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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밀리 Apr 26. 2024

대학원에 들어갔다. 이 나이에.

첫 중간고사를 맞이하며...

제목을 써놓고 보니, 피식 웃음이 나온다.

내가 대학원을 갔다는 것 자체가 가끔 꿈인가 싶을 때가 있다.

대학원 가는 게 뭐? 어때서?라고 가고 싶으면 가면 되는 거 아니야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내 마음속에는 그냥 먼, 좀 꿈같은 이야기였다.

(그렇다고 집안 형편이 어려워 똘똘한데도 불구하고 갈 수 없었던 뭐 이런 눈물 나오는 사연은 아님)


막연하게 생각하고 지원했던 한양대학교 인공지능대학원은 준비를 하지 못해서 떨어졌고,

우연히 알게 된 고려대학교 교육대학원 교육정보전공에 지원하고 합격을 한 것이다!


올해에 큰 애는 고2가 되고, 작은 애는 중3이 되는 해이기 때문에,

아이들 둘 다 한창 바쁠 때이고, 어찌 보면 아이들에게 신경을 한참 써야 하는 시기에,

밑도 끝도 없이 대학원을 지원한 거다.


2000년도 6월에 취업해서 대략 20여 년을 쭉 일하다가 우연한 기회에 국비교육 수업을 하게 됐었다.

수업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 코로나가 시작되었지만, 수업은 중단되지 않고 문제없이 진행되었다.


처음 할 때에는 수업자료도 변변치 않았고, 그러다 보니 수업자료 계속 보완하면서 수업도 동시 진행하느라 정신이 없었고, 시간이 지나서는 내가 직접 교안을 새로 만들어서 수업을 하면서도 계속 부족함이 느껴졌다.

아쉬운 부분들에 대해서는 IT회사에서 이런저런 경험하며 개발자로서의 일도 오래 했으니 수업 중에 해줄 얘기도 많고, 수업도 수업이지만 내가 겪어 온 사회생활 얘기도 참 많이 했다.


너무 맨땅의 헤딩하듯 수업을 한 터라 뭔가 부족하다는 생각은 계속 들고, 커리큘럼에 대한 고민도 하게 되고, 과정에 대한 고민도 하게 되고, 더 나은 학습법은 없는지 계속 고민하게 됐지만, 뾰족한 답 없이 나 스스로 보완해 나가며 수업을 계속하게 됐었다.

어떤 공부를 해야 이런 내 고민이 해소될 수 있을까 고민했지만, 뾰족한 답은 없었다.


그러다 어느 날, 수업을 듣고 있던 한 친구가 고려대 교육대학원 교육정보전공과정 공부하는 것을 알게 됐고, 커리큘럼들을 살펴보다가 나도 공부해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내가 궁금해하고 고민했던 부분들을 해결해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 것이다.


그렇게 IT 강사 5년 차에 대학원에 덜컥 들어가게 된다.


하루종일 수업하고, 저녁에 달려가서 수업을 듣는 생활을 한지 대략 한 달이 지나가고 나서 중간고사를 준비해야 되는 시점이 왔다. 중간고사라고 하면 애들의 중간고사를 체크하던 내가 캘린더에 나의 중간고사 일정을 추가하게 된 것이다. 아이들이 묻는다. 엄마도 중간고사 보냐고. 나도 본다고 하니 아이들이 재미있어한다.

아이들은 내가 관여하지 않아도, 스스로 해야 할 일들을 알아서 잘하고 있다.

이미 알아서 잘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자신 있게 대학원을 지원했는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그래서인가 중간고사를 보는 엄마를 재미있어하고, 신기해하는 것도 같다.

혹은 동지애를 느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다행히 나의 중간고사는 리포트로 거의 대체되어서 심장 떨리게 중간고사 보지 않아도 되게 되었다.

그래도 아이들 중간고사 준비할 때에 나도 중간고사 리포트 준비해야지.


들어가기 전에는 일단 붙고 나서 생각하자였다.

붙고, 첫 중간고사를 맞이하는 지금은 잘 졸업하자 이다.

늦게 시작한 공부, 늦게 배우게 된 것들. 매 수업시간이 재미있고 즐겁다.

무리한 혹은 무모한 도전일 수 있어도, 그 도전의 마무리가 잘 될 수 있기를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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