한 진리에 이르게 된다.
생각해 보시라!
지금이야 앉아 있는 기득권, 서서 자리를 탐하는 중산층, 눈치게임을 포기하고 굳이 기대지 말라는 문짝에 기대어 가는 빈민층, 이 세 계층만 존재하겠지만 자리 차지한 기득권들의 마빡에 도착역꼬리표라도 붙는 날에는 서있는 중산층의 계층이 얼마나 혼돈스럽게 나누어지겠는가!포지션 싸움에 한동안 중산층의 서열 정리로 인한 난리가 날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불확실성이 가져다주는 질서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퇴근길 지하철의 불확실성은 매력 있고 조화롭다. 그 덕에 나도 그 불확실에 베팅하는 노하우를 전수할 수 있지 않은가!나의 10년이 다 되어가는 지하철 출퇴근 경력이 사당에서 내릴 인물과 안산을 지나갈 인물을 구별해 내는 기막힌 눈썰미를 키워내고 있다.(언제 한 번은 이 불확실성에 베팅하는 노하우를 공개해야겠다. 아마 꽤 졸렬한 스토리가 되겠지?)
다른 날은 몰라도 오늘은 그 기득권 중 서울역에 내릴 가능성이 높은 자를 가려내는 일이 꽤나 용이하다. 고향 가는 행색, 캐리어...통화 내용까지 살짝 엿들을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하지만 가능성이 높다는 성공 확률이 높다는 의미이지 꼭 성공한다는 뜻은 아니다. 성공확률이 높을수록 실패에 대한 타격도 커진다.
서울역에서 장장 40분의 시간 내내 앞에 앉아 버티는 적폐님을꼴 뵈기 싫어하는 졸렬함을 나에게서 발견하게 될 수 있단 의미다.
아니 도대체 명절에 캐리어를 들고 인덕원을 왜 가냔 말이다!
서서왔든 앉아왔든 지금쯤은 가족과 함께 즐거운 연휴를 시작하셨을 여러분의 한가위가 풍성하길 기원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