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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곤잘레스 파파 Mar 28. 2022

[마흔에세이 15] 면접을 대하는 자세

정부지원사업 피칭을 다녀와서

최종 발표심사에 다녀왔다.

발표자로 내가 꼭 만들고 싶은 프로그램의

제작비를 따내기 위해서.


종편 출범 이후, OTT의 공세 이후,

수많은 방송 콘텐츠들이 생겨나면서

방송제작비용이 10년 전에 비해 천문학적 수준으로

증가한 탓에 아무리 내부 제작비로 감당하려고 해도

퀄리티 보장을 위해선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결국, 협찬이나 외부 제작지원을 따낼 수밖에 없는

현실적인 제작의 어려움이 있는 가운데

정말 남들 다하는 그런 프로그램 말고

제대로 이슈나 비평을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서 열심히 발로 뛰는 방법밖엔 없다.


발표 심사장에는 나를 비롯해

방송사와 제작사에서 수많은 제작진들이

열심히 자신들의 콘텐츠를 주어진 시간 내에

효과적으로 심사위원들에게 어필하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었다.


코로나19 시국에도 대면심사로 전환되면서

자가 키트로 음성을 확인해주고

준비해 간 자료들을 열심히 체득하기 시작했다.


발표장에는 내가 사전에 보낸 PDF 자료 외에

아무것도 (심지어 휴대폰도) 들고 가지 못한다.

머릿속에 뒤죽박죽 심어진 내용들을

주어진 짧은 시간(발표 7분, 질의응답 7분) 내에

완수해야 하는 운명 같은 시간이다.


발표 하루 전,

발표 내용을 숙지하기 위해 자료들을 다시 보던 중

거듭 이렇게 재미없게. 당연한 내용들을

심사위원에게 와닿지 않게 발표해서야

그들이 정작 관심이나 갖겠냐 하고

발표문안들을 다 뜯어고쳤다.


내가 실생활에서 겪어왔던 경험들.

그리고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

그 모든 걸 역사 안에 대입하니

총체적으로 모든 이슈들이 엮였다.


이렇게 하나씩 체감해가는 게 발표자의 몫이다.


그렇게 나름 준비한 발표문안의 80%를

완성도 있게 발표하는 데 성공했다.

발표 시작 후 6분이 되면 알람시계가 울린다.

늘 시험 마감시간이 다가오면 마음이 조급해져 오듯

그 뒷부분은 준비한 내용들을 다 쏟지 못한 채

서둘러 정리해 끝냈다.


그리고 질의응답들은 꽤 인상적이었다.

"당신의 프로그램이 영상적으로 차별화시키기

어려운 측면이 있는데 이걸 어떻게 해소할 거냐?"

"기술적인 문제들이 법적으로 문제 될 소지는 없나?"

"특정 제작비에 너무 많은 비용이 소요되는 문제로

다른 제작비 절감이 필수적인 상황에서

이를 어떻게 해결하겠느냐?"

"워낙 폭넓은 주제이다 보니 한 번에 다 담아내기 어려운

측면이 있는데 이걸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

"오히려 프로그램이 이름에 얽매여 있는 느낌이라

조금은 확장성이 어려운 측면이 있는데?"


내가 준비했던 질문들은 1도 나오지 않았고,

머릿속에 있는 생각들을 정리해 답변했다.


발표장을 나오면서도 더 와닿게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있었는데

아쉬움이 꽤 크게 남는 발표였다.


어쨌든 강은 건넜고, 주사위는 던져졌다.

제작지원사업에 최종 합격해 제작비를 따내든

합격하지 못해 있는 제작비로 제작을 하든

나름 최선을 다했으니 됐다.


무엇보다 준비 과정에서 큰 걸 배웠고,

내가 심사위원 입장에 서서 발표자의 발표 내용을

채점해야 할 걸 생각하니 적어도 손해는 아닌 것 같다.


11년 전, 방송사에 들어오기 위해

수차례 면접 과정을 거쳤고,

최종면접을 준비하는 데에만 나에 관한

백여 가지의 질문을 만들었던 기억이 있다.


자소서 틈새시장을 노려

면접관들이 나에 대해 궁금할 여지들을 남겨놓았고,

나름 준비해 간 질문의 80%가 적중했다.


그리고 필기시험이든 면접이든

내가 치른 어떤 평가에 있어서

그 과정을 거의 복기하는 습관이 있다.

그래야 다음 심사에서 똑같은 실수를 하지 않는다.


내 인생에 또 언제 이런 피칭 과정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언제 닥쳐올지 모를 피칭 과정을 위해

평상시에 모든 사회적 이슈들에 관심을 갖고,

내 생각을 대입해 나만의 의견을 만들고,

그 의견을 피칭이 아닌 현장 곳곳에 녹여내는 연습을

반드시 해야겠다. 꼼꼼하게!!!


#피칭 복기를 마무리하며.

어느 발표든, 어느 인생이든 정답이 없다.

그 정답을 만들어가는 건 발표자의 몫이고,

살아가는 당사자의 몫이다.

그러니 너무 결과에 구애받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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