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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곤잘레스 파파 Mar 04. 2022

[마흔에세이 14] 혐오와 이기주의

2022년 대선에 대한 단상

얼마 전, 투표를 보이콧하겠다는

나름의 권리 포기 선언을 했다.


진심으로 역대급 정치혐오에서 나온

나름의 이기주의적 발상이었다.


이번 대선은 역대급으로

출마한 유력 후보들의 면면이

너무 싫었다.


최악을 막기 위해 차악을 뽑아야 한다고,

기권은 권리가 아니라고,

사표라도 더 나은 최선을 뽑아야 한다고,

대선 시국에 정치적인 SNS 피드들을

숱하게 접했다. 그조차 싫었다.


나이가 들면서 지켜야 할 게 많아지면서

생각이 보수화되는 건지

세상이 점점 각자도생의 시대로

안정성을 추구해야 하

이기주의 시점으로 만드는 건지 모르겠다.  



고백하자면, 지금까지 늘 최악을 막기 위해

차악을 뽑아야 했던 선택들은

두고두고 후회로 남았다. 진심....


촛불 시국에 임산부 아내와 함께

나는 숱하게 광화문 광장에 나갔다.

수개월째 추운 광장에 나가 언론 독립을 주장하며

제대로 된 방송을 만들겠다고

시민들에게 전단지를 돌리고,

나름의 시간과 정성을 다해

언론사 파업에 동참했다.


정권은 바뀌었지만 파업은 끝나지 않았고,

언론개혁과 독립은 정치적으로 묻혔고,

180석 거대 여당이 된 지지했던 당은

결국 자신의 이익대로 언론을 이용했다.

지금은? 여기저기서 숱하게 조리돌림 당하는

못난 지상파로 여론의 묻매를 맞는다.


지금의 촛불정부를 굉장히 지지했던 1인이다.

판문점 선언과 종전선언은 큰 감흥은 없었어도

이제 한반도에서 지긋지긋한 전쟁은 더 이상

일어나지 않을지도 모르는 희망을 주기도 했다.


코로나19로 모두가 힘들 때

나름의 방역도 훌륭했고,

생활지원금을 통한 경제적 노력도

성과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 시국에 나를 포함한

많은 정부의 지지자들이

왜 마음을 돌렸던 걸까???


결정적 이유는 내로남불이 아니었을까?


조국 법무부 장관 수사에

법원 앞 대로가 조국 수호와 퇴진으로

양분화돼 정확히 국민분열이 된 현장을 목격했다.


무리한 수사에 대한 반감으로

나름 조국 수호의 편에 서서 구호를 외쳤지만,

나는 '조국 수호'가 아닌 '무소불위 검찰권에 대한 반감'이

거리에 나간 이유였다.


조국 수사에 대한 찬반 논란은 여전히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건

조국 사건이 만든 대한민국의 분열은

그때부터 명백히 지금의 이분법을 만들었다.


청와대 대변인이 재직 시절 빌딩을 매입하고,

청와대 정책실장이 임대차법 시행 전

보증금을 대폭 인상하고,

의사 파업에 간호사 집단과 분쟁을 만들고,

국민과의 대화에 나온 대통령은

집값 상승에 허리가 휘는 청춘들에 대한

위기의식이 전혀 없었고,

대출규제로 내 집 마련은커녕 전셋집 하나

들어가기 힘들게 막아 놓고,

정권 말기에는 에너지 대전환에 대한 철칙까지

바꿔가며 원전을 활성화하자고 뒤바꾸고,

대북정책, 외교정책, 정치, 경제, 검찰개혁, 언론개혁...

어디까지 실망을 안겨줘야 할지 모를 정도로

분명히 실책이 큰 건 사실이다.


180석 거대 여당은

자신들의 실책을, 부족했음을 시인하는데 넘어

자신들의 자리를 내려놓는 것까지 감안한

환골탈태를 약속하며 선거운동을 하길 바랬다.


감성에 치우쳐 촛불정신을 외친다고 한들

꺼진 촛불을 다시 켜는 데는

노력과 비용이 훨씬 더 크게 든다는 걸

왜 모르는지 모르겠다.




