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학제개편, 초등학교 입학 1년 앞당기기
KBS1라디오 생방송 주말저녁입니다 시사브리핑 출연 내용
맘카페를 비롯한 온갖 커뮤니티를 뒤집어 놓은 새로운 학제개편안이 발표되었다. 수많은 내용이 쏟아지는 가운데 알기 쉽게 정리해본다.
1) 원래 학령인구에 + 더 어린아이들을 순차적 추가
2) 2018년생부터 2022년생까지가 해당
3) 궁극적으로는 2023년생부터는 전원 만 5세 입학
4) 그나마 23년생부터는 같은 연도 출생아로 묶임
5) 그렇다고 해도 만 5세는 너무 이름
6) 유아교육학계에서 말하길 만 5세의 집중력은 15분에서 20분이다.
7) 그런 아이들이 자기 자리에 앉아서 40분 수업 듣고 10분 쉬는 시간 가져야 함
8) 당장 배변 가리기, 교실 찾아가기 등이 문제 됨
9) 교사들은 헬이고 초등교육 과정에서 만 5세 감당이 될 리가 없음
보육 환경이나 체계가 전무했기에 결국 방치로 갈 가능성이 크다
10) 더 문제는 일괄 만 5세 입학으로 가기 전에
과도기에 들어가는 2018-2022년생이다.
이 아이들은 1년 학령기 + 알파이기 때문
12) 그러니까 14개월 단위의 아이가 같은 학년이 된다. 1년 차이가 넘게 나는데 같은 반에 있는 것이다.
13) 발달 과정의 차이는 다들 잘 알겠지만
그뿐만 아니라 이때만 갑자기 한 학년 인구가 확 늘어난다는 것이 문제다.
그 시기 통계청 자료를 보면
출생아 수가 26만-3 만 가량인데, 입학을 40만 명이 하는 거라고 보면 된다.
14) 감당하려면 교사랑 교실, 교구를 늘려야 한다
15) 늘릴 수 있을지도 의문이지만 늘리고 나면??? 2028년 이후 1년 단위로 입학 자리 잡으면 나머지는 잉여자원이 됨
16) 이 과도기에 갑자기 인원 늘려서 들어간 아이들은 훨씬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한다.
돌봄부터 방과 후 수업, 대학입시, 취업까지
17) 14개월 쳐지게 들어간 아이의 일상과 트라우마를 책임져줄 수 있는가
조금 더 세부적인 이야기를 해보자.
우리가 영유아들을 말할 때 두 살, 세 살이라고 하기보다는 16개월, 23개월 이렇게 개월 수로 말한다. 그만큼 한두 달 차이가 너무나 크기 때문에 월령으로 따지는 것이다. 실제로 교내에서의 발달 과정 때문에 12월생보다는 1-3월생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지금도 조기입학을 선택할 수는 있지만, 2009년에만 해도 9천 명이 넘던 조기입학이 2021년에는 5백 명대로 감소했다.
또 교육전문가나 학교 교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비단 초등학령기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중고등학교 청소년기에도 출생일 차이가 상당히 크다는 것이 일반적인 입장이다.
그렇다면 과연 정부가 14개월 늦은 아이의 일상까지 책임져줄 수 있는가.
입학 시즌, 초등학교 1학년 교실을 담아낸 다큐멘터리도 있고, 현장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현행 만 7세 입학도 1학년 교실은 녹록지 않다. 아이들이 각자 교실을 찾아가는 것, 화장실을 찾는 것, 갑자기 바뀐 환경에서 배변을 무리 없이 하는 것, 40분 수업에 10분 휴식시간을 지키는 것, 한 자리에 계속 앉아있는 것... 위에도 서술했지만, 유아교육학 측면에서 만 5세 유아는 15분에서 20분까지가 집중력의 최대 시간이라고 한다.
더 우려되는 것은 이번에 학제개편에 해당하는 유아들이 사상초유의 코로나 시대를 겪었다는 점이다. 아이들이 코로나로 사람을 만나지 못하고, 마스크를 쓰고 생활하면서 여러 면에서 훨씬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당장 초등교사들의 1학년 기피현상은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간혹 '외국의 경우도 일찍 입학하니 우리도 그래야 한다'는 주장이 보인다.
