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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딩거 Mar 05. 2023

이러면 우주 최강 감독밖에 못 해요

영화 <서치> 광공이 말하는 스포일러 가득한 영화 <서치2> 리뷰

인생 영화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영화 <서치>. 개봉 당일날 보러 갔었는데, 영화관 스크린 전체에 노트북 스크린 세이버가 나왔을 때의 전율을 아직까지 잊을 수 없다. 카메라 대신 노트북 화면으로만 모든 상황이 진행되는 데 지루하지 않고 흥미진진하게 똥줄 타면서 봤었기에 이후로 틈만 나면 찾아봤다. 거짓말 조금(?) 보태서 50번은 본 것 같다.


<서치> 광공이었던 내게 <서치2>의 예고는 설렘반, 걱정반이었다. 한마디로, 진짜 재밌을 것 같다는 기대감과 내가 사랑하는 <서치>의 명성에 스크래치를 내면 어떡하나 라는 불안감이었다. 그리고 만난 <서치2>. 영화가 끝나고 말 그대로 머리를 짚으면서 극장을 나왔다. 내가 감히 감독님을 의심했다고? 내까짓게 뭐라고. 어떻게 시즌1을 뛰어넘는 수작이 나올 수 있을까. 정말 온갖 생각들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이렇게 위대한 작품을 감히 바쁘다는 핑계로 개봉날 보지 않고 뒤늦게 보다니. 그래서 반성문을 빙자한 <서치2> 리뷰를 해볼까 한다.



1. <언픽션>을 대하는 주인공 '준'의 우디르급 태세 전환


'준'은 <언픽션> 시즌2(<서치>의 넷플릭스 버전)를 흥미진진하게 본 뒤 친구랑 재밌다며 채팅까지 나눈다. 그러나 본인의 엄마가 납치되면서 상황은 반전된다. 엄마의 납치사건이 세간에 알려진 후 각종 콘텐츠 제작사에서 제작 문의를 받을 때는 스트레스에 휩싸인다. 친구가 엄마의 자작극이 아니냐며 의심하자, "이건 소설이 아니라 현실이니깐 농담으로라도 그런 말 하지 말라"며 역정을 낸다. 심지어 <언픽션> 시즌3의 주인공이 되었을 때는 '이딴 쓰레기를 왜 보는 거야?'라는 문자를 친구에게 보내며 분노를 표출하기까지 한다. 이 거대한 서사가 참 마음에 들었다.


주인공의 가족이 위험에 처했고, 그를 구출하려 온갖 개고생을 하다가 마지막에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그런 클리셰. 어디서 많이 본 스토리. 딱 봐도 재미없을 것 같은데 만약 그게 내 상황이 된다면? 클리셰고 뭐고 가족과의 해피엔딩이기만을 빌고 또 빈다. 그 점을 제대로 꼬집어서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클리셰처럼 보일지라도, 뻔한 상황이라도 몰입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비결은 바로 그 거대한 서사였다.


이와 비슷한 영화가 한국에도 있었다. 네이버 영화 <인디극장>에서 독립영화를 쉽게 볼 수 있었던 시절, 코찔찔이였던 나는 거길 참 많이도 방문했었다. 그땐 지금보다 표값도 쌌으니깐 웬만한 잘 나가는 상업영화들을 섭렵했었고, 클리셰적인 스토리가 참 지루하다고 생각했을 때 <인디극장>을 많이 찾았다. 쓰다 보니 그때나 지금이나 참 오만방자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 반성하게 된다. 아무튼, 그 당시에 가장 충격받았던 작품이 두 개였는데 하나는 <몸값>이었고, 또 다른 하나는 <시나리오 가이드>였다. <몸값>은 현재 유튜브나 왓챠에서 볼 수 있지만, <시나리오 가이드>는 그렇지 않다. 현재는 다음영화에서 예고편만 볼 수 있어 여러모로 아쉽다.


https://movie.daum.net/moviedb/main?movieId=79748


<시나리오 가이드>를 처음 본 순간에는 숨도 못 쉬고 봤었다. 클리셰 범벅이라고 손가락질하지 마, 그 이야기 주인공이 네가 되면 다를걸?이라는 메시지가 너무 강렬해서 내 뒤통수가 얼얼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뒤로 절대 클리셰를 비난하지 않으려 한다. 클리셰는 다른 말로 이유 있는 클래식이라 할 수 있으니.


<서치2>는 말한다.

이 스토리가 진부한 클리셰라고 떠들지 마, 우리는 클래식의 간지를 보여줄 테니깐. 너희는 보고 놀랄 준비만 해.



2. 잔인한 장면은 상상에 맡길게


사망자 한 명 없던 <서치>와 다르게 사망자가 꽤 등장한다. 그럼에도 누군가 죽는 장면은 절대 직접 보여주지 않는다. '케빈'이 총에 맞을 때는 총격에 맞춰 땅바닥을 가리키는 영상과 기사들로, '헤더'의 타살은 '준'의 스마트워치 영상으로, '제임스'의 사망은 검색 도중 길게 늘어나는 스페이스로 말이다. 영상으로 담는다면 충분히 담을 수 있었던 장면들이었음에도 간접성을 높였기에 사람들 각자의 상상력을 높일 수 있었다. '케빈'이 원샷원킬이었을지, 아니면 여러 발의 사살이었는지. '헤더'가 괴한의 습격에 맞서기 위해 어떤 몸부림을 펼쳤는지. '제임스'가 목에 박힌 유리를 혼자서 제거하기 위해 나름의 발버둥을 쳤는지. 이런 다양한 그림을 상상할 수 있는 여지를 주니 흥미진진함은 배가 됐다.


<서치> 시리즈는 카메라가 아닌 전자기기 화면으로만 스토리가 진행되기 때문에, 시선의 한계는 분명 존재한다. 이걸 보완하기 위해서 주인공이 직접 사용하지 않은, 혹은 본 적 없는 유튜브나 틱톡 클립, 뉴스 화면, CCTV를 적극 활용했다. 여타 영화만큼이나 최대한 많은 정보를 친절하게 알려준다. 그러나 죽는 장면에서 만큼은 그 어떤 노력도 하지 않으려 했다. 이런 스마트기기 맹점의 역이용은 잔인한 장면을 못보는 사람을 위한 나름의 배려인 동시에, 잔인한 장면을 즐기는 사람을 위한 공백이었다. 마치 카메라 프레임 밖을 직접 상상해 본인만의 영화로 재탄생시켜보라는 듯이 말이다.




<서치>는 아빠가 딸을 찾았고, <서치2>는 딸이 엄마를 찾았다. 감히 예상하건대, <서치3>에서는 누나가 동생을 찾는 내용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서치3>가 진짜 나올까? 물론 그 누구도 모르겠지만, <언픽션> 시즌1이 공개되지 않았으니 이 떡밥을 회수하기 위해선 아마 나오지 않을까. 사실 내 바람이다. 멀지 않은 훗날, <서치3>가 나오길 빌고 또 빌어본다.


딩거의 한 줄 리뷰 : 시즌1이란 부모를 뛰어넘는 청출어람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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