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 드림의 아이콘, 럭셔리카 '캐딜락' 브랜드 들여다보기 #2
컬러를 입힌 캐딜락을 얘기하면 이 사람을 빼놓을 수 없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미국음악의 아이콘 엘비스 프레슬리!
엘비스는 1955년 초 자신의 첫 캐딜락인 ‘1954년식 플리트우드 시리즈 60’을 구입하였는데 이후 ‘Baby Let’s Play House’로 빌보드 컨트리 싱글 차트 5위를 달성하였다. 그런데 이 노랫말 속에 ‘핑크 캐딜락’이란 단어가 등장한다. 이 노래가 캐딜락이 가사에 최초로 등장한 기록인데, 이후 수많은 가수들이 자신들의 노래에 캐딜락을 언급하기 시작한다.
가장 최근에는 캐리 언더우드의 ‘Two Black Cadillacs’, 아리아나 그란데의 ‘Cadillac Song’이라든가 브루노 마르스의 ‘That’s what I like’ 같은 노래 가사 속에 캐딜락이 그 존재감을 드러내며 담겨 있다. 2011년 빌보드 뮤직어워드 탑 락 아티스트상을 수상하기도 했던 트레인이라는 밴드의 노래 중에는 아예 제목이 ‘Cadillac, Cadillac’인 노래가 있기도 하다.
이외에도 미국 힙합 뮤직 비디오를 보면 래퍼들이 캐딜락을 타고 그들만의 스웩을 발산하는 모습을 아주 쉽게 볼 수 있다. 미국 사회에서 백인들에 비해 차별을 받는 흑인들의 성공한 모습을 보여주는 고급 차량으로 캐딜락이 상징적으로 쓰이고 있다고 생각해도 될 것 같다. 그러니까 미국에서 캐딜락은 단순한 이동수단으로서의 자동차라는 개념을 넘어 성취와 성공의 아이콘, 아메리칸 드림의 아이콘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다시 엘비스 프레슬리로 돌아가보면 이분이 정말 캐딜락을 좋아하긴 했나 보다. 자신의 캐딜락에 ‘엘비스 로즈’라는 이름까지 붙일 정도였으니 말이다. 요즘이라면 광고나 마케팅을 위해서 캐딜락에서 자동차 협찬을 해줘야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이후 세번째로 구입한 핑크 캐딜락 ‘1961년식 캐딜락 드빌’은 현재 미국에서 백악관 다음으로 가장 많은 사람들이 방문한다는 그레이스랜드 박물관에 영구 전시 중이다.
(Fun Fact) 엘비스가 캐딜락에 핑크색 도색을 가장 처음 했다는 설도 있다. 엘비스가 직접 자기 캐딜락을 핑크색으로 칠을 했는데 이걸 캐딜락에서 적극 도입했다는 거다. 물론 믿거나 말거나.
캐딜락은 앞서 언급한 음악 외에도 영화와 TV 시리즈, 게임 등 다양한 문화 매체를 통해서 만날 수 있다. 특히 할리우드에서 제작한 영화에 자주 등장하고 있는데 그 횟수가 무려 17,165회(2018년도 기준)! 다른 브랜드 차량 노출 횟수와 비교하면 월등히 높은 수치다. 2018년 기준 무려 177종의 다양한 캐딜락 차종들이 영화에서 노출되고 있다. 헐리우드 영화를 통해 자국을 넘어 전세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미국 문화를 생각할 때 우리의 눈과 귀도 자연스럽게 이 캐딜락에 노출되고 있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이 노출된 차종은 Sedan Deville이라고 하는데 무려 총 1,438회! 그 다음 Fleetwood 75가 1,368회, Coupe DeVille 1,266회, Escalade 840회를 기록하였다. 여기서 특이한 점은 보통 신차가 출시하면 PPL의 목적으로 차량을 지원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 캐딜락은 그 당시 새로 나온 신차인가의 여부와 상관없이 다양한 차종들이 비슷한 수준으로 영화에 노출되었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광고 노출을 위해 억지로 끼워 넣은 게 아니라 감독이나 제작자가 이 영화 스토리에 저 캐딜락 차량을 써야 하는 이유와 목적이 있었던 거라고 볼 수 있다. 그만큼 캐딜락이란 브랜드는 단순한 자동차가 아닌 미국에서는 하나의 문화 콘텐츠로서의 지위도 인정받고 있던 것이 아니었나 생각해 본다.
