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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소현 Dec 10. 2021

뉴스에 '에이씨'가 왜 나와?

"에이씨. 엄마, 뉴스에 '에이씨'가 왜 이렇게 많이 나와?"

"그런 말 쓰면 안 돼! 누가 욕했어?"


다섯 살 배기의 질문에 깜짝 놀랐다. 아이의 TV 시청 최소화를 지향하지만 직업상 뉴스를 틀어 놓을 수밖에 없던 나는 또 철렁했다. 가끔, 아니 꽤 자주 잔혹한 범죄 소식이 나오면 아이가 볼까 걱정스러울 때가 많았으니까.


아이의 말을 듣고 보니 정말 뉴스 에이씨가 많이 나왔다.


"20대 남성 A씨는 여성 B씨의 집에 찾아가 가족들에게 흉기를 휘둘렀습니다."
"강 씨는 성추행을 당했다는 A씨의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웃음과 함께 안도. 차근히 설명했다.


"이름을 알려주기 힘들 때 이름 대신 알파벳 A, B, C 알지? 거기다 씨를 붙이는 거야. 김소현 씨처럼"


알듯 말듯한 표정을 지었던 아이는 며칠 후 내게 조심스레 속삭였다. 무서운 비밀이라도 알아낸 듯.


"엄마, 에이씨는 왜 맨날 경찰에 잡혀가? 나쁜 사람이야?"


어떤 날은 뉴스 한 시간 동안 여러 명의 A씨가 나온다. 어떤 A씨는 불을 질렀고, 또 다른 A씨는 보이스피싱을 당했다. 모 일간지처럼 ㄱ씨, ㄴ씨도 어색하긴 매한가지지만, A씨를 범용 하는 게 맞을지 한 번쯤은 고민해볼 문제다.


대통령의 자격


아이가 뉴스에서 알아보는 인물이 몇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전 미 대통령. 언젠가 한미 정상회담 때 신문 1면을 보며 설명해준 적 있는데 그 기억이 꽤 오래 가나보다. 바이든 대통령도 몇 번 알려줬지만 기억을 잘 못한다.


뉴스의 등장인물은 변하기 마련. 요즘 대통령보다 빈번하게 등장하는 대선 후보들을 보고 아이가 물었다.


(여당 후보 보고) "이 사람이 대통령이야?"

"아니, 대통령 되고 싶다고 나온 사람. 대통령은 좀 있으면 바뀌거든"

(야당 후보 보고) "이 사람도 대통령 되려고 나왔어?"

"응. 누가 대통령 될 거 같아?"

"음... 이 사람. 좀 더 이뻐"(누구 찍었나는 비밀)


내친김에 내가 먼저 물었다.


"어떤 사람이 대통령 되면 좋을까?"

(갑자기 진지 표정으로) "일을 잘하는 사람. 일을 잘하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좋은 거야. 엄마가 가서 그렇게 말해"

"어디 가서?"

"회사 가서."

"어..."


미안, 엄마 일 제대로 못하고 있는 거 같아서 잠시 말이 안 나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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