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이 전파를 탄 지 일주일이 지났다.
12년 차 들어서 만든 첫 방송이
시사프로그램의 신년특집이었다.
그것도 <돈>에 관한 이야기.
경제에 관한 얘기를 해보자는 게 시작이었다.
경제 지표만 보면 편두통이 오고,
금리나 환율만 봐도 벌써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오는 내게 경제라니...
숱한 전문가 인터뷰와 자료말이를 할 생각에
작가도 조연출도 없이 홀로 내던져진 11월 초기
기획단계에선 너무나 막막함만 앞서왔다.
그것도 간판 시사프로그램의 신년을 장식해야 한다니 ㅠㅠ
그게 시작이었고, 긴 겨울의 취재기는 너무나도 추웠다.
방송 일주일 후 조회수 2,758,014회
2023년 1월 14일, 오후 3시 / 출처 : 시사직격 유튜브
글을 작성하는 지금 시간의 유튜브 조회수를 캡처해 봤다.
방송 3일째까지 국내 유튜브 인기 급상승 동영상 1위가 되며,
200만 조회수를 쉽게 넘겼지만. 역시 시간이 지날수록 이미 충분히 소비된 나머지
조회수 늘어나는 속도는 줄어들었고, 주말이 되자 하루에 10만을 넘기지는 못한다.
그것도 어제 2부가 나갔으니 이제 물 들어올 때는 지나버린 듯.
시청률은 3.9%, 기대치만큼 나오지도 않았고
인터넷상 바이럴도 생각보다 약하다고 생각해 평타만 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방송에 대한 폭발적인 관심은 유튜브 풀버전에서 터졌다.
실시간 방송에서 워낙 랙이 심해 3,400명을 넘지 못하더니
유튜브의 풀버전 방송은 이미 송출된 다음날 올려졌다.
풀버전을 올린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아 조회수가 100만을 넘겼다.
댓글도 폭발적이었고, 포털사이트 블로그나 카페에 관련된 리트윗 수도 굉장히 많았다.
지금까지 예능도 해보고, 특집다큐도 해보고,
구독자 어그로 끌려고 유튜브용 버전도 많이 만들어봤는데.
이렇게 관심을 집중받는 일은 처음이었다.
인기 급상승 동영상 #1, 그리고 8천개의 댓글들...
사흘 만에 조회수 200만이 넘고, <인급등 #1>이라는 딱지는 거의 3일간 계속됐던 것 같다.
오래 떠있었던 효과가 초기 조회수 터지는데 큰 몫을 한 것 같다.
신기한 나머지 기록용으로 몇 장 캡처한 사진을 올렸는데,
당시 <더글로리>와 <솔로지옥>의 유튜브 공개 버전을 이겼던 기억이다.
그리고, 출연자들을 응원하는 댓글과 프로그램에 대한 호평 댓글을
꽤 많이 남겨주셔서, 높은 관심도에 악플이 많을까 우려했던 부분도
조금 괜찮아졌다.
브런치에 아주 오랜만에 글을 남긴다.
<한식연대기>라는 특집 다큐멘터리를 준비하면서 제작기를 꽤 길게
남겨놓고 싶었지만, 후반작업이 정말 너무 바빴고-
바쁜 정산을 미처 끝낼 틈도 없이 시사프로그램에 배정받고
또 아이템 발제와 기획 단계에 제작까지 이어지는 빡빡한 스케줄에
글을 쓸 여유가 너무도 없었기 때문이랄까.
이런 자위적인 핑계를 남기며,
2023년부터는 시사이슈에 관심을 강제로 많이 가져야 하는 관계로
모든 제작과정을 여기에 기록해 놓을 생각이다.
정말 생각과 달리 첫 방송의 반응이 폭발적으로 터졌고,
그 이유를 진지하게 생각해 보려고 취재기록을 시작해볼까 한다.
어쩌면 정말 경제에 문외한이었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고,
내 경제적 상황이 일반 서민 순도 90%였기 때문이었을 수도 있다.
같은 고민을 하고, 같은 부채를 안고, 같은 실패를 경험했기 때문에
공감대가 상대적으로 높았던 것도 원인이었지 않았을까.