전자오락실의 스트리트파이터, 철권, 보글보글 같은 아케이드 게임을 즐기셨던 사람이라면 알만한 게임을 하나 소개 한다. 바로 ‘Cadillac and Dinosaurs’!! 이 게임이 기억 난다면 아재 인증?!^^
이 게임은 2513년 미국 동부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게임 내에서 인류는 각종 자연재해로 인해 지구가 황폐화되어서 지상에서 생존을 못하고 지하도시에서 600여 년을 지내며 지구가 회복되기를 기다린다. 결국 지구가 이전 모습으로 회복이 되긴 하는데 이때 공룡도 함께 복원이 되는 것이 재미있는 포인트다. 처음엔 공룡과 인간들이 공존하는 방법을 찾았는데 안타깝게도 악당 세력이 등장한다. ‘블랙마켓’이라는 악당이 이 공룡들의 유전자를 개조해서 세계 정복을 노리는데 이에 우리 주인공 캐릭터들이 이 공룡들과 일대 사투를 벌이는 내용이다.
이 게임의 원작은 마크 슐츠(Mark Schultz)라는 작가가 1987년부터 1996년 사이에 14권의 단행본으로 출판하면서 알려졌다. 단행본 시리즈는 90년도 초반에 큰 인기를 얻으면서 4개의 하비 어워드와 3개의 아이즈너 어워드를 받았다. 이후 마블 코믹스가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하여 CBS를 통해서 방송했고, 캡콤에서는 오락실 게임으로, 로켓 사이언스에서 CD 비디오 게임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큰 인기를 누리게 된다.
캐딜락 브랜드 얘기를 하다가 생뚱맞게 게임 얘기를 하는 이유는 이 게임 중간, 그리고 마지막 엔딩 크레딧에 자동차 한 대가 등장해서 공룡들과 싸우느라 수고한 우리 파이터 캐릭터들을 태워서 가는데 그 차가 바로 ‘1952년형 Cadillac Series 62’이기 때문이다.
현대 문명을 상징하는 자동차와 중생대 생명체인 공룡을 붙여서 제목으로 사용하고 있고, 이 자동차로 캐딜락을 등장시켰다는 것은 (심지어 제목이 캐딜락과 공룡!) 그 당시 캐딜락이 미국 문화 깊숙이 자리잡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던 것 같다.
(Fun Fact!) 이 Cadillac & Dinosaurs가 마블코믹스의 애니메이션이고 여기 나오는 캐릭터들도 은근 매력이 있다. 혹시 나중에 어벤저스까지는 아니더라도 마블에서 영화화 할 수도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아재스런 상상도 해 보게 된다.
세계에서 가장 긴 자동차로 기네스북에 오른 차의 길이가 얼마나 될 것 같은가? 1999년 기네스북에 이름을 올린 세계에서 가장 긴 자동차의 길이는 무려 30.48m라고 하는데, 2대의 캐딜락 엘도라도를 이어 붙인 형태로, 26개의 바퀴, 2개의 엔진을 품고 있다. 이 차는 차체가 길어서 직진 주행만 할 수 있을 것이란 보통의 예상과는 달리 차체 중간 부분도 회전이 가능하도록 설계가 되어 있었고 후진 또한 가능했다.
두 대의 자동차와 두 개의 엔진이 들어간 만큼 운전기사도 두 명이 탑승한다는 재미난 사실!! 더 놀라운 것은 차량 내부에 널찍한 수영장과 킹사이즈 수상 침대 그리고 퍼팅 그린, 와인 바 등 여러가지 프리미엄한 편의 시설이 갖춰져 있으며, 이 차의 지붕에는 무려 헬리콥터가 내려 앉을 수 있는 공간 또한 마련되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지금은 파손이 심해서 미국 할리우드 자동차 박물관에 방치되어 있다.
이와 함께 이색적인 기록이 또 있다. 미국 벨몬트시 바턴에서는 매년 ‘올리언즈 카운티 페어(Orleans County Fair)’를 열고 있다. 140년 전통을 자랑하며 엔터테인먼트, 음식 및 이색적이고 다채로운 농업 행사를 주로 선보이는 박람회로 2011년 8월 17일 박람회 개막식 및 이 지역 바턴 출신인 캐딜락 창립자 ‘헨리 마틴 릴런드’를 기념하고 기리기 위해 미국 전 지역에서 총 298대의 캐딜락 차주들이 모여 퍼레이드를 진행했다. 이는 종전 기록인 102대 퍼레이드를 압도적으로 넘는 기록이었는데 정말 장관이 아닐 수 없었을 것 같다. 여기서 또 재미있는 건 종전 기록 또한 캐딜락 차량들로 세워진 기록이라는 사실입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자동차에 대해 들어보신 적 있는가? 우리나라에 자동차가 처음 들어온 시기는 1890년대 후반으로 추정된다. 당시 서양 외교관과 선교사들이 가지고 들어온 차들이 있었다. 1901년경 미국인 버튼 홈즈E. (Burton Holmes)가 서울을 여행하면서 쓴 여행기에 자동차와 소달구지가 함께 찍힌 사진이 수록된 것으로 미루어 볼 때 조선 후기에 이미 우리나라에는 자동차가 있었던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정식 절차를 밟아 국내에 수입된 자동차는 아니었기 때문에 정식 절차로 들여은 고종황제 어차가 우리나라 1호차라고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 어차는 1903년 고종 황제 즉위 40주년을 기념할 목적으로 미국 공사 알렌이 주문했던 리무진 차량이라고 하는데 이듬해 러일전쟁 때 사라져서 지금은 그 흔적을 찾을 수가 없게 되었다.
