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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딩거 Feb 23. 2023

맑은 눈의 광인이 보여주는 뉴욕

웨이브 다큐멘터리 <하우 투 윗 존 윌슨> 리뷰

뉴요커,


이 단어가 주는 환상과 편견이 있다. 전 세계에서 제일 잘 나가고 카톡 친구가 천명은 가뿐히 넘기는 인싸일 것 같으면서도, 국제 금융시장의 중심이기에 일하는 사람들이기에 황시목 검사보다 더 냉철할 것만 같고, 명품거리가 근처에 많다 보니 정마담보다 돈을 더 밝힐 것만 같았다.


그리고 이런 편견을 완전히 깨준 것은 웨이브에서 만난 <하우 투 윗 존 윌슨 시즌2>였다.


<하우 투 윗 존 윌슨 시즌2>의 공식 포스터


뉴욕에서 사는 PD 존 윌슨이 본인의 일상에 고찰을 담아 만든 다큐멘터리다. 다큐멘터리라고 하면 왠지 예능에 비해서 딱딱하고 어려운 얘기만 할 것 같지만, 적어도 이건 그렇지 않다. 있어 보이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와인 동아리에 들어간 이야기, 건전지를 어떻게 버려야 하는지 몰라 폐건전지통을 들고 하염없이 뉴욕을 방랑하는 이야기 같은 것들을 담아낸다. 거기에 유명한 PD인 것도 아니고 유명한 코미디언인 것도 아니고, 그냥 흔하디 흔한 뉴욕시민 중 1명인데 직업이 다큐PD인 사람일 뿐이다.


근데 왜 재밌는가? 그건 바로 PD가 맑은 눈의 광인이기 때문이다.


근데 이 광기라는 분야가 한마디로 정의 내리기 참 어렵다. 마냥 웃긴 사람이라고 칭하기에는 감각적인 센스로 본인의 생각을 진솔하게 전하고, 그렇다고 진중한 사람이라고 보기에는 저세상 농담과 행보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의 광기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를 고민하다가 1화 <부동산 투자하기>의 나노단위 해석으로 알려주려 한다.


1화의 대략적인 줄거리는, 집주인이 이사를 가게 되면서 세입자였던 자신에게 시세보다 싼 값에 집(주택)을 팔려고 한다. 하지만 시세보다 싼 값이라도 당장 돈이 없으면 말짱 꽝인 셈. 거기에 내 집 마련을 꿈꿔본 적이 없어 지금의 기회가 얼떨떨하기만 하다. 그래서 그는 집을 정말로 사야 하는가 하는 고민을 시작으로 부동산 투자 여정을 담아낸다.


출처 : 웨이브 <하우 투 윗 존 윌슨 시즌2>


집주인이 이사 간다는 청천벽력같은 이야기를 듣고난 뒤 감정이 요동쳤다는 것을 집의 외형으로 표현한다. 픽사 애니메이션 <카>가 자동차의 헤드라이트가 마치 눈처럼 보인다는 걸 활용했다면, 집에는 표정 전체가 다 들어있다는 걸 보여준다. 이보다 센스 넘치게 부동산 소재를 풀어낼 수 있을까. 감탄이 절로 나왔다.


출처 : 웨이브 <하우 투 윗 존 윌슨 시즌2>

본인이 살고 있는 집을 둘러보니 하자가 조금씩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면서 설명해주는 파트에서 정액을 아무렇지 않게 농담의 소재로 활용한다. 거침없고 솔직하게 표현한 게 돌려 말하는 것보다 확실하게 박혀서 더 웃기달까.

 

출처 : 웨이브 <하우 투 윗 존 윌슨 시즌2>

물론 돌려 말할 때의 웃음 포인트도 있다. 장대비 때문에 본인의 집엔 홍수가 났는데 분노하고 슬퍼하기보다는 평안함과 안정감을 운운한다. 상황과 나레이션의 갭 차이에서 오는 간극만으로도 이 사람은 맑은 눈의 광인이 되기에 충분했다.




OTT는 돈을 많이 투자해서 이제껏 보지 못한 스케일을 담아내거나, 화끈한 소재가 많아 볼 게 무궁무진하다는 것이 대표적인 장점으로 꼽힌다. 물론 맞는 말이지만, 해외 작품들을 이전보다 굉장히, 어마무시하게 쉽게 접할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하우 투 윗 존 윌슨>은 미국에서 시즌1로 상까지 받았는데 시즌2만 수입된 것이 아쉽다. 시즌1과 곧 나올 시즌3가 한국으로 얼른 수입되어 방영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딩거의 한 줄 리뷰 : 뉴요커는 환상의 동물이 아니라, 우리와 비슷한 친근한 이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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