사실은 어떠한가. 외국에서 많은 나라들이 만 6세에 입학하지만, 우리와 비교 선상에 둘 수 없다. 우선 8월에 학기가 시작된다. 미국, 영국, 중남미, 호주, 스페인 등이 그렇고, 그것도 만 6세 8월을 기준으로 생일을 지난 아이만 1학년 입학인데, 우리나라는 3월 입학 기간에 그 년도생이 일괄적으로 다 들어간다는 점이다.
그런데 우리의 경우, 교사 한 명당 학생수부터 생각해보자. 당장 공교육 체질개선부터 시급한데, 정부가 말하는 그 시기까지 공교육 개편까지 대대적으로 이뤄질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다.
계속 우려하는 부분은 과도기의 아이들이다. 이때의 교육공간, 교사 수급이 가능한가??
통계청 출생아 수를 보면, 이번 학제개편에 해당하는 2018년부터 2021년 출생아는 한해 26만 명에서 33만 명이 태어났다. 그런데 학제개편을 따르면, 한 학년이 40만 명 안팎인 상황에서 학교 생활을 해야 한다.
시설이나 교원의 충원이 필요하고, 그렇게 해서 확충이 이뤄진다한들, 일시적인 일이기 때문에 그 후에 남는 시설과 교원은 또 다른 문제가 될 수 있다. 이렇게 과도기에 입학한 아이들은 초등학교를 지나서 고등학교에서 대학입시, 취업경쟁률까지 계속 특수하게 40만 명이 함께 가야 하는 것이다.조금 비약해서 극단적으로 비유를 해보자면 4년 동안만 베이비부머처럼 특수 세대가 되는 것이다.
학령기 조정은 한 사람의 일생 사이클과 직결되기 때문에 입시와 취업 경쟁률까지 영향을 받아 희생양이 될 수 있다.
그래도 정부도 이유가 있겠지...
정부의 취지는 '공교육이 포괄하는 아동의 범위를 더 넓혀야 한다는 것'이다.
동시에 육아비용을 절감한다는 명분도 있다. 의무교육인 초등학교에 일찍 입학하면, 그만큼 유아교육에 부담해야 할 비용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을 보자. 건강보험 통계자료를 보면, 여성들의 건보료 납부가 대거 끊기는 구간은 아이를 낳고 나서가 아니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다. 이때부터 돌봄 공백이 생기기 때문이다. 어린이집은 종일반이라도 부탁할 수 있지만, 초등학교는 하교하고 나면 도리가 없다.
방과 후 프로그램도 이미 추첨 경쟁이 치열하다. 여기서 떨어지면 어쩔 수 없이 하는 것이 학원 뺑뺑이다. 대단히 사교육에 매달려서 학원을 보내기 시작하는 것만은 아니란 얘기다.
뿐만 아니라, 선행학습을 위한 사교육은 더 성행할 것이다. 유치원과 초등학교는 엄밀히 다르기 때문에 교사들이 요구하는 어느 정도의 선이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한글 정도는 떼고 와야 합니다"라는 게 될 것이다.
사교육으로 몰리는 현상은 사교육 업계에서도 우려하는 지점이다. 종로학원 관계자는 “현재 대학생들은 실업난으로 휴학이 늘어나고, 졸업을 늦추는 분위기인데 초등 입학은 조기에 시킨다는 것이 현실인식이 잘못된 정책판단일 수도 있다”라고 지적했다.
여기에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출산율을 높이는 효과'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청소년과 여성들을 노동인구, 출산인구로만 바라보는 시각이 정부의 철학이라면 지지하기 어렵다.
어쨌든 정부의 취지대로 '사회적 약자도 빨리 공교육을 들어와서 공부할 수 있게끔' 국가의 책임이 강해진다면 좋은 일이 될 수 있겠다. 모든 아동들이 부모의 보호 아래 살고 있는 것도 아니고, 사각지대는 여전히 너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기교육에 대한 대비가 잘된 아이들과 그렇지 못한 아이들 간의 양극화는 더 심해질 것이라는 것이 공교육 사교육을 막론한 교육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공교육이 포괄하는 아동 범위를 넓히는 건 좋지만, 입학을 당기기보다는 어린이집과 유치원 등 유아보육에서의 공적 영역과 역할을 더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한 세대의 일생일대를 책임지는 것이 교육대계다. 적어도 대통령 공약사항에라도 있었더라면 국민들이 한 번쯤 생각해 볼 시간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무엇보다 신중하고 진지하게 접근해야 할 문제라는 것을 정부는 인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