그러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자동차라고 우리가 인정할 수 있는 차량은 무엇일까?
1997년 현대자동차는 창사 40주년을 맞아 창덕궁 어차고에 80여 년간 방치되었던 이 차량을 영국 고(古)자동차 전문 복원업체 윌대(WILDAE)사와 공동으로 작업하여 2000년 11월 복원 완료하였는데 이때 복원된 자동차가 순종황제(캐딜락 리무진 ‘국가등록문화재 제318호’)와 순정효황후(다임러 리무진 ‘국가등록문화재 제319호’)의 어차다. 이 순종황제는 고종황제의 아들이었고 조선의 마지막 황제셨으니 바로 이 어차가 국내에 남아 있는 자동차 중 가장 오래된 차라 할 수 있다. 물론 여기에는 여러가지 상반되는 설이 있긴 하지만 우리는 여기까지만 이해해도 될 것 같다.
정리하면 지금까지 남아있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차량은 순종황제 어차였던 캐딜락 리무진이라고 할 수 있다.
세계 각국의 수장인 대통령이나 총리들은 소위 방탄차로 일컬어지는 특수 보호차량(Special Protection Vehicle)을 의전차량으로 타고 있다. 특히 미국 대통령은 ‘더 비스트’라는 별명을 가진 그야말로 야수같이 묵직한 차량을 타고 다니는데, 어찌 보면 미국 대통령의 이 방탄차가 세계 최강의 방탄차라고 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억지스런 평가도 해본다.
이 차량의 정식 이름이 바로 ‘캐딜락 원’! 미국 대통령 전용기 이름이 ‘에어포스원’이라고 불리는 것처럼 첫번째 캐딜락, 최강의 캐딜락, 단 하나의 캐딜락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캐딜락원은 2013년부터 개발을 시작하여 제작비로만 1,580만 달러(한화 약 176억원)가 투입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차체 무게만 8톤에 달하며, 길이는 5.4m, 창문은 방탄유리 5겹으로 두께만 13cm다. 특히 타이어가 손상되어도 80km를 더 주행할 수 있도록 ‘케블라 타이어’가 장착됐으며, 각종 생화학 무기의 충격에도 폭발되지 않도록 설계되었다. ‘더비스트’, 야수라 불리우는 이 캐딜락원은 미국의 대통령 의전차량으로 전세계 정상들이 타는 어떤 방탄차보다 더 튼튼하고 성능 또한 우수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오바마 대통령이나 트럼프 대통령이나 키가 190 정도 되는데 그냥 서서 내릴 정도인 걸 보면 차가 크긴 큰 것 같다.
캐딜락은 119년이라는 오랜 역사 속에서 혁신적인 기술과 차별화된 디자인을 통해 자동차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해 온 것 같다. 캐딜락 브랜드와 관련한 자료를 찾으면서 알게 된 놀라운 것들은 수평으로 문을 여는 손잡이를 디자인하거나 개구리 눈처럼 툭 튀어 나와있던 기존의 헤드라이트를 차체와 부드럽게 연결하는 형태로 바꾼 디자인 등을 캐딜락이 세계 최초로 만들었다는 사실들이다.
이런 성취들은 그동안 캐딜락이 추구했던 ‘자동차의 스탠다드’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았다. 지금도 ‘대담한 도전(Dare Greatly)’이라는 브랜드 슬로건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도전과 전진을 이뤄내고자 하는 캐딜락의 새로운 여정이 기대되는 이유다.
사실 아직은 우리나라에서의 캐딜락의 인지도나 실적은 크지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아메리칸 럭셔리 차로서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어떤 방식으로 구축해 나갈지 눈여겨 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1. 캐딜락을 노랫말에 넣은 미국 노래가 정말 많다. 성공과 부의 상징으로 쓰인다.
2. 할리우드 영화에는 캐딜락 차량이 (PPL 없이도) 정말 많이 등장한다. (1만7천회 이상)
3. 현존하는 우리나라 최초의 자동차는 순종 어차 캐딜락 리무진이다.
4. 미국 대통령은 캐딜락원을 타고 다닌다. (별명은 '더 비스트')