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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순오 Jul 06. 2024

14. 왜 어른들이 다 그 모양이래?

순진과 배려는 학교 남문으로 나오면 재래시장 입구까지는 집 방향이 같아서 함께 올 때가 많았다. 배려는 학교에서 왼쪽 길로 가면 나오는 대로변으로 쭈욱 가다가 재래시장이 나오면 네거리에서 언덕을 조금 올라가서 산 언덕배기에 있는 집에 살았다.
순진은 학교에서 오른쪽 길로 개천을 따라오다가 재래시장이 나오면 네거리에서 빛나아파트가 있는 곳으로 들어서면 거기를 통과해서 조금 한적한 오래된 집들이 있는  한가운데 멋진 정원이 있는 집에 살았다.
“배려야, 이거 정말 비밀인데, 나, 차의지 교장 선생님이 날 자꾸 미행해서 어딜 가지도 못하겠어.”
어느 날 하굣길에 순진이 뒤를 자꾸 돌아보면서 배려에게 말했다.
“뭐, 진짜야? 차의지 교장 선생님이 그런 사람이었어?”
배려는 순진이 하는 말에 깜짝 놀랐다.
“저기 저 사람 보이지? 고개 숙이고 걷는 젊은 대학생 같아 보이는 사람 말이야. 핸드폰 쳐다보면서 안 보는 척하면서 걷고 있잖아. 내가 돌아서면 꼭 저런다니까!”
순진은 배려의 등 뒤로 숨으면서 조심조심 그 젊은 남자를 살폈다.
“야, 그거 완전 범죄야, 교장 선생님이 왜 널 미행을 한다니?”
순진은 배려를 데리고 재래시장 골목의 떡볶이 집으로 들어갔다.
“실은 교장 선생님이 날 좋아해. 날마다 나를 은밀한 눈빛으로 살펴. 가끔은 어깨도 토닥토닥할 때가 많아.”
“야, 그거 완전 성추행이잖아!”
순진은 매운 떡볶이를 한입에 넣고 어묵 국물을 한 모금 마시고는 입술에 오른손 검지손가락을 갖다 대었다.
“쉿! 누가 듣잖아. 이따 얘기해.”
허겁지겁 떡볶이를 먹고 순진과 배려는 다리 밑 개천가로 내려갔다.
“교장선생님이 우리 집에 감시 카메라도 설치했어. 내 일거수일투족을 다 지켜보고 있어. 정말 무서워.”
순진은 앞뒤좌우를 살피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 배려는 소리가 잘 안 들리는지 순진의 입에 귀를 갖다 대었다.
“야, 그거 완전 대박사건 아냐!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이유가 뭐래?”
배려는 순진이 하는 말을 듣고 화들짝 놀랐다.
“이거 그냥 지나가면 안 돼! 요즘 학교 성추행 사건이 장난이 아니잖아. 교장선생님 겉으로 보기에는 엄청 인자하시고 품위가 있어 보이는데 말이야. 사람은 속을 모른다니까! 우리 엄마가 그러는데 남자는 나이 상관이 없대. 다 늑대래. “
배려는 막 흥분해서 말을 더듬기까지 했다.
”그렇지만 배려야, 부탁할 게. 제발 비밀로 좀 해주라. 너, 이거 나한테 안 들은 걸로 해줘. 괜히 얘기했나 봐.”
순진은 배려에게 안절부절못하며 자꾸만 주변을 살폈다.
그렇지만 배려는 네거리에서 순진과 헤어지면서 마음을 다져 먹었다.
‘이거 사실이라면 그냥 지나가면 절대 안 돼. 우리 오빠한테 말해서 공론화시켜야 해. 알게 모르게 벌어지는 이런 사건을 쉬 쉬만 하다가는 점점 더 커지고 말 거야.”
배려는 이름에 걸맞게 단짝친구 순진이 정말로 걱정이 되었다.


"순진, 안녕?"

"네. 강민 오빠!"

이튿날, 순진은 학교 가는 길에 학교 잎 네거리에서 강민 오빠와 배려를 만났다. 한 블록 건너 뒤쪽에는 의가 오고 있었다.

강민 오빠는 순진이 곁으로 와서 마음이 급한 듯 속삭이는 말로 한 마디 했다.

"내가 배려한테 대충 들었는데, 글쎄, 어른들이 왜 다 그 모양들 이래?"

"가요?"

순진은 모르는 척 딴청을 했다.

"우린 아직 미성년자 아니니? 그러면 우리가 보호받아야 하는 거 맞잖아! 그런데 어른들이 너한테 비밀을 유지해야 한다며 도와달라고 했다며?"

배려가 순진과 강민 오빠 사이에 끼어들었다.

"어른들은 다 자기네 생각만 하는 거야. 나이 어린 우리는 아무래도 생각이 없다는 거잖아. 교장 선생님은 자기 직위가 중요하고."

순진은 배려가 하는 말을 이어서  따라 했다.

"담임 목사님은 자기 목회와 교회가 중요하고!"

"그럼 우리 보고 어쩌라는 거야?"

뒤에서 따라오던 형의가 불쑥 세 사람 앞으로 나서서 두 손을 펼치면서 길을 가로막았다. 형의는 두 손을 펼치면서 고개를 두세 번 갸우뚱했다.

"너 언제 왔어?"

강민 오빠가 형의의 손은 잡아 옆쪽으로 돌려세웠다.

"원래 속삭이듯이 조용조용하는 소리가 더 잘 들리거든!"

형의는 야릇한 웃음을 지었다.

"듣자 하니까 교장선생님과 순진이 얘기 같던데? 어느 게 진짜야?"

"야! 너 말 함부로 하고 그러면 안 돼. 입 조심해. 아직 아무것도 확실한 게 아니야."

강민이 오른쪽 검지손가락을 입에 갖다 대며 형의를 쳐다보았다.

"그럼 조사가 더 필요하겠네! 도대체 누구한테 혐의가 있는 거야? 누가 범인이야?"

형의는 아주 직선적으로 말을 쏟아냈다.

"누가 경찰가족에 정신과 의사 집안 아니랄까 봐 그러니? 형의 너는 맨날 쓰는 용어가 그래 험상궂니? 그렇 취야?"

강민 오빠가 형의 말을 자르며 말했다.

"좀 조용히 하자. 나중에 얘기해."

바로 교문을 들어섰다.

순진과 배려는 한걸음 떨어져서 따라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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