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동선 Jun 11. 2024

책 나옵니다

공저 <영화처럼 산다면야>



브런치 공모전에서는 번번이 미끄러졌지만 브런치에서 만난 귀한 인연 덕분에 책을 하나 더 만들게 되었습니다. 예전에는 '삶의 촉수'라는 필명을 썼고 이제는 '여름'이라고 하시는 이연 작가님과 같이 영화 얘기를 빙자한 우리 삶에 관한 얘기를 담았습니다. 노인네들 둘이 만나면 상대 얘기는 듣지 않고 자기 얘기만 실컷 하다가, "오, 오늘 무척 재밌었네. 담에 또 만나 얘기하자고"라고 말하고 헤어진다던데, 저희도 과연 책을 통해서 상대의 말에 얼마나 맞장구를 쳐줬는지는 의문입니다. 어떻게 보면 교환일기 같고, 어떻게 보면 블로그 댓글 같은 글들을 모아서 책으로 만들어 놓으니 부끄러움이 먼저 찾아오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참고로 제목 후보로 끝까지 고민되었던 것 중 하나는 <영화 말고 내 말 좀 들어보라고>였습니다. 그만큼 영화는 구실일 뿐, 영화 속에서 건져 올린 한 올의 실을 가지고 각자의 삶에 대한 글타래를 풀었습니다. 초고에는 총 24편의 영화가 있었지만, 둘 다 무슨 말 못 하다가 죽은 공산당 귀신이 씌었는지 400페이지가 훌쩍 넘을 것 같아서 18편으로 줄였습니다. 그래도 300페이지 안으로 줄이는 거엔 실패를 했네요. 포스터 그림 빼고, 목차 빼고, 책 속 블로그 댓글 빼면 300페이지 이내라고 말할 수는 있겠습니다 (그니까 순식간에 읽을 수 있는 가벼운 책입니다).


수록 영화 <업> 포스터


허구한 날 술 마시고, 만화책 보고, 캠핑 다니며, 음풍농월하며 살던 제 목덜미를 잡아채고 귓불을 끄집어 댕겨 글을 쓰게 만드신 이연 작가님께 감사드립니다. "지금부터 쓰지 않으면 70살 넘어서 데뷔할 수 없다"는 일갈에 (하지만 알고 보니 '비탈리 카네브스키'의 데뷔는 54살이었더군요) 정신이 번쩍 들어보니, 어느덧 아마존에서 새 키보드를 주문하고 있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역시 지름신에는 이연 표 지름신 만한 게 없더군요. 뿐만 아니라, 그림도 그리고, 사진도 찍고, 심지어 낙관도 파고 있었네요. 한국 살던 시절 제 주무대가 청계천이었던 것이 도움이 된 걸까요? 묻기만 하면 뭐든지 뒷 창고에서 뜩뜩 꺼내올 수 있는 작가가 되었습니다.


책방 '게으른 오후', 출판사 '위시라이프'의 전미경 대표님의 결심이 없었다면 이 프로젝트는 성공을 못했을 겁니다. 아니 무슨, 미 해군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탑건 (1986)>을 찍었던 토니 스콧 감독의 심정이 이런 거였을까요? 300 페이지 넘는 책도 부담스러웠을 텐데도 무슨 아이디어만 내면 척척 밀어주셔서 작업을 무척 수월하게 했습니다. 게다가 제가 성질에 못 이겨 사사건건 걸고 넘어지는 걸 다 어리광으로 받아주셔서 사소한 의사소통 실패 때문에 스트레스받는 일 전혀 없이 일을 마쳤습니다.


그리고 감사와 존경이 담긴 탕수육 한 그릇 만으로 추천사를 척척 써주신 강이관 감독님, 김진해 교수님, 조성원 교수님께 가슴 깊이 감사드립니다. 특히, '글이라는 건 자고로 이렇게 쓰는 것이다, 이 조무래기 시키들아!'라는 일침을 지극히도 우아하게 표현해 주신 김진해 교수님. 사람을 이렇게 울리기 있습니까? 많이 배웠습니다. 앞으로는 불평하는 글은 최대한 줄이고 세상을 이해하려는 글을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수록 영화 <파라노만> 포스터


이 책에 수록된 영화, 아니 글쓰기 구실이 된 열여덟 편의 영화는 다음과 같습니다.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 (스티븐 달드리, 2008)

정복자 펠레 (빌레 아우구스트, 1987)

남색대문(이치옌, 2002)

박쥐 (박찬욱, 2009)

체리향기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1997)

파라노만 (크리스 버틀러 외, 2012)

업 (피트 닥터 외, 2009)

공각기동대 (오시이 마모루, 1995)

시 (이창동, 2010)

바베트의 만찬 (가브리엘 악셀, 1987)

라라랜드 (데이미언 셔젤, 2016)

밤과낮 (홍상수, 2008)

죽어도 좋아! (박진표, 2002)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 (아시가르 파르하디, 2011)

토니 에드만 (마렌 아데, 2016)

500일의 썸머 (마크 웹, 2009)

바그다드 카페 (퍼시 아들론, 1987)

굿바이 레닌 (볼프강 베커, 2003)



그럼, 6월 안으로 종이책으로 만나 뵙겠습니다. (제바알~)


수록 영화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 포스터






작가의 이전글 암과 살아보니 다른 것 투성입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