워낙 2022년 이전은 빚투 영끌 부동산이 화두였기 때문에
이미 빚투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거나,
영끌로 쓰리잡을 뛰거나, 부동산 폭등으로 박탈감이 컸거나,
이런 이슈들은 하도 많이 다뤄서 가급적이면 그런 자극적인 건
피해 가고 싶었을 수도 있다. 워낙 기시감이 컸기 때문에.
너무 특정한 저소득층도 아니고, 그렇다고 잘 사는 고소득층도 아니고,
누구나 있을 법한 이야기.
바로 나와 같은 환경에 처한 사람들의 르포를 만들고 싶었다.
뻔한 전문가 인터뷰와 자료말이. 어쩌면 그림 만들기 힘든
경제 프로그램의 식상한 메이킹 방식을 그대로 답습하게 될까 봐
일단 섭외가 되는대로 무조건 현장을 찍었고(섭외당사자 마음이 바뀔까 봐)
내가 이해가 안 되면 모든 현장을 물고 물어서 갔던 게 주효하지 않았나 싶다.
신문 경제면 기사에 나온 걸 토대로
막상 현장에 나가보면 틀린 팩트들이 너무나도 많았다.
경제가 어려워져 공장 매물들이 넘쳐나고, 중고기계 매물이 넘쳐난다고 해서
중고기계 유통시장에 가봤더니 매물은커녕, 아예 거래가 절벽인 건 기본!
달걀이 금란이라 불릴 정도로 인플레이션이 심해 양계장을 가보면
막상 작년보다 훨씬 단가가 떨어져 있는 것도 보통!
그런 팩트들만 제대로 잡아줘도 뭔가 새로운 얘기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체적인 초기 제작 환경과 후기 단상들만 <上> 편에 정리하고
구체적인 개별 취재기는 <下> 편으로 넘길 생각이다.
시사프로그램은 다른 프로그램과 달리 방송을 마치고,
사실 제보자나 출연자에게 굉장히 미안한 마음이 든다.
그들이 하려고 하는 얘기를 1%도 못 싣어서 그럴 수도 있고,
그들이 섭외에 응할 당시 생각했던 입장과 달리 방송에 나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사프로그램 특성상 뭐 좋은 게 나갈까.
보통 힘든 얘기, 하기 어려운 얘기, 껄끄러운 얘기들이 보통인데...
그래서 촬영에 응해준 모든 분들이 고맙고 죄송스럽다.
거기에 얼굴과 실명까지 모자이크나 가명 없이 밝혀주신 분들께는
엎드려 절할 마음으로 곱절 감사인사를 드린다.
본편의 모자이크는 딱 두 사례만 했다.
얼굴과 실명이 공개되면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는 오픈런 사례자와
계속 본인이 나가면 안 된다고 말씀하신 경매시장 상인분.
이 외에 모두 얼굴과 실명이 그대로 나갔다.
그만큼 그분들의 인터뷰와 사례 편집은 굉장히 신중해야 한다.
만일 하나라도 팩트가 어긋나거나, 왜곡이 되거나, 감정 과잉 사례로 비치면
그분들이 받게 될 상처나 후유증은 사과로 풀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어쨌든, 방송이 나간 일주일이 지난 지금까지는
모든 분들께 감사 인사를 드렸고, 다른 말씀은 없으셨다.
너무 본인이 불쌍하게 나와서 못 보겠다고 하신 분 말곤.
그리고 한계기업으로 소개된 기업 대표분께 너무 죄송해서
공장 직원분들 일하시는 모습을 정성껏 촬영한 영상을
열심히 재편집해서 소장용으로 보내드렸다.
가끔은 이런 애프터서비스도 해드려야 되는데
방송 끝나면 지쳐서 엄두가 안 난다.
그래도 이것까지가 담당 피디 몫이다.
구체적인 섭외와 취재기는 생각이 바래기 전에 적어볼 심산이다.
방송 유튜브 링크를 남겨보며...
https://www.youtube.com/watch?v=g8C7gj8n4Jw
(시사직격 신년특집 침체의서막 1부 - 모두가 가난해진다 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