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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곤잘레스 파파 Feb 17. 2022

[마흔에세이 13] 대상포진이었다!

병명을 알기 전, 일주일의 증상 기록

일주일 전부터 골골대던 몸,


아직까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질 않는데

아픈 부위에 따라

마취통증과, 이비인후과, 내과까지

각각 다른 처방과 다른 약을 받아왔건만


결국, 오늘 아침

이마에 올라온 수포가 딱딱하게

딱지로 굳어지면서 쎄하게 아파오고

이마 앞부위가 퉁퉁 붓기 시작한 게

'이거 대상포진 아닐까?'라는 의심이 들었다.


처음에는 부위가 작고,

머리에 바른 제품 때문에

두드러기가 생겼거니 치부했는데

이마까지 내려온 수포가

제법 자리를 잡아

마지막 수단으로 피부과를 찾기로 했다.




여의도 피부과는 거의

미용 위주로 보는 피부과가 많아

질병까지 다루는 피부과를 찾아가려니

대기시간이 제법 걸린다.


의사 선생님은 돋보기로 부위를 자세히 보시더니

대뜸 '대상포진이네요!'라고

의심을 확신으로 바꿔준다.


억울한 마음에

처음에는 이렇게까지 증상이 없이

이상하게 다른 부위가 계속 아파와서

마취통증과부터 이비인후과, 내과까지

안 가본 곳이 없다며 호소했다.


안 그래도

진단 차트상

다른 병원에서 '소염제 처방'을 받으신 적이 있다며

'항바이러스제'를 먹어야

당장 진행을 차단할 수 있으니

기존에 드시던 약은 같이

안 하는 게 좋겠다고 처방하셨다.




마흔이라

골골대는 증상은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손목이 삐끗해도 예전처럼

빠르게 회복하지 않고

술을 마셔도 예전처럼

빠르게 깨지도 않고

잠을 오래 자더라도

푹 쉰 느낌이 들지 않는 게


그게 내 몸이 꺾이는 건가.

신체의 반응은 머리보다 빠르더라.


대상포진은 처음이다.

그 원인이 직접적인 피로에서 온 건지

아니면 며칠 과음을 해서 그런지

코로나 3차 백신의 영향으로

몸 안의 면역체계가 망가져서 그런지

만성적인 운동 부족으로

체력이 고갈돼서 그런지..


원인은 정확하게 모르겠지만

나이 마흔 들어 처음 찾아온 병이다.


그래서 이 느낌들을 있는 그대로

기록해야겠다.



마흔하고도 두 달째 찾아온 대상포진 증상.


2월 11일(금),

이 날 상사와 점심식사 중에

막걸리를 한 병 정도 마셨다.

많이 마시지도 않았는데

뒷목이 평소보다 더더욱 뻐근하다.

편두통도 온다.


각성제 겸 진통제인 아메리카노 한 잔으로

취기를 깬다.


오후 회의를 진행했다.

기획단계라 매번 나오는 아이디어가 중요하고,

또 중요한 결정을 해야되는 날이라

뒷목이 뻐근할 걸 잊어가며

회의를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2월 12일(토),

잠을 푹 잤는데도 피곤하다.

미세먼지가 워낙 심한 날이라

기관지가 안 좋아져 그런가?

공기청정기를 풀가동했다.


집에 있으면 병나는 몸이라

이 와중에 애들 데리고

밖에 나가야겠다고

무리를 했다.


얼마 전 올린 '폭풍 속으로'의

차이나타운과 영종도에 간 날이다.


밖에 나가서 애들이 노는 걸 보면

몸이 아픈지도, 시간 가는지도

모른다. 그저 좋다!


뒷목이 뻐근한 증상은 많이 좋아졌지만

편두통은 여전하다.


국대 선수들의 올림픽 경기를 관람하느라

늦게 잠자리에 들었다.  


2월 13일(일),

아침에 일어났는데

기운이 없다.

어제 무리한 탓인가?


왼쪽 관자놀이 쪽으로

찌릿찌릿한 통증이 느껴지고

편두통이 멈추질 않는다.

귀 뒤에 움푹 올라온 머리뼈가

염증이 생긴 듯 콕콕 찌른다.


일단, 내일 병원에 가보고

오늘은 집에서 쉬자.


2월 14일(월),

뻐근한 뒷목과

찌르는 듯한 관자놀이 편두통에

'3차 신경통'이 아닐까 의심이 돼

마취통증의학과를 찾았다.


증상을 설명했더니

전형적인 거북목이나 일자목으로 인한

경추 쪽 통증이라면서

목 뒤 근육들을 눌러보신다.


누르는 족족 통증은 없어

일단 x-ray를 찍고

일자목 경추 통증이라고 진단을 내리시며

간단한 물리치료와

근육이완제가 포함된 약을 처방해주셨다.


