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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곤잘레스 파파 Jan 15. 2023

[3] 과연 모두가 가난해질까?

신년 경기침체 르포 <모두가 가난해진다> 제작기 <下>

2022년 크리스마스 이브

그날밤, 강남의 기온은 영하 10도였다.

백화점 명품관 앞에서 오픈런(줄서기 대행) 아르바이트를

나간 그는 꼬박 12시간(밤 10시~아침 10시)을

그 추위 속에 의자와 담요 하나에 의지하고 밤을 지새웠다.

시간당 페이는 만 원이었다.

그의 본업은 공연예술 쪽에서 일하는 프리랜서였다.


크리스마스를 일주일 앞둔 주말

아이들과 영상통화를 하는 그의 모습이 낯설지 않았다.

평일 14시간은 기본,

토요일도 10시간 가까이 공수를 뛰면서

일주일에 단 하루만 쉰다.

가족들을 못 본지는 어언 두 달여가 지났다.

하루라도 쉬면 일당이 날아가니까

몸이 아파도, 천근만근 무거워도

새벽 4시에 눈을 뜨고, 밤 10시 넘어 눈을 감는다.

그는 평택 건설현장에서 배관 조공을 담당하는

일용직 근로자였다.


[방송캡처] 강남과 평택


지난해, 부업자수가 54만 7천 명으로

2년 전에 비해 11만 명이 증가했다.

엄청난 증가폭이다.

그중 부업하는 가장 비율은 70%다.


임금소득은 그대로인데, 물가는 치솟기 때문에

실질소득은 줄어든다.

버는 만큼 살 수 있는 게 줄어들기 때문이다.

본업만 가지고 가족을 부양할 수 없는 시대라

부업을 택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저녁 배달과 대리운전을 뛰는 주변인들이 크게 늘었다.


아직 본격적인 경기 침체도 오지 않은 상황이다.

지금 같은 경기 상황(고금리, 고물가, 고환율/고유가)이

올해 하반기까지 지속된다면

기업의 채산성 악화와 한계기업의 연쇄적인 위기가 오면서

자연스럽게 실업률, 고용 악화로 이어지면서

정말 모두가 힘든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


그래서 제목으로

<모두가 가난해진다>가 탁월했다.


그런데...??



이번 특집을 준비하면서

마지막까지 못 푼 과제가 있다.

과연 '모두가' 가난해지는 걸까???


실질적은 2023년 경제 트렌드 지표의 1순위는 '평균실종'이란 키워드다.

소비 트렌드는 프리미엄과 가성비 상품으로 양극화 됐다.

애매한 중간 가격은 사라졌다.

등산복 아웃도어 브랜드가 백화점에서 자취를 감추면서

골프나 캠핑 용품이 그 자리를 메꾸고 있다.

편의점 가성비 식품이 대세라면

단가 30만 원 넘어가는 청담동 한우 오마카세 집은

예약받기 힘들 정도라고 한다.  

게다가 부동산 시장도 침체기라지만

강남의 프리미엄 아파트들은

여전히 웃돈 주고 거래가 이루어진다.


예나 지금이나 잘 사는 사람은 더 잘 살고,

힘든 사람은 몇 배 더 힘들어진다.

"평균실종"은 양극화의 세련된 버전이다.

 

https://newsis.com/view/?id=NISX20230106_0002150256&cID=13001&pID=13000


양극화라는 키워드를 마지막 단락에 넣을까

마지막까지 고민했다.


명품을 대리구매하는 '오픈런' 아르바이트는

양극화의 단면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였다.

400만 원짜리 가방은 줄 서지 않으면 못 살 정도로 호황인데

그 줄 서는 아르바이트 구인광고는 1분도 안 돼 마감된다.


명품 브랜드는

올해 10% 인상된다는 판매공고를 밝혀도 여전히 성수기다.

그들에겐 조금 더 비싸게 주고 살뿐이다.  

강남 대치동의 학원가는

틈새과목까지 웃돈 들여 수강생을 받고,

프리미엄 영어유치원은 대기번호 받기도 쉽지 않다.




"2023년, 모두가 가난해질 것이다"

아직까지 이 제목에 대해서는 혼란스럽다.


돈이라는 건, 자본주의라는 건.

어떻게 보면 굉장히 냉정하고 현실적이다.

남의 지갑을 열게 하는 행위도

고도의 심리가 개입되는 경제행위다.

나와 타인을 비교하는 행위 자체에서

가난과 부는 상대적으로 작용한다.


사실,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힘은

경제를 이끄는 수많은 근로자들의 땀에 있음에도

자본소득이 만든 헛된 꿈과 야망에

많은 젊은이들이 현혹됐던 것도 컸고,

이른 나이에 감당해야 할 부채의 짐이 커지다 보니

사회와 시스템에 대한 분노보다는

자신을 탓하고, 현실을 순응하는 태도로

바뀐 게 크지 않았을까 생각이 된다.



평택 고덕 현장에서 만난 분은 내게 몇 번이고 말했다.

"정말 몸을 갈아 넣고 있다고"

"지금 몸 내부는 어느 곳 하나 성한 곳이 없다고"

그렇게 온몸을 갈아 넣고, 고독한 시간을 견뎌내며

그는 가난해질 시간을 버티고 있었던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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