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정말 다른 사람들과 교류가 없구나, 하고. 내 카톡에 온 메시지라고는 단체 카톡의 공지와 몇 개의 광고 메시지뿐이다. 그 외에는 없다. 그러나 이상하게 외롭지는 않다. 오히려 너무 시간이 부족하다. 나를 위해 쓸 수 있는 시간이 너무 없다. 퇴근하면 집에 머물고 있는 두 고양이를 돌봐야 하고, 집안일도 해야 한다. 온전히 나를 돌아보기 위해 쓰는 시간은 아주 손에 꼽는다.
가끔, 내게 유일한 한인 사회가 되는 교회조차 끊고 싶을 때가 많다. 그들이 하는 이야기들이 너무 버겁다. 거추장스럽다. 털어놓고 싶지 않은 이야기도 해야 하는 것이 싫다. 내 이야기, 내 근황. 아무도 신경 쓰지 않다면 굳이 말을 해야 할까?
말하기 싫다. 그냥 나 혼자 꽁꽁 싸안고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끊어내지 못하는 건, 그들이 유일한 내 한국 지인이기 때문이다. 때로는 그들의 도움이 필요하기에 머물고 있다. 아주 이기적이지 않을 수 없다.
사람의 마음은 참 간사하다. 한국사회가 싫어서 해외로 떠났는데, 해외에서도 한국인 이민자 사회에 들어가야 한다니. 첫 해에는 괜찮았다. 하지만 해가 지날수록, 아무리 외국인과 만나도 절대로 채울 수 없는 근본적인 정서가 있다. 언어가 다르고, 가치관이 다르고, 음식이 다르기에 나처럼 성인시절을 한국에서 보냈던 사람이라면 외국인에게서는 절대로 채울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 그렇기에 아무리 인간관계가 귀찮은 나도 꼬박꼬박 그들의 사회에 들어간다. 하지만 너무 깊게 발을 들이지도, 너무 멀리 떨어지도 않은 미묘한 거리감을 두고 있다. 아마도 해외에 살고 있을 동안 내 평생의 숙제일 것이다. 인간관계의 영원한 단절은 없지만 그들과 적당한 거리를 두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