사전투표 인증샷이 올라오고,

투표율이 16%를 넘어서면서

마음에 갈등이 생기기 시작했다.


솔직한 심정으로,

나는 무지한 리더가 너무너무 싫다!

나라를 이끄는 리더가

자신의 철학과 신념 없이

5천만 국민을 대표하는 것만큼

무서운 일은 없다.


몇 차례 열린 토론회에서 그 후보는 입증했다.

나는 검찰공화국을 만들겠다고.

나는 전쟁의 위험을 불사하고 사드를 배치하겠다고

나는 위기시 일본의 간섭도 허용하겠다고

나는 주 5일제로 만든 근로기준법이 너무 싫다고!

...... 너무나도 많은 걸 입증했다.



이런 갈등 속에 한 기사를 읽었다.

위기의 브라질 정치를 다룬 한 다큐멘터리 이야기다.

'보우사 파밀리아(가족수당)'으로

빈곤층의 경제적 수준을 높인

재임기간 동안 엄청난 경제성장을 이뤄내

주목을 받았던 전 룰라 대통령!


노동자 출신으로 87%라는 경이로운 지지율을 기록하며

브라질 국민들의 인기를 받았던 그는

룰라의 후계자인 호세프 대통령에게

정권을 넘겨줄 때까지만 해도 빛을 발했다.


룰라와 호세프 전 대통령


그런데 지우마 대통령은 역대급 비자금 수사에서

결국 회계 부정에 휘말렸고, 지지율은 폭락했다.

세르지우 판사를 필두로 한 보수 기득권의 반격은 엄청났고,

룰라는 부패 스캔들에 엮여 구속 수감됐다.

룰라가 투옥된 2018년 당시 그는 브라질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1위였다고 한다.


그 결과 2019년, 군부 출신인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당선된다.

쿠데타에 앞장선 세르지우 판사는 법무부장관이 됐다.

룰라는 연방고법에서 8년 10개월로 감형됐지만,

국민들의 석방 운동으로 2019년 가까스로 석방된다.

그리고, 브라질 연방 대법원은 룰라의 부패스캔들 실형을

전면 무효화한다. 조작된 수사였던 것이다.


브라질에서 일어난 사법, 검찰, 정치의 썩은 도가니탕!!

남의 일 같지만은 않다.


유력 대선 후보는 검찰권의 강화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공수처를 폐지하고, 검찰의 수사권을 강화하고,

검찰 예산을 자유화하고,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고

검찰개혁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무소불위의

검찰공화국이 그가 그리는 그림은 아닐지 두렵다.

 

결국, 최악은 피해야 되는 건가?

이보다 좀 더 나은 보수 후보가 나왔다면

내 권리 포기 선언은 내 신념에 걸맞게

정당화될 수 있었을 텐데...

권리를 포기하기에 대의민주주의의 개념과

대통령 중심제라는 막강한 파워가 너무

국민들을 힘들게 만든다.


그리고, 노동자 출신을 외치는 유력 후보와

룰라 대통령은 분명히 다르다.

대통령 후보로서의 자질도 많이 부족하다고 본다.

그래도 만일 당신이 된다면

조금은 닮아갔으면 좋겠다.

그리고 브라질의 전철을 밟지 않았으면 좋겠다.




수많은 고민 끝에

마흔 살에 접하는 대선에 대한 심정을 갈무리한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쓸 올해 대선에 접하는

일개 유권자의 심정이다.

누가 되든 부디 이런 유권자들의 마음을

거듭 놓치지 말아 주시길...


그리고,

이번의 선택 역시 또 후회로 남지 않길...


부디 기분 좋고 설레는 투표,

정치혐오에서 벗어나게 해 주시길...


먼 훗날, 딸들에게

자신있게 엄마아빠는 네가 뱃속에 있을 때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추운 겨울 거리에 나왔어!!

감성적이지만 과연 우린,

그런 얘길 할 수 있을까?

그런 자격이 있을까?


어쨌든 위기다! 우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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