만성 운동 부족과

30대에 관리 못하고 술을 퍼마신

나를 탓해야지...


그러면서 밸런타인데이라고

아내가 해준 맛난 닭요리에

결혼식날 받은 와인을 땄다.


밸런타인데이라고... ㅎㅎㅎ


2월 15일(화),

전날 마신 와인 때문인가?


밤새 귀 뒤에 있는

임파선이 부은 느낌이다.

마치 볼거리 증상처럼

약간 붓기가 올라오고

통증이 느껴진다.


음주하지 말걸 ㅠㅠ

아픈 걸 알면서도

아내가 말릴 때 말을 들었어야 되는데

당분간 자중해야겠다.


귀 아래 목 쪽이 아프니

또 별 생각이 다 든다.

그놈의 의심병.


임파선이 부으면 임파선염일수도 있고

침샘이 부으면 이하선염일수도 있고

어쨌든 귀 뒤에 있는 신경 쪽이니

거북목으로 인한 통증보다도

이비인후과에서

진단을 받는 게 나을 듯싶어

아이들 아플 때 자주 찾는

이비인후과를 찾았다.


의사 선생님은 목 뒤를 만져보시더니

약간 붓기는 했는데 직접적인

임파선염으로 보기에는 애매하다고 하시며

일단 염증을 가라앉히는

소염제와 항생제를 처방해주셨다.


근육이완제와 항생제를 같이 먹기엔

애매하니 일단 어제 하루치 먹은 약은

잠깐 서랍 속에 넣어두고

염증부터 가라앉히자는 생각에

열심히 약을 먹었다.


얼른 낫자. 이놈의 웬수같은 몸아!!


2월 16일(수),

증상은 크게 호전되지 않았다.


사실 모든 부위별 증상에 앞서

또 다른 증상 하나가

이마 위로 뭔가 수포가 올라오기

시작했다는 것!


머리에 바르는 제품 때문이겠거니

별로 심각하게 생각 안 하고 있었는데

점점 부위가 커지면서

오늘 아침에는 수포에

빨갛게 딱지가 앉았다.


거울로 봐도 티가 많이 날 만큼

이마 위쪽이 부자연스럽게 번졌다.


안 되겠다.

내과나 피부과에 가자!!!

이쯤 되면 '대상포진'도 의심해볼 만한 증상이니...


편두통도, 뒷목 통증도,

이마에 난 수포도,

뭔가 하나로 된 연관성을 찾으면 좋겠는데

부위별로 다른 증상 다른 처방을 받으니

이래서 종합병원에 가야 되나...

합리적인 의심이 든다.



2월 17일(목),

처음 증상이 나타난 지

약 일주일 만이다.


아침부터 질환을 볼 줄 아는

여의도에 유명한 피부과를 찾았다.

오픈 시간에 맞춰 갔는데도

대기 인원이 많았다.


1시간 대기 끝에 겨우 진료를 봤는데

나이 지긋하신 의사분께서

돋보기로 상처 부위를 보시더니

"대상포진이네요"

명쾌하게 진단을 내리셨다.


다른 부위에 나타나는 통증도

설명했더니 다 연관이 있을 수 있다고

특히 안면에 나타나는 대상포진은

시신경이나 뇌신경까지 번지면

자칫 위험해질 수 있으니

특별히 관리를 잘해야 된다고.

상처 부위가 나중에 흉으로 남을 수도 있으니

연고 잘 바르고 관리를 잘하시라고


무엇보다

일단 "푹 휴식을 취하세요"라고

당부하셨다!


휴식밖에 최고의 처방이 없다고.




간단히 내 몸에 나타난

일련의 대상포진 증상들을 묘사했다.

잘 알려진 찢어질 듯한 통증은

이마 상흔 부위에 오진 않았다.


대신 이마가 혹 난 것처럼

상처를 중심으로 부어올랐고,

뒷목 임파선 쪽과

눈 옆 관자놀이 쪽에

찌릿찌릿한 통증이 며칠째 나타났다.


이렇게 일련의 증상들을 두고

찾아보니 나와 비슷한

대상포진 증상들도 꽤 있었다.


면역력이 약해져서 나타나는

몸의 이상신호!

내게도 대상포진 증상이 오다니...

삼십대 후반 사나흘씩 풀로

밤을 새우면서 편집을 하고,

주말 없이 촬영을 다녀도

한 번도 온 적 없는 증상이


지금처럼 무리할 일도 없는 일상에

나타나니 이해하기 어렵다.


결국,

몸보다 마음건강이

더 영향을 미치는 건가.

약간의 우울증을 동반한 코로나 일상에

대상포진이란 이상증세가

나 여기 있소! 하면서 찾아온 건 아닐지

또, 합리적 의심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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